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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Mar 08. 2019

일잘러의 육하원칙

일잘러를 감별하는 여섯가지 방법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이 바뀌었음을 감지한 고1 때를 기억한다. 


그 전까지는 하루에 5시간만 자고,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판서해주신 걸 달달달 외우고, 아침 일찍 등교해서 늦게까지 혼자 열심히 공부하면 전교 1-2등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솔직히 난 그런식으로만 공부해서 중학교 졸업까지는 전교 상위권에 있었다. 


하지만 수능을 준비하면서는 그 방식이 안 통했다. 교과서에 나온 내용만 달달 외워서는 맥락을 이해하는 배점높은 문제를 풀기가 어려웠고, 잠을 무리하게 줄이면 기억력과 이해력에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공부하는 대신 스터디를 만들어서 토론과 비판력을 키웠고, 충분히 수면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책상 앞에 앉는 실질적인 시간을 줄었지만, 성적은 안정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학교에서만 일어난 변화는 아니다. 우리의 일터에도 비슷한 변화가 생겼다. 이런 변화를 잘 감지하고 똑똑한 스마트워커가 된 사람들을 우리는 '일잘러'라고 부른다.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든, 스스로 자각하든 이런 일잘러들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이를 '일잘러의 육하원칙'이라고 부른다. 함께 일할 팀원이나 파트너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잘러 감별법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원칙 1. 협업 - 일잘러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더 이상 혼자서 정보를 독점해서 그걸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독점할 수 있는 정보 따위는 이제 인터넷 검색력만 있으면 누구나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협업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일잘러는 절대 혼자 일하지 않는다. 자기가 자신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높이고, 그 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전략적으로 협업한다. 


간혹 자신의 전문성은 높은데, 남과 일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다. 싱글로는 잘 살지만 연애는 어려워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협업을 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합치는 차원을 넘어서 화학적으로 결합을 한다는 의미. 자기의 방식을 상대와 조율할 줄도 알아야 하고,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걸 연습을 해 본 적이 없고 중요하다는 자각도 없으면 자기 역량을 넘어선 가치를 만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잘러는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타인과 건강하게 협업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일의 비전을 나누고, 어느 위치에서 어느 정도의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공유한다. 자기만의 생각으로 혼자 저 먼발치에 나가있지 않으며, 내 몫 보다는 우리의 성장을 우선순위에 둔다. 함께 큰 파이를 만들어서 반씩 나누는 것이 작은 파이를 혼자 갖는 것 보다 경쟁력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원칙 2. 동기 - 일잘러는 확신없이 일하지 않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일을 하는데는 에너지가 작용한다. 일에 관여하는 구성원들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한가, 그 에너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에 따라서 일이 쉬워지기도 하고 어려워지기도 한다. 물론 방향이 하나를 향해 있을 때가 가장 막강하다. 방향이 같다면 가장 파워풀한 에너지는 내면에서 스스로 생성된 에너지, 즉 자기 확신(Self-assurance)이다. 


자기확신은 어떤 일을 하는 목적과 비전에 대해서 스스로 확신을 가질 때 나오는데, 일이 진행되는 동안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자기확신을 가진 사람이 일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누군가를 설득할 때에도 이 에너지가 큰영향을 끼친다. 물론 객관적인 현실에 비춰 보면서 그 확신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필수. 자기검증과 자기확신이 선순환을 이루면, 그 자체로 일이 성공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잘러들은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일 자체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자기확신이 들 때까지 일을 함부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리서치를 하고, 현실에서 냉정하게 검증하고, 동시에 자신의 가치관이나 철학과도 결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자기확신이라는 에너지의 구심점을 발견하게 되면 비로소 일을 시작한다. 비록 시작은 느리지만, 한번 시작하면 엄청난 에너지로 성과까지 다다를 수 있다.



원칙 3. 공유 - 일잘러는 자료와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 협업을 해야한다면, 협업에서 중요한 그라운드룰 중에 하나는 단연 '공유'일 것이다. 기계처럼 영역을 나눠서 일하는 '협동'과 달리 협업의 가치는 두 전문가들의 교류가 일어나는 그 사이에서 생긴다. 그렇기에 무엇을 공유의 영역에 둘 것인가가 협업의 질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의 공통된 비전과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목적지와 그 방향을 지속적으로 나누어야만 도착점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자료'와 '감정'이다. 요청받은 자료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료를 광범위하게 공유해야 서로가 합의된 근거를 가지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일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적절한 수준에서 공유해야 감정의 골을 미연에 제거할 수 있다. 


