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의 몽키 포레스트

몽키 포레스트 주변의 이런저런 우붓의 풍경들

by 머슴농부


우붓의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BNI ATM으로 향했다.


ATM을 찾아가는 길목에는 힌두교의 최고신인 시바 신상이 위엄 있게 서 있었고, 발리 특유의 종교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BNI은행은 트레블 로그 카드로 미리 환전해 둔 금액을 수수료 없이 인출할 수 있어 여행자들에겐 많은 도움이 된다.

약간의 현금을 찾은 뒤 천천히 몽키 포레스트(Monkey Forest)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목에서 숯불 위에서 직접 구워내는 사테를 파는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는데 역시 사테는 즉석에서 바로 구워 주는 것을 먹어야 제맛이다.

몽키 포레스트 근처에 이르자 어딘가 낯익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약 15년 전 이곳에서 오리 요리를 먹었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안을 들여다보니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모습은 거의 그대로였다.


인도네시아에서 “베벡(Bebek)”은 오리를 뜻한다는 사실도 그때의 기억과 함께 다시 떠올랐다.

근처 슈퍼마켓에서 생수와 과일을 사 간단히 갈증을 달랜 후 몽키 포레스트 입구 쪽으로 향했다.

예전에 방문했던 곳이기에 이번에는 입장을 잠시 망설였다.


최근 베트남 껀저에서 수많은 원숭이를 본 터라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담벼락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원숭이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함께 지나는 좁은 골목길이 나타났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이 길은 몽키 포레스트를 가로지르는 사유지로 오토바이는 통행료를 받지만 사람은 무료로 지나갈 수 있었다.


골목길 곳곳에는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지만, 다행히 공격적이지는 않았다.

길을 따라 더 들어가자 카페 겸 식당이 나타났고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대부분 서양 여행객들로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몽키 포레스트 담벼락과 맞닿아 있어 우붓 중심가보다 훨씬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담벼락 위에는 원숭이들이 느긋하게 앉아 있었고, 그 풍경 속에서 맥주 한 병을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은 여행의 또 다른 여유였다.

한동안 앉아있다 다시 길을 나서 몽키 포레스트 주변을 걸었다.


베트남 식당 “사파”가 눈에 띄었고, 이어서 유명하다는 “피손(Pison)”도 둘러보았다.

잘 정돈된 건물과 정원 덕분에 눈길을 끄는 곳으로 특히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피손을 지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일부러 처음 가보는 골목을 선택했다.

골목 안에는 발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국의 문”입구들과 지혜와 재물, 행운을 상징하는 가네쉬 신상이 화려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붓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신이 바로 가네쉬다.

초록이 가득한 풍경과 골목 안에 숨듯 자리 잡은 카페들은 그 자체로 보기가 좋고 들어가 보고 싶게 하였다.

걷다가 발견한 깔끔한 식당에서 “베벡 고렝(Bebek Goreng)”을 주문했는데, 바삭하게 튀겨진 오리 요리가 나름 괜찮은 맛을 선사했다.

이렇게 계획 없는 동선 속에서도 소소한 작은 발견과 흐릿한 옛 기억을 되살리며 우붓의 또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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