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 어른이 된 거 같아?
2017. 06.03
밤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오는 거실에서 엄마랑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있던 행복한 어느 여름 날이었다. 엄마는 내가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계속 크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고 했다. 나 역시 내가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 모르는 것도 배울 것도 많아 대체 언제 다 컸다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물었다.
엄마,
엄마는 언제 어른이 된 거 같아?
순간, 엄마는 금방이라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간 사람처럼 말이 없었고 몇 초의 정적 끝에 말했다. 이제서야 진짜, 진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의외였다. 엄마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맏딸로서, 힘들었던 순간을 함께 견뎌온 동반자로서, 엄마가 이제야 막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다. 그럴리 없다는 듯 왜헤? 라고 되묻는 어린 양에게 엄마는 다시 대답했다.
26살 나이에 결혼을 했던 엄마는 그 때 다 큰 줄 알았는데 나와 동생을 낳고 나니 아직은 아니구나 싶었고, 우리를 키우면서 이제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도 어렸었구나 싶었단다.
언젠가 꽃보다 누나에서 배우 윤여정이 말했던게 생각이 났다. 나도 62살은 처음이라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던 그 말.
결국 우리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다 자랄 수 없다.' 라는 다소 극단적인 결론을 내렸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수 밖에 없으니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자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