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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ul 11. 2021

특정 집단을 넘어선 보편적인 사랑

BTS, 슬의색, 휴먼카인드 - 다른 채널로 전하는 같은 메세지

특정 집단을 넘어선 신의 보편적인 사랑을 목격한다.

댄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울다니, 세상에..


이번에 나온 BTS의 <Permission to Dance> 는 내게 단순히 코로나 종식을 바라는 글로벌 아이돌의 신곡 이상이다. 내 삶에 오랫동안 점으로 존재하던 것들을 하나로 연결시켰고, 내가 이 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통찰을 주고 있다.




BTS <Permission to Dance>


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Don't need to worry.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


"걱정하지 말아요, 추락한다 해도
우린 착륙하는 법을 아니까요"


순간 전세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가사를 듣고 위로를 받았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BTS,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멋진 무대와 노래가 아니다. 그건 수단일 뿐, 이들은 누구에게나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우주의 진실과 메세지를 전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나도 BTS를 SNS를 잘 활용한 운 좋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BTS의 노래 한곡도 부를 줄 모르는 무지한 외부인의 안일한 판단이었다.


원더걸스는 박진영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갖지 못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를 흔들었지만 후속곡은 글로벌 무대에도 서지 못했다.


그런데 BTS의 노래는 어느 시점부터 계속해서 글로벌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작년에 나온 앨범의 세 곡이 빌보드 1위를 찍었고, 5월 말에 나온 Butter 와 7월 초에 나온 Permission to Dance 는 나오자마자 세계를 흔들고 있다. 네이버 보다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결과가 더 많이 나오는 BTS 다.


이건 우연일 수 없다.

이제는 무지한 외부인이 아니라, 최신 곡들을 따라 부를 줄 아는 팬으로서 바라보면 더욱 그렇다. BTS가 노래를 듣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BTS 의 인기는 이제 시작이다. 


멤버들의 연습생 기간과 가난한 소속사가 분투했던 기간을 합쳐 10년 동안 BTS가 쌓은 명성과 영향력을 통해 BTS는 정치가나 지식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런 확신이 어떻게 들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확신한다.


아름다운 작품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작가의 에너지와 재료에 쌓인 시간 때문이었다. Permission to Dance 를 들으면서 그 몇 배의 눈물을 흘렸다. 놀라운 건, 지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전 세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다.


나는 BTS를 아이돌이라는 라벨에, 한국인이란 지역에, 20대란 나이에 가두고 싶지 않다. 그들은 내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의 목적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숨쉬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수십 년 간 어떤 지식인도, 어떤 교육기관도 알려주지 못했던 우주의 원리를 느끼게 한다.




Please use me to love yourself.


BTS 리더인 RM이 2018년 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Loving myself is my whole life goal, until my death. What is loving myself? I don't know. Who can define their own method and the way of loving myself? It's our mission to define our way to love ourselves. It's never intended but it feels like I'm using you guys to love myself. So I want to say one thing. Please use me. Please use BTS to love yourself... because you guys taught me how to love myself everyday"


"내 자신을 사랑하는 건 제 삶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죽을 때까지 말이죠. 자신을 사랑한다는 뭘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자기를 사랑하는 본인만의 방법과 방식을 누가 규정할 수 있겠어요. 저희의 미션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우리만의 방식을 찾는 거예요. 한번도 의도한 적은 없지만, 제 자신을 사랑하는데 저는 여러분을 이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저를 이용하세요.  여러분이 자신을 사랑하는데 BTS를 이용하세요.. 저희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 건 여러분이니까요, 매일의 삶에서요"  


이 말이 하이브에서 미리 기획된 것이든, RM의 마음에서 순간 나온 말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BTS와 연관된 누군가는 우주의 원리를, 우주를 창조한 신의 뜻 이해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신의 사랑을 인간의 수준으로 보여준 것이 부처와 예수라면, 나는 BTS의 활동을 통해 특정 집단을 넘어선 신의 보편적인 사랑을 목격한다. 내 생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고 놀랍다.  


