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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May 11. 2023

나는 남편이 가장 필요해요.

안영미 원정출산 논란과 관련하여 드는 생각

안영미 님 임신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반가웠던 건 나도 임신부였기 때문이고, 안타까웠던 건 남편과 떨어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임신 중반부터 남편과 떨어져서 혼자 지냈기 때문에 남일 같지 않았다. 또, 나는 남편을 일주일에 이틀은 볼 수 있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할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쓰였다. 아무리 엄마, 친구, 동료가 곁에 있다고 하더라도 임신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남편이다.

나는 특히 남편에게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편이라 임신기간 동안 철원을 벗어나서 거주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 내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남편이고, 내가 철원에 있으면 일주일에 이틀 외박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달에 사나흘 휴가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긴 것을 알고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어디에서 출산을 할 것인가’였다. 처음엔 막달에 집에 혼자 있는 것도 걱정이고, 혼자 키우는 것도 걱정이니 출산은 친정에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막달검사 때부터 병원을 옮겨야 하니 늦어도 36주 전후로 친정에 내려가있어야 하고, 조리원 퇴소 이후 산후도우미를 쓰면 생후 50일 즈음까지 친정에서 지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즉, 거의 세 달간 남편을 한 달에 사흘씩밖에 못 보는데, 그건 나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자라서인지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 대상이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그렇다. 그냥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친정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철원으로 올라오길 바라지 않았다. 또, 다소 예민한 성격 탓에 친정에 있어도 불편할 것 같았다. 내 집이 제일 편하니까!


결국 ’나는 다른 사람은 다 싫고 남편이 필요한데 그는 내 옆에 없어. 그게 가장 큰 문제야!‘를 외치며 이곳에서 출산하기로 했고, 임신 8개월쯤엔 친정 근처 조리원 예약도 취소했다. 덕분에 막달에도 혼자 있었고, 아기를 낳은 이후에도 (시어머니께서 잠시 다녀가실 때와 도우미가 오는 기간을 제외한) 앞으로의 육아는 전적으로 내 몫이다. 내가 사는 이 도시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남편뿐이고, 일주일에 고작 이틀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만큼이라도 남편과 함께하는 것이 내겐 중요하다는 결론을 가지고 고민 끝에 결정했다. 물론 아이와 남편이 보낼 그 찰나의 시간도.


그런데 내 상황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산후조리와 관련해서 모두 한 마디씩 했다. 왜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지 않냐, 친정엄마가 올라오시면 안 되냐, 시어머니라도 와야 하는데 또 너무 불편할 거 같다, 혼자 키우기 힘들 텐데,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하냐 등 그들에게는 한 번이었지만 나에겐 수십 번이었고, 들을 때마다 싫었다. (남편도 우리 엄마도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씩 들었다고.) 내가 아기가 콩알만 할 때부터 하루에도 몇 시간을 고민해서 내린 결정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 것도, 자기 딴에는 고민해서 조언하는 척하는 것도 언짢았다. 이 세상 누구도 나만큼 고민하지 않았을 거면서!


그래서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는 동안 안영미 님 관련해서 원정출산 논란이 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속상했다. 임신초기부터 지금까지 혼지 지내다가 임신 8개월 차가 되어서야 일을 쉬고 여건이 되어 남편과 함께 지내려고 하는데, 그리고 출산과 찰나의 육아시간을 함께하려는데 하필 아들이라는 성별과, 미국이라는 나라와, 군대문제라는 이슈가 함께 엮여서 논란이 되다니. 친정어머니가 있는 한국이 훨씬 편한데 미국 가는 것은 병역기피가 아니면 말이 안 된다는 둥, 남편이 출산휴가를 나오면 안 되냐는 둥 내가 그간 들어왔던 것과 같이 충고랍시고 가볍게 생각하고 던지는 말들에 화도 났다.


실제로 병역기피의 목적이 있는지는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임신기간 내내 떨어져 지낸 만큼 출산휴가를 낸 지금, 남은 임신후기와 출산, 육아를 남편과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을 알아줄 수는 없는 걸까? 임산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편이다. 내 나라도, 엄마도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순 없다. 그냥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몰라. 나는 그렇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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