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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Nov 15. 2016

배낭여행도 출장도 아닌, 30대 커리어우먼의 유럽 여행

돈과 시간을 아끼는 데이터(심카드) 구입하기 & 현명한 신용카드 사용법

11월 어느 월요일의 인천공항. 

같은 파리행 대한항공을 타는 사람이라도 그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첫 유럽여행으로 에펠탑이 있는 파리를 선택했는가 하면, 누군가는 국제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파리 외곽의 라데팡스를 향한다. 나는 배낭여행도 컨퍼런스 참석도 아닌, 서울에서의 삶을 3주 동안만 파리로 옮기는 케이스. 한국에서의 긴 여행을 마치고 고향 파리로 돌아가는 프랑스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낼 겸, 몇몇 업무적인 미팅도 할 겸 파리로 향한다. 


목적이 다르면 필요한 것도 다르다. 


배낭여행자에겐 현지에서 머물 저렴한 숙소와 현지 무료 와이파이 정보가 필요하다면, 컨퍼런스로 파리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개인 시간을 알차게 보낼 현지 구경거리와 레스토랑이 필요할테다. 서울에서의 삶을 파리로 몇 주 동안만 옮기는 내 경우엔 '연결성'과 '이동성'이 가장 중요하다. 유럽 어디에서도 서울과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데이터, 남자친구의 부모님 댁에서 가까우면서도 일하기 좋은 코워킹스페이스, 나의 이동성을 저하시키지 않는 가벼운 캐리어 등. (고백컨데 내 캐리어 속에 든 옷은  바지 1벌, 정장 1벌, 티셔츠 1개, 양말과 속옷 2개가 전부다)


데이터 양과 반비례하는 가방의 무게


과장이 아니다. 해외 공항만 50번을 넘게 드나든 내게 데이터는 밥 보다 훨씬 중요하다. 확보된 데이터가 늘어나는 만큼 내 가방의 무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15년 전 처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내 가방에는 DSLR 카메라, 두꺼운 유럽지도, 나침판, 아이팟, 헤드폰, 항공권 프린트물, 노키아 핸드폰, 무거운 외장하드, 3kg 짜리 VAIO 노트북이 있었다. 스무살이 조금 넘는 여대생이 모든 걸 배낭에 넣고 파리와 로테르담을 구경다녔던 거다. 



지금은 그럴 열정도, 힘도 없지만, 무엇보다 그럴 이유가 없다. 합쳐봐야 1kg 겨우 넘는 아이폰 5S 하나와 1만 암페어 보조밧데리 하나가 수년 전의 내 배낭을 대신한다. 15년 전에 비해서 전력 확보의 중요성이 무한대로 증가하긴 했지만, 오지나 우주로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전기가 모자랄 일은 없으니 뭐. 


TIPS: 인천공항에는 수십개의 수화물 무게를 확인할 수 있는 저울이 비치되어 있다. (사진은 9번 게이트 앞) 대한항공의 경우 24kg 미만이 수화물 1개의 최고 허용무게다. 즉, 23.99까지는 무료로 가능하고, 24.00kg 부터는 십만원이 넘는 초과비용이 들어간다. 모닝캄 회원의 경우에는 동일한 무게의 수화물을 1개 무료로 더 추가할 수 있다. (단, 미국 노선은 추가가 안 된다) 이 무게를 미리 확인하지 않는 경우 카운터 앞에서 은근히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니 도착하자마다 무게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동행인과 지혜롭게 짐을 배분하길 추천한다.


이제는 환전조차 옵션이다 


예전엔 파리나 로테르담 같은 큰 도시에서도 한국 신용카드가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출국 며칠 전에 환전을 하고 도난을 대비해 여행자 수표를 끊기도 했었다. 환전을 하려면 당연히 은행을 직접 찾아가야 하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환전수수료를 위해 쿠폰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모두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커머스 분야도 엄청나게 발전해서 이제는 VISA, Master 두 카드만 핸드폰에 넣어두면 유럽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문제가 없다. 한국에서나 유럽에서나 현금없는 생활이 가능하다. 단, 어리버리 핸드폰을 통채로 잃어버리면 다 끝이니 주의해야 한다.


