2023. 1. 27 나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한 진짜 이유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눈뜨고 싶다면,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느끼고 싶다면,
누구에게나 나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나 자신과의 대화. 흔히 자기계발 서적에서 하는 이야기, 명상같은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내가 말하는 자신과의 대화는 단순히 명상같은 것은 아니다.
2022년 1월 내 인생을 바꿔 부자가 되보겠다며 부동산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숨가쁘게 한 해를 달리기 시작했다. 봄냄새가 다 가시지 않았던 그해 초여름, 부동산 투자를 위한 부수입 월 100만원을 목표로 퇴근후 밤새 애를 써 가며 무인사진관을 오픈했다. 시기가 좋았는지 무인사진관은 오픈을 하자마자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수입은 늘어나고 오픈 한달만에 목표를 넘어선 월수익 200만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몇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번아웃이 왔다. 이상하다. 분명 목표는 달성했는데 행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해야 하는게 아닌가?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왜 그렇게 힘들게 애썼던거지?내가 사실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나? 혼란스러운 날이 계속됬다.
직장퇴근후 사진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느 저녁이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우울증에 관련된 영상을 보게됬다. 우울증이 오면 먹고싶은 것도, 하고싶은 것도, 가고싶은 데도 없이 아무런 생에 대한 욕구가 안생긴단다. 그날의 내가 딱 그랬다. 돈을 벌어도 뭘 해야할지를 모르겠고 아무것도 원하는게 없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이유도 없는데 애쓰면서 사는 내가 불쌍해져서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목 놓아 펑펑 울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잘 살겠다고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은데,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잘못된 길을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즈음 나는 몸 담고 있던 직장에서도 내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곳에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나는 여기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켜서 회사를 그만고, 사진관 운영이 잘 안되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들을 뒤로하고 그저 '잘 될거야, 잘 하고 있어.' 스스로를 세뇌하는 자기확언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꾹 누르고 지냈다.
다행인 것은 마음이 병들어가는 와중에도 내가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던 치료제는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이 경험을 공유해주는 에세이였다.
누군가가 지금 무채색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내 안의 꿈이나 열망 같은 것들이 절대로 사라져버린 게 아니라고, 지금 당장은 너무 지쳐서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분명 다시 온다고 말이다.
-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모범피) -
열심히 살다가 번아웃과 우울증이 와서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나가게 된 모범피 작가의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를 읽고 나는 희미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도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다시 올까?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살아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나도 글쓰기를 꿈처럼 여겼왔는데 수업을 한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강의를 찾아봤다. 몇날 며칠을 강의를 열심히 찾아 아륜작가님의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담아내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글쓰기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정말 내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힘들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아 울기도 했다. 내가 나 자신에게 쓰는 글과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에 대한 글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 글에는 애정이 담긴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한.
나는 이렇게 글쓰기를 배우면서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알렉스 룽구의 [비전 창조 워크북] 이라는 책을 접하고 '자아 관찰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하고싶은 것과 좋아하는 게 뭔지 깊이 생각해야 하는 자신과의 대화는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지문을 따라 억지로라도 생각을 해내서 글로 정리하고 또 다시 깊게 생각하고 이 과정을 몇번 거치며 자아 관찰일기를 썼는데, 여전히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아 관찰일기 쓰기를 멈추고 자아탐구에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을 한 권 읽고 또 다른 책을 읽고 강의도 들어본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고 정리해보고 다시 되새겨본다. 이 과정 또한 나 자신과의 대화에 포함이 된다.
나 자신과의 대화내용은 가까운 사람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 다듬어지기도 한다. 내 마음에 대한 조금의 실마리라도 생각났다면 놓쳐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기록하고 더 깊게 생각해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정도 갈피는 잡아가는 것 같다. 그 동안 외면했던 내면의 소리를 다 잊혀져가는 지금에서야 찾으려고 하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러니 소중한 마음은 방치해서는 안된다. 고이 간직하고 자주 상기시켜야한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 지 깨닫고 나니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마저 설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