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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Aug 31. 2021

영혼이 사는 집, 몸

매주 토요일, 같이 모여서 춤추고 이야기해요!

전 요즘 코로나에 감사하고 있어요. 
코로나 덕분에 삶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고 있거든요

영혼이 사는 집, 몸 


거품이 빠진 삶에서 남은 건 가족, 공간, 휴식, 신, 그리고 몸이에요. 특히 몸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에 감사해요. 내가 사는 곳이 '집'이라면 '몸'은 내 영혼이 사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40년 넘게 일 좀 한다는 사람들의 흔한 핑계를 대면서 영혼의 집을 소홀히 했어요. 수많은 앱과 필터로 타인의 눈은 즐겁게 하면서 정작 중요한 내 자신의 즐거움은 돌보지 않은 거죠. 그렇게 제 몸은 본능적인 움직임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누더기가 된, 몸


그러다 지난 5월 생일에, 드디어 내 몸이 가진 문제를 대면하게 됐어요. 기본적인 체중부터 신체 밸런스와 스트레스 레벨까지, 내가 느꼈던 것 이상으로 몸은 누더기가 되어 있었어요. 


영혼이 머무는 집이 이랬으니 어떤 물질적인 성취에도 허무함이 있었구나. 그게 수치로 보여지니 충격이 적지 않았어요. 처음 검사받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내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서요. 



다시 태어나는, 몸


저는 생일을 기점으로 다시 태어나자고 결심을 했어요. 가족들에게는 생일 선물로 수영장 회원권, 운동복, 한약을 받고 싶다고 했고, 어머니께는 영양이 높은 샐러드를 매일 부탁했어요. 현상태를 직면하자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도 받고 전문가에게 운동 코칭도 받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 수영과 춤을 시작했어요. 항상 기초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헬스를 하니까 30분이 지옥이더라고요. 또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서 땀도 나지 않았고요.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는 전신운동인 수영과 댄스를 시작했죠. 매일 오전, 일은 늦어져도 운동은 빠지지 않았어요.



6월 첫달은 수영만 했고, 7월엔 댄스 과외도 시작했어요. 8월에는 코로나로 수영이 어려워서 오프라인/온라인 두 분에게 수업을 들었어요. 


9월부터는 온라인 댄스 수업만 들으려고 하는데요. 제가 받은 오프라인 수업 대비 수업료는 1/3인데 효과는 3배나 됐기 때문이에요. 온라인이 무조건 좋아서는 아니에요. 나의 간절함 때문인지 초보에게 너무나 좋은 댄스 선생님을 온라인에서 만났기 때문이죠. 



인생 댄스쌤을 만난, 몸


일주일에 1시간 라이브 수업을 하는데, 몸이 움직이는 원리를 잘 알려줘서 생초보도 춤을 추게 만들거든요. 일정이 안 맞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수업 녹화본도 해서 보내주고요. 매주 기본기를 익히는 3분 루틴을 찍어주는데, 원하면 내 댄스 영상을 보내서 개별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요. 


선생님의 열정과 진정성도 좋고, 카톡이나 SNS로 늘 소통하셔서 온라인 수업의 강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이런 엄청난 수업이 월 5만원이라니. 추가 수업이 개설된다면 기본 외에 2-3개는 더 듣고 싶어요. 


8월부터 수강하기 시작한 온라인 댄스 수업 - 체리 선생님 



매주 짧은 여행을 하는, 몸


그래서 9월부터는 친한 지인과 이 수업을 같이 듣기로 했어요. 라이브 수업은 각자 알아서 듣고, 매주 토요일, 저희 집 연습실에서 녹화본을 보면서 같이 수업을 받기로 했죠. 3분 루틴도 연습해서 내침 김에 영상도 서로 찍어주고요


그렇게 오전에 춤을 춘 다음에는 점심 식사를 하면서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어요. 매주 내 몸과 영혼을 위한 짧은 여행을 한다는 생각으로요. 이후 시간은 각자의 가족과 함께!


코로나 이전, 지인들과 함께 했던 댄스 모임 [붐바엔터] 중에 재미로 찍은 영상



몸 속에 갇힌 나를 자유롭게 하는, 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요. 직접 춤을 배우고 싶을 만큼 아이돌을 좋아하냐고. 진지한 질문이 아니란 걸 알기에 보통은 "네, 저는 춤 잘춰서 뷔 만날 거예요!"라고 대답해요. 


하지만 춤을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어요. 평생 머리쓰는 방법만 배웠지 몸 쓰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나. 하지만 춤을 통해서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익히다보니 몸 속에 갇힌 진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내가 이렇게 못 움직이나'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그 시기가 넘어가면 점점 몸에 날개가 생기는 느낌이에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느끼죠.


코로나 전, 1-2개월에 한번은 옷을 갖춰입고 영상도 찍곤 했어요.



껍데기가 아닌, 진짜 나를 찾는 시간


잘해야 하는 부담도, 평가도, 규칙도 없는 시간
이런 시간을 찾게 해 준 2년의 팬더믹.
이제 제가 코로나에 감사하는 이유가 이해가 되시죠? 
 

영혼이 사는 집, 몸

몸에 대한 무관심은 너그러움이 아니라
내 영혼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일지도 몰라요. 

수많은 성취에도 내가 그렇게 허무했던 이유.

하고 싶은 일 앞에서 설렘 대신 피곤함이 느껴졌던 이유. 

저는 그 답을 이 단순한 움직임에서 찾았어요.



'붐바엔터'에서 같이 춤춰요!


◼︎ 이름 : 붐바엔터 (시즌 코로나)
◼︎ 연습 : 9/4(토)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12시
◼︎ 장소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연습실
◼︎ 준비 : 몸만 오세요 (주차가능, 회비나 연습실비 없어요)
◼︎ 식사 : 2시간 연습 후, 식사 & 타타임!

◼︎ 온라인 진도 : 체리쌤 9월 온라인 수업 (개별등록)
◼︎ 온라인 수업 등록 : https://forms.gle/AHMqUMqR6AMTnUBT9, 월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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