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다."
“인생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다.”
자서전을 쓰려고 마음먹고, 노트북을 열거나 노트를 펼친다.
한 장, 두 장... 쓰다가 멈춘다. 왜일까?
너무 큰 욕심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서전을 쓰려다가 포기하는 이유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한꺼번에 담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영화감독이 첫 연출작으로
100년 대하역사를 다루려는 것과 같다.
그것도 혼자서 각본, 촬영, 연기까지 다 하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지치고 만다.
'위인전' 같은 거창한 일대기를 다루려고 하지 말고,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자.
글이 산으로 가는 또 다른 이유는 장르가 뒤죽박죽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청소년 드라마
첫사랑을 만났을 때는 난 로맨틱 코미디
회사에 다닐 때는 사내 정치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오피스 드라마
병에 걸렸을 때는 메디컬 드라마
이혼소송을 할 때는 시리어스 법정 드라마
영화를 보러 간 관객이 코미디를 기대했는데 중반부터 호러가 나온다면?
분명 혼란스럽고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지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장르가 뒤섞인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려 들면 이야기는 무얼 말하려 하는지 흐려지고, 방향을 잃는다.
자서전은 내 인생을 요약하는 작업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하나의 장면을 선택하는 작업이다.
만약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면?
그럼 이런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다.
딱 한 시간, 그 시절의 자신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느 시기로 가고 싶은가?
실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나?
첫사랑에 모든 걸 걸었던 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던 나?
너무 아파서 하루하루 버텼던 나?
바로 그때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써보자.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고 이제는 전보다 지혜로워진 지금의 당신이 아직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그 시절의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과거의 당신이 겪었던 일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독자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