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얼마만일까 오롯이 혼자 주말을 보낸 건.
일 년 반정도 됐으려나? 이번 주말은 철저하게 혼자 보냈다. 처음엔 주말 내내 혼자서 뭐 할지 너무 걱정이 되었는데, 정말이지 행복한 주말을 보내서 이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토요일 아침, 밤새 눈이 10센티가 넘게 왔다. 겨울왕국이 된 창밖을 보면서, 전날 먹고 남은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집 청소를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빨래도 갰다(그동안 빨래는 남편이 전담했기 때문). 욕실 선반과, 안방 붙박이장도 정리했다. 점심을 먹고는 배가 불러서 산책을 나갔다가, 이글루를 만드는 아저씨를 봤다. 온 아파트 아이들이 아빠랑 같이 나와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는데 참 귀여웠다. 저녁으로는 육전을 구워 먹고, 요가를 하고, 책을 읽었다. 무려 하루동안 책을 두권이나 완독 했다.
일요일은 8시에 깼지만 일부러 더 잤다. 11시까지 잔 건 정말 오래간만이다. 일어나서 모닝요가를 하고 샤워를 했다. 브런치를 차려먹고, 배가 부른데 굳이 커피와 패스츄리를 배달시켰다.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데,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저녁으로는 한우 투뿔등심을 구워 먹었다. 영상을 보면서 밥 먹는 습관이 안 좋대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배가 금방 불렀다. 영화를 한편 더 보고 침실에 누워서 책을 읽는 지금, 이번주말은 완벽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주말 내내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긴 했다.)
남편도 드디어 화요일에 집에 온다고 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그동안 (주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남편이 따라줬기 때문에) 남편 때문에 뭔가를 못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틀 내내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하고 싶은 순간에 하는 것은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께하는 것만큼이나 혼자 하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이 시간을 잘 즐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