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
여기는 요즘 제가 일하는 곳이에요.
파리 서쪽 '라데팡스(La Defense)'에 있는
코워킹스페이스 'SPACES'란 곳이죠.
집에서는 자전거로 10분 거리예요.
매일 아침, 리셉션 스탭들에게 'Bonjour' 라고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같이 쓰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노트북만 들고 1층 카페로 내려가 막 내린 라떼를 한 잔 받아서, 환한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 그렇게 통금시간인 오후 6시까지 일을 해요.
요즘은 이 공간으로, 파리에 사는 한국인들을 매일 한 분씩 초대하고 있어요. 카페와 레스토랑이 문을 닫아 사람들이 만날 곳이 없는 요즘, 코워킹스페이스는 유일하게 몇 시간씩 커피도,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얼마 전, 페이스북 파리 한인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만남을 청해 주셔서 한 분씩 뵙고 있어요. 주제는 리모트워크, 스마트워크, 그리고 부동산!
저희 부모님이 묻더라고요, 왜 사람들을 만나냐고. 한국 사람들이 그리워서 그러냐고요. 부모님 앞에서는 그냥 웃었지만, 그게 이유는 아니에요.
우선, 좋고 쾌적한 공간을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었어요. 공간은 사람의 마음과 기분을 놀랍게 바꿔주거든요. 좋은 공간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 이유는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에요.
제가 있는 'SPACES'는 공간기획자였던 제가 봐도 잘 만든 공간이에요. 일하기도 좋지만, 인간의 자율성과 호기심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이런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한번으로도 임팩트를 만들 수가 있어요. 제한된 숫자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한 좋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공유하고 싶어요.
또 다른 이유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어서에요.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들은 모두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각자의 고민이 있고, 또 각자의 바램이 있죠. 그 중에서 제가 가진 리소스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는 생각이 - 사실은 올해 프랑스에 와서 - 들었어요.
그냥, 그게 삶인 거 같아서요. 그래야 죽기 전에 나 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이건 설명하기가 복잡해요. 여튼 그래서 이제는 받는 삶에서 '주는 삶'으로 방향전환을 좀 하고자 하는데, 누군가를 도울려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걸 원하는 이유를 알아야, 표면적인 도움을 넘은 내면의 니즈를 알 수 있고요.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당신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는지, 당신은 왜 여기 있는지,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행복한지,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등.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기꺼이 도와주고요. 없다고 해도 공유 자체로 좋고요.
"도와주려면 흠뻑 도와줘라"
"행복하기 위해 우주가 너에게 준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라"
요즘 전 이제야 왜 이야기가 지혜인지를 이해하고 있어요.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도 그저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들어주고, 누군가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도 이미 위로와 도움이 되는 걸 느끼거든요.
사실, 사무실을 얻을 때 찌질한 고민을 좀 했어요. '한달에 들어가는 멤버십비가 적지 않은데, 굳이 내가 사무실을 빌려서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해야 할까? 집에서 일하면, 그 돈으로 나중에 맥북 살 때 원하는 업그레이드도 다 할 수 있을텐데..' 하고 말이죠.
근데요, 이번에 제가 코워킹스페이스에 사용한 돈은 작년과 올해를 포함해서 제가 가장 가치있게 잘 쓴 돈인 것 같아요. 내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했으니까요.
남은 2주, 더 많은 프랑스의
한국인들을 만나고 들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