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로 Apr 10. 2023

복사만 시켜봐도 일잘러는 티가 난다

복사라는 단순 업무에 담긴 여러 의미

매거진 소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마케팅과 PM직무, 운영, 신사업 및 전략까지 다양한 업무를 보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10명도 안되는 팀에 합류하여 자회사를 포함해 23년 기준 200명 가까운 조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연매출 3천만원일 때 합류하여, 22년 기준 350억의 매출을 만들고 있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사수없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하며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딪히고 배운 내용들을 너무나 값집니다. 그 내용들을 이 매거진에 담아보려 합니다. 



복사는 어려워

회사 생활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복사를 하나 시켜놨는데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하는 신입사원 (주로 사회초년생)의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아니 저정도 기업 들어가 놓고, 복사도 하나 못해?" 


그리고, 사회 초년생으로 실제로 일을 하러 회사에 가보면, 대부분 온보딩 기간을 거치며 그 기간엔 약간 단순한 업무들을 지원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복사와 회의준비 같은 것들이죠. (물론 스타트업에는 온보딩 반나절 하고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미디어에서 봤을 때는 한 없이 쉬워보였던 복사라는 녀석이 너무 어렵습니다. 회의 아젠다 참석인원만큼 복사해서 미리 세팅해달라고 사수가 말하는데, 막막합니다. 일단 주변에 물어볼 사람을 찾지만 모두 바빠보이고, 회사 문서에 있을까 하여 검색해도 가이드라곤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네이버나 구글에 복사하는 법을 검색하지만 그 마저도 복사기 브랜드와 제품명에 따라 너무 많습니다. 깔라는 드라이버는 뭐이렇게 많은지, 와이파이로 연결된 것인지, 랜으로 연결된 것인지 너무 복잡하죠.


집에서 프린터와 복사를 할 일이 잘 없었겠죠. 대학에서 아이프린트 등으로 가입만 해서 출력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패드만 보면서 지류와 친하지 않을 수도 있고, PC방에서 출력했을 수도 있어요. 프린터가 안되면 기사님을 불렀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허둥지둥 하다보면 사수가 아직 안됐냐며 자기가 하겠다고 비키라고 하거나, 답답함을 표할 수 있습니다. 그럼 너무 억울하죠, 아니 뭐 알려주고 하라고 하던가요. 


그런데 저는 이 상황을 달리 바라봅니다. 제 생각에 복사 업무를 주는 사람들은 내 팀원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문제해결을 잘 하는지 보고 싶거나, 일을 잘 할만한 사람인지 판단해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복사로 문제해결? 일잘러 파악?

복사를 하는 게 문제 해결 역량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일머리가 있는 사람은 두 가지를 생각할 것 같습니다. 1) 나랑 가장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었을 사람이 누구일까? 도움을 청해봐야지, 2) 그사람에게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솔직하게 옆자리 동료분께 부탁드려야겠다. 이 두가지요. 


그렇게 일단 급한 복사를 끝내고 나면, 도움을 받았을 경우 감사를 표할 겁니다. 거기서 그치면 안됩니다. 누군가 또 들어와서 나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도록 문서 가이드를 만들어둘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요. 이게 제가 늘 말하는 빠른 문제 해결과, 재발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기 입니다. 


그리고 복사를 통해 일머리를 또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복사를 시켜보면 대개는 그냥 일단 복사기 앞으로 가거나, 복사해야할 파일을 열어봅니다. 그러고는 출력 버튼을 누르고 가장 위에 있는 출력버튼을 눌러보죠. 하지만 제 생각에 일 센스가 있는 사람들은 무작정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게 어떤 회의체에 필요한 것인지 확인해보는 사람이 있고, 그냥 일단 파일만 받아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의체를 물어보면 뭐가 좋을까요? 혹시나 사수가 파일을 잘못줬을 경우에 , 사수 혹은 내가 혼쭐 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케팅 회의였는데 받은 파일이 아예 다른 파일이거나, 날짜가 잘못되었거나 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습니다. 


몇부를 뽑으라고 말하면 , 그냥 곧이 곧대로 그 부수만 뽑는 사람이 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2~3부 더 출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왜 좋을까요? 혹시 모를 게스트가 회의에 있거나, 뭐 물을 먹다가 쏟거나 하는 경우에 즉각 응대가 가능합니다. 너무 극단적인 예시라고 생각되실 수 있지만, 종이값 아끼느니 이를 대비하는 게 좋습니다. 


회의가 종료되면 하드카피를 걷어 파쇄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성장 차원에서 리딩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후자가 일머리와 센스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주니어를 마다할 사수는 절대 없습니다. 


제 생각은 일반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극히 제 생각들을 써내려 왔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복사할 때 체크리스트가 이런 거다- 라는 내용이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짜치는 일을 할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 제가 3년간 회사를 다니며 느낀 것은 '쉬운 일, 가벼운 일도 최대한 잘하는 방법을 늘 고민하며 일하는 습관'이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거창하게 일잘러가 되고 싶어서 유료 강의를 들을 게 아니라, 일상에서 발생하는 것들부터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작은 일도 큰 일처럼 해내고, 큰 일도 작은 일 처럼 해내면서 일 근력을 길러 나간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일잘러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지인들을 보면 꼭 이런 조언을 합니다. '회식 장소 찾으라 해도 최선을 다해서 진짜 잘 찾아내봐. 복사도 마찬가지고. 미팅 어레인지도 마찬가지고. 그게 습관이 되잖아? 어느순간 뭐 일이 필요할 때 너만 찾게 돼. 그게 네 강점이 되는거야.' 라고요. 



오늘부터 쓰는 <스타트업 일잘러 되기 프로젝트> 매거진의 첫 단추는 제가 복사 업무를 하고, 누군가한테 지시하며 느꼈던 것들로 시작해보았습니다. 부디, 흥미롭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