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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Nov 19. 2016

이상한 나라의 라데팡스 - 레저편

관광객들은 존재도 모르는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의 숨은 레저 공간들

서울에서의 삶을 3주만 프랑스로 옮겨 온 나는, 파리(Paris)에서 서울의 시간대를 살고 있다.  서울 사무실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서 새벽에 4시쯤 하루를 시작하면 오후 2시엔 마치 밤을 샌 것처럼 피곤해진다. 거기에 날씨 마저도 구름이 잔뜩 끼어 이래저래 무거웠던 파리다. 


그런 파리에 사흘 만에 해가 났다. 고층 건물의 유리벽이 보석으로 변했고, 마을은 아름다운 낙엽으로 화장을 했다. 마음의 걱정이 너무 앞서면 이 아름다운 천국 안에서도 다른 천국을 꿈꾸게 된다. 적어도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되진 말아야지. 



거실의 소파가 나를 유혹하는 오후 2시. 

오늘은 낮잠 대신 외출을 택했다. 


목적지는 집에서 5분만 걸으면 나오는 라데팡스 (La Defense)의 중심가. 라데팡스는 파리 최고의 상업지역이자 첨단시설이 즐비한 세느강 서쪽 주변의 부도심이다. 서울에 약 300개의 스타벅스가 있는 반면 파리에는 스타벅스가 그 1/10 수준인 30개 밖에 없는데, 라데팡스 주변에만 무려 4개가 있다. 그 만큼 유동인구가 많고 상업시설이 많다는 반증이다. 5층 이상의 건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파리에서는 유일하게 수십 층에 달하는 글로벌 대기업 건물이 이웃처럼 붙어있는 곳이기도 하고, 제 2의 개선문이라고 불리는 Grande Arche 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Photo source: http://www.skyscrapercity.com


사실 이 라데팡스 지역은 관광객들에게도 워낙 유명해서,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라데팡스'로 검색을 하면 관련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까지 거기에 보태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소중한 데이터를 낭비할 이유는 없으니, 유학생들이나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 위주로 담아볼까 한다. 라데팡스에서 평생을 산 프랑스 남자친구를 둔 사람만 공유할 수 있는, 라데팡스를 롯데월드 드나들듯 자주 오는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정보를 말이지!


라데팡스를 방문하는 이들이 주로 가는 곳은, 라데팡스역 양쪽으로 펼쳐진 초대형 쇼핑몰 'Cnit(크닛)'과 'Les Quatre Temps (레캬트르땅)' - 사실 이 두 쇼핑몰만 돌아다녀도 하루가 부족하다 - 쇼핑이 낙이 아니라면 대부분 개선문과 일직선상에 위치한 제 2의 개선문 'Grande Arche (그랑드 아르슈)'으로 향한다. 간혹 라데팡스 역에서 도심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늘어선 유명 작가들의 현대예술품들을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방문자의 8할은 쇼핑몰과 제2개선문에서 끝난다. 하지만 여기서 몇 걸음만 더 발품을 팔면 관광객들은 거의 없는 특별한 놀이 장소를 찾을 수 있다.


1. 비 베터 센터 (Be Better Center)


소핑몰 Cnit 주층 아래 위치한 'Be Better Center'는 미니골프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도심속의 레저 공간이다. 요즘 골프에 맛을 들인 우리 커플은 날씨가 좋을 때면 부모님을 따라 야외로 미니 골프를 치러 가는데, 여기는 날씨가 흐린 날에도 즐길 수 있는 미니 골프장이다. 실내라고 해서 한국의 '실내 골프 연습장'을 상상하면 오산. 대형 실내 공간에 미니골프장을 그대로 들여다 놓은 이 곳은,  실내지만 확 트인데다 모던한 바가 필드 옆에 마련되어 있어 실내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이용료는 성인의 경우 시간당 약 30유로부터 시작하고, 시간당 이용 외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 센터에서 직접 운영하는 단체 강습도 있으니, 혹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 메세지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고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 


[Be Better Center]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eBetterCenterParis/


여담이지만, 프랑스인들이 자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강해서 영어를 일부러 안 한다거나 심지어 못 한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인 것 같다. 파리에서 대학 나오고 직장 생활을 하는 파리지앵이라면 이제 기본적인 영어 대화는 디폴트로 하는 것 같다. 더구나 라데팡스에서라면. 그러니 행여나 프랑스어 못 한다고 미리 걱정하진 말길. 


2. 블록버스터 (Blocbuster)


'블록버스터'란 이름 발음하면서 파산한 미국 대형 비디오 렌탈샵을 생각했다면 당신의 상상력을 탓하길. 프랑스 파리의 'Blocbuster'는 비디오와 전혀 상관없는 실내 암벽등반센터니까. 개인적으로 클라이밍을 즐기진 않지만, 한국에도 'Climbing Center (클라이밍 센터)'라고 꽤 많은 실내암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 라데팡스의 'Blocbuster'도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실내암장 중에 하나다. 다만 이 거대한 도심의 쇼핑몰 지하에 있다는 게 신선할 뿐. 



라데팡스의 'Blocbuster' 는 성인 기준으로 하루 이용료가 15유로다. 10회권이나 3개월권, 1년권도 끊을 수 있고, 장비 없이 그냥 놀러온 사람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신발과 같은 장비를 빌려주기도 한다. 



오늘 여길 가 보고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건, 성인들의 놀이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알록달록한 색깔의 인테리어. 그리고 끝까지 올라가다 떨어져도 털끝 하나 안 다칠 만큼 여유있는 너비와 두께의 매트리스였다. 클라이밍이 안전에 민감한 스포츠인 만큼 안전 장비가 중요한데, 최근 만들어진 국내의 암장들처럼 이 곳의 안전장치는 충분함 그 이상이었다. 



Blocbuster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어)
http://www.blocbuster.fr/ 


3. 팀브레이크 (Team Break)


언젠가 우리나라 티비에서 페르마의 밀실 컨셉을 차용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2명이 한 팀이 되어 밀실 안에 갇히는데, 방 안에 숨어있는 힌트를 찾아 조합해서 비밀번호를 알아내면 밀실에서 탈출이 가능하다. 



'Team Break'은 이렇게 4명 이상으로 이루어진 팀이 60분 안에 특정 미션을 완수해야 밀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빅게임이다. 컨셉과 난이도에 따라 총 8개의 미션이 있는데, 어떤 미션이든 제한시간은 60분으로 동일하다. 



하나의 미션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팀을 이루어야 하는데, 팀은 4명에서 12명까지 가능하고 팀원이 많아질 수록 미션별 1인당 참가비가 줄어든다 (4명일 때 인당 28유로, 12명일 때 인당 19유로)



학생일 경우 살짝 금액적인 부담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번 경험해 보면 참가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흥미진지한 게임이다. 나라면 고민없이 옷 한벌 안 사고 'Team Break' 미션을 두 개 도전하겠다. 모든 미션과 힌트는 불어와 영어, 두 개의 언어로 제공된다. 




P.S... 레저편에 이어 다음에는 나처럼 출장 겸 휴가, 겸 파리를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이상한 나라의 라데팡스 (2)직장인편'을 포스팅해볼까 한다. 라데팡스는 쇼핑과 관광을 위한 곳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비지니스나 업무차 방문한 이들을 위한 곳도 많다. 특히 이 곳에서 일이나 학업 때문에 1주일 이상 머무는 어른들(?)에게 유용한 곳을 소개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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