TIPS:  유럽이나 미국 현지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때는 가능하면 현지 통화를 선택할 것. 왠만한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카드 결제 시 현지 통화로 결제할 지, 원화로 결제할 지를 선택하게 되는데,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를 하면 환전이 중복으로 일어나 환전 수수료가 추가될 수 있다. 


데이터가 없다, 그런데 시간은 더 없다. 


학창시절엔 시간은 많았지만 돈이 없었다. 십 만원 아끼려고  9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미국을 19시간 걸려 날아간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다 돈이 좀 넉넉한 나이가 되니 이제는 시간이 없다. 여행할 돈은 벌고 있는데 1-2주 시간을 낼 수 없어 몇 년째 한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는 하소연이 흔하다. 


내 경우엔 가정과 육아를 포기한 대신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해외여행을 할 돈과 시간이 생겼다. 하지만 커리어워먼에게도 시간은 가장 소중하고 늘 부족한 리소스 중 하나. 출국 전날까지도 밤을 새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소소한 것들을 챙길 시간이 부족하다. 이를테면 유럽에서 사용할 스마트폰 데이터 같은 것 말이다


어제 체크인을 하면서 알았다. 파리에 도착해서 사용할 심카드가 없다는 걸. 인터넷으로 웹체크인을 해 놓은 터라 대기시간 포함해서 10분도 안 걸리는 짐부치기만 하면 출국준비는 끝인데.. 이런! 웹사이트에서 주문해서 택배로 받으면 끝나는 간단히 끝나는 심카드 구입을 깜빡했다. 아쉬운대로 KT 로밍을 알아보지만 무제한 데이터 로밍이 하루에 만원. 20일이면 20만원이라는 거금인데다, LTE 도 아닌 3G 속도를 그 단가에 구입한다는 건 뭔가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라 영 내키지가 않는다.


TIPS: 보통 공항 체크인 카운터를 이용하면 대기시간은 최소 30분에서 1시간 반까지도 걸린다. 엘리트 회원이거나 모닝캄인 경우에는 특별한 카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1/2-1/3로 줄어들지만, 그래도 기다리면서 버리는 시간이 있다. 이런 기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웹체크인을 강추한다. 해당 항공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출국 48시간부터 가능하고 클릭 몇번으로 손쉽게 끝난다. 약 2분 정도면 좌석 선택과 모바일 탑승권 획득이 가능하다. 이 웹체크인을 하고 난 후 공항을 방문하면 '웹체크인 전용' 카운터에서 짐을 부칠 수 있는데 아직은 대기시간이 거의 없다.  


구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KT 로밍은 깨끗하게 포기. 파리에 도착해 Orange 통신사의 선불유심을 구입할 생각으로 이런저런 검색을 해 보니, 앗싸! 공항에서 10분 만에 심카드를 받는 방법이 있었다. 전화로 원하는 심카드를 주문하고 체크인 카운터 인근에서 현금을 주고 받는 방법이다. 당일 구매시에는 5천원을 추가로 내야하는데, 출국 16시 이전에 주문하면 그것 조차도 안 든다. 


내가 구입한 건 유럽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쓰리심 (Three Simcard). 몇몇 옵션이 있는데, 90일간 3G를 사용할 수 있는 19,900원짜리와 30일간 12G 사용 + 전화수신이 가능한 28,900원짜리가 내게 딱 맞았다. 사실 나처럼 온라인 베이스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한달 동안 미친듯이 데이터를 사용해도 3G를 넘기는 어렵다. 또 요즘은 지역에 따라 번호가 달라지는 핸드폰 번호 보다는 SNS 통화 (페이스북, 카톡, WhatsApp)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화통화는 그닥 의미가 없다. 


TIPS: 유럽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데이터가 저렴한 쓰리유심 구입하는 방법. 우선 유럽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는 한국이 훨씬 저렴하다. 한국에는 쓰리유심을 판매하는 다양한 사이트가 있는데, 내가 아는 선에서는 '(주)모바일어브로드  (www.ma1.co.kr)'가 가장 저렴하고 확실하다. 출국일 전날 16시까지는, 온라인으로 신청/지불을 하고 인천공항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전화로 신청하고 (1566-1248) 인천공항에서 현금으로 지불/픽업이 가능하다. 이 경우 5천원을 더 내야 하지만, 국내 로밍서비스나 훨씬 저렴하고, 다른 쓰리유심 판매업체보다 여기가 5천원-1만원 정도가 저렴하다. 