일잘러들은 자료와 감정 공유에 탁월하다. 일을 시작하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들을 상대방의 인식 수준에 맞춰서 선 공유한다. 어떤 자료가 어떻게 도움이 될 지 모르기 때문에, 광범위한 수준으로 자료를 모아두고 여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는 식이다. 혹자는 언제 적이 될 줄 알고 자료를 공유하냐고 하는데, 그 정도로 믿음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과는 애초에 일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 또 일잘러들은 일하면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에 솔직하다. 고맙거나 감사한 마음이 들 때는 이를 표현하고, 미안하거나 심지어는 불편한 감정까지도 순화된 언어로 표현한다. 꽁꽁 숨겨둔 감정 때문에 서로를 오해해서 일이 안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고려해 보면, 이는 꽤 현명한 예방책인 셈이다. 



원칙 4. 신뢰 - 일잘러는 신뢰없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다


흔히 '업무 리소스'라는 말을 할 때는, 일에 투입된 시간 외에 일과 관련된 것에 신경쓰는 에너지도 포함된다. 주변이 어수선하고 들락날락거리는 사람이 많으면 같은 시간을 일해도 질이 떨어진다. 상사가 압박하는 느낌이 들면 새로운 시도에 방해가 되고, 아이 픽업시간이 다가오는데 미팅이 늘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가장 방해가 되는 건 내가 일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을 때다. 일을 시켜도 잘 할까 불안해서 계속해서 확인을 해야하고, 일을 요청받아도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시작이 유쾌하지 않다. 불필요한 중복확인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뭔가가 진행되고 있어도 거기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일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불신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일잘러들은 이것이 일의 발목을 잡는 요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신뢰없는 사람과는 애초에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이 '신뢰'라는 것은 마음가짐만으로 장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신뢰가 없는 사람과 일을 시작해서 계속해서 확인하고, 교육하고, 논쟁을 하다보면 아무리 풀충전이 된 일잘러라도 금새 방전이 될 수 있다. 신뢰라는 것이 실제 업무환경에서는 점수나 등급으로 객관화되기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일은 자신에게 신뢰있는 사람과 해야한다고 일잘러들은 믿는다. 



원칙 5. 효율 - 일잘러는 최선을 낭비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처럼 남용되고 있는 말도 드물다. 신입사원 인터뷰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하나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건데 이 말에는 현실적인 함정이 있다. 인간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컴퓨터처럼 전원만 꽂으면 작동하는 기계가 아닌 탓에, 인간에게는 집중한 만큼의 휴실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최선의 최대치는 다를 수 있겠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어디에' 최선을 다할 것인가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성과가 나온다.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다가는, 정작 가장 중요한 일에는 필요한 만큼의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핵심이 아닌 일에 지나치게 꼼꼼하고 과도하게 몰입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도 피곤하다. 영상 중간에 아주 잠깐 들어갈 디자인의 색 하나를 가지고 며칠을 고민한다거나, 정확성 보다는 현실성이 더 중요한 기획서의 오타와 자간을 가지고 몇 번씩 결재를 미루면 정작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없어진다. 


일잘러들은 그래서 '최선'이라는 제한된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는다. 우선은 성과에 영향을 주는 핵심 영역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거기에만 최선을 다한다. 최상으로 해도 결과적으로 성과에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자신이 최선을 다해도 탁월하게 수준을 높일 수 없는 분야에 과도하게 욕심내지 않는다. 반대로 성과에 영향을 주면서도 자신의 최선의 가성비가 높은 곳에서는 무서울 만큼 집착한다. '최선'이라는 제한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원칙 6. 객관 - 일잘러는 의견을 근거로 삼지 않는다


100명의 친구에게 멋진 신발을 하나를 똑같이 선물했다고 치자. 10명 정도는 디자인이 너무 멋지다면서 극찬을 할 것이고, 10명 정도는 선물을 하지 않은 게 나을 만큼 정색을 할 것이다. 30명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고 할 것이고, 다른 30명은 그저 그렇다고 할 것이다. 남은 20명 정도는 잘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신발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판단이 다르다. 


우리가 일을 할 때 객관적인 수치나 가이드 없이 개인의 주관에 의해서 평가를 하게 되면, 평가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평가의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평가자가 바뀌면 결과가 뒤집히기도 하고, 이에 따라서 일하는 사람들은 평가자의 눈치를 보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시장의 목소리가 외면되기 시작한다. 내가 혼자 신을 운동화를 고르는 거라면 모르지만, 시장에 내 놓을 운동화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치명적이다.


그래서 일잘러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만으로 선택이나 평가를 하지 않는다. 의견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객관적인 자료를 구분할 줄 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채도의 색대비를 촌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사이트의 이용자들은 그런 대비에 더 반응이 빠를 수도 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내가 좋아하는' 사이트가 아닌 '우리의 유저들이 좋아하는' 사이트가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일잘러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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