나의 삶도 누군가가 자신에 대한 사랑을 되찾는데, 위대한 자연의 일부로서 신성한 자율성을 되찾는데, 존재 그대로의 가치를 기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 지금 나는 내 환경과, 내 조건과, 나의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삶에서 가장
가치있고 본질적인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한국에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요즘 한국 드라마는 유럽에서 대단한 인기다. 기본적으로는 넷플릭스를 통한 잦은 노출과 쉬운 접근이 그 배경이 됐지만,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는 것이 핵심 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Hospital Playlist)>도 그런 드라마 중 하나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하지만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사랑을 포장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체온같은 맹물 속에 담긴 배려와 사랑 때문에 - 나도 받아본 적 있고, 누군가에게 줘본 적 있는 사랑 때문에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 정말 많이 운다.


그리고 위로와 용기를 받는다.
마음 한켠을 지키는 배려와 사랑과 책임감. 뉴스와 미디어의 위협 때문에 꽁꽁 얼었던 사랑의 씨앗을 이 드라마가 녹인다. 은근하지만 확실한 온도에 씨앗이 녹고 싹이 나면 "그래, 그게 맞지"라며 눈물을 훔친다.



성공한 수술의 공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함께한 스탭들과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수, 간단한 치료에도 우는 아이를 엄살이라며 꾸짖기 보다는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며 기꺼이 기다리는 의사, 가능성 낮은 수술이 두렵지만 누군가가 쥐고 있는 1%의 희망을 빼앗지 않기 위해 가망없는 수술에도 최선을 다하는 의사.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그 모습은 비록 드라마 속의 설정이라도 내게 희망과 용기가 된다. 나는 의사가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나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한껏 눈물을 흘리고 나면 내 일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그 힘을 알고 있을 거다. 드라마 속의 의사들이 그렇듯이, 제작진 역시 자신의 위치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게 제작진의 미션일지도 모르겠다.



책 <휴먼카인드>, <신과 나눈 이야기>


벌써 두 번째 읽고 있는 이 책들은,
다른 나라의 다른 저자가 쓴 책임에도

놀랍도록 메세지가 같다.


<휴먼카인드>를 쓴 네덜란드인은 역사적, 과학적인 고증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평화롭고 사교적이고 친절한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반면 <신과 나눈 이야기>를 쓴 미국인은 수년 간 신과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인간의 가장 큰 실수는 인간 스스로가 이 우주의 원리 - 다시 말해 신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신의 모델과는 달리, 신은 인간을 심판하지도, 벌을 주지도, 우리가 원하는 것으로 게임을 하지도, 의무를 지우지도 않으므로 원하는 것을 하며 자유롭게 살라고 말한다. 두 책 모두 우리 모두는 '하나(One)'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휴먼카인드> 16장, 테러리스트와 차 한잔


두 책의 결론도 비슷하다.  

<휴먼카인드>는 현실적으로 살 것을 강조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임을 인정하고, 뉴스와 이념에서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선명하게 보라는 거다. 두려움과 열등감에 휩싸인 냉소주의자가 되어 규제와, 조건과, 감시와, 처벌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신과 나눈 이야기>는 자기답게 살라고 말한다. 신을 모독하는 수준의 인간스러운 신 - 시험하고, 규율을 만들고, 심판하고, 심지어 인간이 원하는 걸 안했다고 화내는 유치한 신을 만드는 걸 멈추라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사랑'과, 그 사랑을 받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서 나온 '두려움' 뿐이니, 신의 사랑을 믿고 영원히 자기답게 살라고.


<신과 나눈 이야기 2>


우연은 없다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뿐

이 다르지만 같은 책들은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을까. 책의 메세지와 통하는 BTS의 노래를 매일 듣고, 또 그 메세지와 통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건 왜 일까. 나는 우주에 어떤 질문을 던졌기에 이런 사건들이 내 삶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그리고 이렇게 선명하게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면, 나는 어떤 우주의 메세지를 받을 것이며, 그 깨달음은 내 삶을 어떻게 바꿀까.


아직은 모르겠지만,

우주가 사랑이라면 그게 뭐든 내게 좋은 거겠지.

그리고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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