데이터가 확보되니 찾아온 진정한 안정.


체크인과 동시에 현지에서 사용할 데이터 유심카드를 확보한 후,  나는 유유히 검색대를 통과해 라운지로 향했다. 대한항공을 자주 이용한 덕분에 라운지 이용권이 4회나 남았는데도 한번도 이용을 안 해서 오늘은 작정하고 라운지로 행했다. 이번에는 출국 전날 집 대신 인천공항 근처의 오피스텔에서 Airbnb를 이용해서 여유도 있었고, 마침 아침식사도 안 한터라 라운지로 갈 이유와 여유가 모두 충분했다. 



여유가 생기니 마음도 착해진다


인간이란 참 간사하지. 내가 정신없고 바쁠 때는 출국 전에 바쁘게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서운하더니, 내가 여유가 생기니 그 사람들이 한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심지어 출국하는 날까지 연락 한번 안 한 사람도 고마워지더라. 환경에 이렇게 쉽게 휘둘리는 연약한 인간이라니. 


그래서 라운지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후에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사람 사는 게 뭐 있나. 고마울 때 고맙다고 표현하고, 도움 필요하면 조건없이 도와주고, 미안하면 체면꺾고 미안하다 말하는 게 사람 사는 거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웬지 나 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서울의 바쁘고 빡빡한 삶이 나를 진짜 '인간 최두옥'에게서 멀어지게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TIPS: 거주지가 인천이 아닌 다음에야 집과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는 1시간-1시간 반 사이. 물론 아침일찍 공항까지 데려다 줄 친절한 가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두세 달이 멀다하고 출국하는 삶을 수년 간 살다보면 내일 모레 프랑스를 간다고 해도 가족에게 기대할 것이라곤 '잘 다녀와' 인사 외에 없게 마련이다. 그래서 일주일 이상의 출장이나 여행에는 자가용 대신 공항 리무진을 이용하는데, 오후 2시 비행기일 경우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아침 10시다. 그럴려면 늦어도 8시쯤 일어나서 패킹을 시작해야 한다. 출국일 당일은 이렇게 늘 바쁘다 보니 KAL 라운지 이용권이 있어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출국 전날 인천공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Airbnb를 통해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를 3만6천원에 구했다. 전날 저녁에 도착해서 남은 일들을 마무리하고, 다음 날 여유있게 일어나 라운지에서 남은 일을 하면서 브런치를 먹었다. 많이 바쁘지만 않다면 꽤 괜찮은 플랜이다. 혼자 여행이라면 더더욱!


지금 이 곳 파리는 화요일 아침 


파리에서의 첫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차분하고 조용하게 맞았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읽는 대신 정말 오랜만에 집중하면서 글도 써 보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도 마셨다. 환경이 변하니 나의 마음도 새로워짐을 느낀다. 참 연약하면서도 그렇기에 적응력이 뛰어난 강한 인간. 



한국에서 하는 일을 그대로 이 곳에서 할 예정이지만, 3주간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를 지배하는 가치는 대한민국이 아닌 유럽에 있을 것이다. 이 안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할 지, 행동은 어떻게 변할 지, 유럽의 공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어떤 나를 발견할 지 기대되는, 파리 라데팡스에서의 첫 날이다.


TIPS: 파리의 서쪽인 라데팡스(La Defense)는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지역이다. 제 2의 개선문이 있는 라데팡스 역 주변에는 굉장한 규모의 쇼핑몰과 음식점, 그리고 호텔들이 즐비하지만, 거기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을이 있다. 내가 머무는 곳은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계신 이 마을인데, 라데팡스 중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인데다, 물가도 파리 중심처럼 높지 않고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다.

Airbnb (www.airbnb.com)에서 확인해 보니 라데팡스 주변 숙소의 경우 하루 5-10만원 사이면 깨끗한 방 하나를 구입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괜찮은 집 전체를 10만원 이하로도 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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