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여행자를 위한 '여행자 보험' 가이드
겨울 워케이션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하는 길,
공항가는 길에 카카오 여행자 보험을 들었는데요.
수속 마치고도 한 시간이 남아서 보험 노하우를 정리했어요.
상해와 질병을 비슷하게 생각하고, 둘 중에 하나만 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하지만 둘은 확연히 달라요. 통계로 보면, 해외에서 병원에 갈 일은 뼈가 부러지거나 상처나 가는 등 외부의 힘에 의해 '다쳐서(상해)' 보다는 '아파서(질병)'가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물갈이, 감기, 몸살, 장염, 치통 같은 것들이죠.
저처럼 유럽에 가는 경우엔 외국인의 병원비가 아주 비싸서, [질병] 보장을 빼면 보험을 드는 의미가 거의 없어요. 여행을 자주 안 해본 사람들은 깨끗한 곳에서 지내도 음식과 물이 안 맞아서 장염이나 심한 감기 몸살이 자주 와요. 이럴 때, 현지 병원에 가서 의사 얼굴 보고 처방전 받아서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 사소한 감기 진료라도 몇 만원이고, 좀 심하면 몇 십만원도 쉽게 나와요. 짧은 여행이라면 [질병]을 최소금액인 1천만원 정도만 들어놓으면 돈 걱정없이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통계상 상해가 질병 보다는 훨씬 적지만, 그래도 유럽의 돌길에서 삐끗하거나, 이동 중 무리해서 물리치료를 받는 경우를 위해서는 최소금액을 들어 두는 것이 좋아요. 해외에서 요리를 해야하는 경우, 음식을 썰다가 칼에 베이거나 뜨거운 물에 데어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상해]로 커버가 된답니다.
요즘 파리나 바르셀로나에서 공유형 자전거나 킥보드도 자주 보이는데요, 이걸 타다가 혼자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거나 얼굴을 다치는 경우도 이 [상해]로 커버가 돼요. 저는 예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미끄러져서 병원비를 보상받았어요. (단, 불법 주행을 하다가 사고 낸 경우는 제외됩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병원에 간 경우도 해당되고, 지나가던 개가 갑자기 할퀴어서 상처가 난 경우에도 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요.
ㅤ
소매치기를 안 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 티를 안 내는 거예요. 유럽이라면 현지인들과 비슷하게 입고, 심플한 백팩이나 크로스백만 들고 다니면 타겟이 되지 않아요.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분실/파손] 보험이에요. 하지만 아이템 당 20만원 정도로 보상금 제약이 있어서, 이 보험을 들어도 고가인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항상 잘 챙기는 게 답이에요. 참,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위탁수하물로 부치면 보상이 어려우니 꼭 기대로 가져가세요.
실제 경험한 사례를 공유하면, 공항에서 수화물이나 가방 부서진 경우에도 보상을 받았고, 해외에서 산 도자기류가 깨진 경우, 사진 찍다가 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진 경우, 관광지에서 소매치기 당한 경우, 현금이 든 지갑 잊어버린 경우도 해당해요.
이때는 분실/파손임을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짐을 쌀 때 사진을 미리 찍어두면 도움돼요. 지갑도 내용물이 보이게 찍어 두고요. 사건이 벌어진 이후엔, 현장에서 영상으로 현장을 남기세요. 나중에 필요한 장면만 캡쳐해서 쓸 수 있어요. 또 해외에 있는 동안 한국 집에 도둑이 드는 경우에도 보상이 돼요.
ㅤ
이 항목은 보상 금액이 1억원 이상이고, 보험료 비중도 작지 않아서 '설마 이런 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이 항목이야말로 우리가 여행자 보험을 드는 진짜 이유예요. 특히 [의료이송]의 경우, 현지의 가까운 병원으로만 이송하는지, 본국의 집까지 이송해 주는지를 체크하세요. 당연히 후자로 해야해요.
소액 병원비야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내고 나중에 받아도 되지만, 해외에서의 큰 사고나 응급 이송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거든요. 일어날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한번 일어나면 재정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드는 것이 좋습니다.
실수로 남에게 피해를 줬을 경우에 그 금액을 책임지는 항목이에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여행하면서 남에게 피해줄 일이 없지만, 의도치 않게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숙소와 상점이에요. 익숙치 않은 숙소 구조 때문에 샤워부스 유리를 깨거나 비싼 와인잔을 깰 때도 있고, 백팩을 들고 다니다가 지열된 물건을 떨어뜨릴 때도 있죠.
이때는 빼박 생돈이 나가는데 [배상] 항목에 가입이 되어 있으면 큰 도움이 돼요. 특히 유럽같은 경우, 좋은 숙소일 수록 값비싼 소품과 가구가 많고 호스트가 훼손에 민감하기 때문에 [배상]을 들어두고 편하게 집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예산이 넉넉하다면 가장 좋은 건 여행기간 전체를 커버하는 겁니다. 다만 90일 보다 단 며칠이 더 긴 경우 - 예를 들면 92일이나 95일 같은 경우라면 고민이 좀 될 거예요. 3개월 이상 해외에 있으면 국내 건강보험료 3개월을 되돌려 받기 때문에, 저는 장기로 머무는 경우 90일을 넘길 때가 있는데 이때 보험을 다 들어야 하나 고민을 해요. 그 며칠 때문에 보험료가 5만원 대에서 20만원대로 껑충 뛰어오르거든요. 40대 유럽 기준으로 90일 정도면 총 보험료가 5만원 전후인데, 90일을 넘는 순간 25만원 전후로 높아져요.
이런 경우에는 출국일부터 시작해서 90일까지만 드는 것도 방법이에요. 귀국일 기준이 아니라 출국일 기준인 이유는, 보통의 사건 사고가 여행의 초반에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또 같은 문제라도 여행의 말미에 생긴 사고나 질병은 한국에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여행 초반이라면 난감하죠. 수화물 분실만 봐도,출국시 수화물 분실은 일정을 망칠 수 있지만 귀국행 분실은 한국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요. 그래서 출국일부터 90일까지로 설정해서 보험료는 5만원 대로 유지합니다.
막상 정리하고 보니, 노하우라기 보다는 여행자 보험에 대한 기본기에 가깝지만, 이 기본을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도 주변에 많더라고요. 작은 기록이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 지도 몰라서, 오늘 여유있게 포스팅을 해 봅니다. 이 내용을 Gemini 에게 요청하니 보기 한눈에 들어오는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 줬네요. 상세 내용 읽기 전에 핵심내용 챙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곁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