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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겨찾기 Mar 03. 2020

9박 10일 아이슬란드 가족여행(2) : 자동차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아이슬란드 여행

 아이슬란드 여행 일정을 정한 다음 한 일은 자동차를 빌리는 것이었다. 평소 자차를 이용해서 유럽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차를 렌트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먼 곳까지 비행기로 갈 때는 렌탈카닷컴(rentalcars.com)에서 차를 빌리곤 했다.      


 이 사이트는 유럽에서 7년을 거주한 동서가 알려주었는데, 허츠(Hertz), 식스트(Sixt) 같은 개별 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회사별 가격 비교가 용이하고, 차종도 다양했다. 따라서 같은 종류의 차를 보다 저렴한 비용에 빌릴 수 있었다. - 렌탈카 앱도 있다.       


 아이슬란드에는 비포장도로(오프로드)가 많아서 사륜 구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계획은 어디까지나 포장도로인 1번 국도를 한 바퀴 도는 것이었고, 내륙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사륜구동이 아닌 차를 우선적으로 검색했다.     


 우리는 현지 렌트카 업체 중 하나인 가이시르(Geysir)에서 폭스바겐의 소형차인 폴로를 예약했다. 9박 10일 동안의 렌트 비용은 250유로 정도였다. -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다. - 소문으로만 듣던 아이슬란드의 살인적인 물가에 비해 싼 가격에 안도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슬란드 여행 한 달 전 예약을 취소하고 사륜구동 차로 변경했다. 지금도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만약 우리가 폭스바겐 폴로를 타고 아이슬란드 여행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이슬란드에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1번 국도(링로드)를 벗어나 비포장도로를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찾는 관광지가 비포장도로에 있거나, 1번 국도가 공사 중이어서 내륙의 오프로드로 우회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1번 국도가 공사 중이어서 가게 된 내륙의 도로. 왼쪽 아래 흙부분이 도로인데, 경사가 심했다(대신 풍경은 환상적)


  뿐만 아니라 8일차에 간 스네이펠스반도는 1번 국도로부터 1시간 반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했다. 여행 4-5일차에는 북부 산악지역으로 올라가니 눈보라가 치며 도로에 얼음이 얼어 있기도 했다.     

    

 그런 도로를 이륜구동 소형차로 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소형차로 꽤 경사가 있는 비포장도로를 용감하게 올라가거나, 빙판길을 질주하기도 했다. -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연인들이었다.    

  

 우리가 빌린 차는 스즈키의 비타라(Vitara)였는데 가격은 600유로였다. 보험은 기본적인 것만 가입했고, 아이들의 카시트는 독일에서 쓰던 것을 부스터만 가져갔다.      


 600유로 역시 비슷한 급의 차에서는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폴로보다는 2배가 넘게 비싼 금액이었다. 사륜구동임을 고려하더라도 금액 차이가 적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 온 동서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는데, 예약할 때만 해도 돈이 아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우리로서는 조금이나마 크고 안전한 차를 빌린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사가 심하고 움푹 파인 구덩이가 많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데는 소형 이륜구동보다는 사륜구동 SUV가 낫다.  

북부 산악지역의 결빙이 있는 도로. 길은 평평해 보이지만 산 위의 평원 지역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좋은 차’를 타야할 이유는 또 있다.   

   

 아이슬란드는 어딜 가든 바람이 많이 불었다. 특히 해안에서 가까운 도로와 관광지는 바람소리가 온 사방을 뒤덮을 정도였다. 바람은 소리만 시끄러운 게 아니라 그 힘이 말도 못하게 강해서 자동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너무나 강한 바람에 혹시나 차가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웠다. 과장이 아니라 차가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주행 중에 차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날아갈 것 같은 바람 때문에 어떤 관광지에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아이슬란드 남쪽 해안의 비크 근처에 디르홀레이라는 관광지가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자동차가 몇 대 있을 뿐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디르홀레이에서 내려 가는 길. 가운데 까만 부분이 검은 모레 해변이다.

  

 자세히 보니 바람 때문에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덕을 올라갈 때도 바람이 강했으나, 바다에 가깝고 바람에 완전히 노출된 꼭대기는 차원이 달랐다. 가만히 서 있는데도 차가 쓰러질 것 같았다.

    

 물론 날씨가 좋은 여름철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말에 따르면 그처럼 강한 바람 부는 날이 흔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이슬란드의 날씨가 변화무쌍한 것은 사실이었고, 결론적으로 사륜구동 SUV로 바꾼 것은 잘 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빌린 차의 상태는 영 말이 아니었다.      


 렌트카 업체에서 차량을 인수할 때 직원이 체크리스트를 주면서 말했다.      


 “차량에 흠집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밖으로 나가 차량을 보니 곳곳에 돌에 패인 흠집이 있었다. 한 두 개가 아니라 찾으면 찾을수록 계속 나왔다. 전면 유리창도 돌에 맞아 살짝 깨져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튀는 자갈에 자동차가 손상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아내와 나는 전우좌우 흠이 있는 곳을 일일이 체크했다. 가장 놀란 것은 차량 뒷면의 미등 부분이었다. 미등에 굵은 투명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미등을 덮고 있는 커버가 벗겨진 적이 있거나, 벗겨질 위험이 있어서인 것 같았다. - 혹시나 우리가 운전하다가 커버가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바람이 강하기 때문에 정차 중에 차 문을 열어두면 안 된다(문짝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함)


 시동을 걸어보니 차량을 점검받을 때가 되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직원에게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말했더니, 열흘 동안은 괜찮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황당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여행 기간 동안 자동차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차량의 마일리지는 약 10만 km였고 연식은 10년 정도지만, 상태는 20년 된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의 거친 환경에서 주행하다 보니 빨리 노후화된 것이었다. 그 차로 비포장도로 여기저기를 달렸을 테니 그럴 법도 했다. - 아니면 스즈키의 비타라가 원래 안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렌트카 사이트에서 SUV 차량을 검색할 때, 비타라와 비슷한 급인데 렌트비가 1,000유로에 육박하는 차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차들은 아까 말했던 허츠나 식스트 같은 대형 렌트카 업체들의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굳이 400유로나 더 주고 유명 업체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400유로는 차량의 상태와 직결된 금액이었다. 최신 차량에 주행 거리가 짧고 관리가 잘 된 차를 타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 셈이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9박 10일 동안 하루에 적게는 200km 많게는 450km를 이동했다. 1번 국도에서는 최고 시속이 90km이므로, 적어도 3시간 많게는 6시간 이상 차 안에 머물러야 했다. 그만큼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이 중요했다.     


 언젠가 다시 아이슬란드 링로드 투어를 한다면 예기치 못한 도로 사정과 날씨, 차에 머무는 시간을 고려하여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좋은 차를 빌리겠다. 사실 자동차는 그 안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는 제2의 숙소이다.

       

 우리의 자동차 선택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아무 사고 없이 다녀왔으니 완전한 성공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친 바람에 벌벌 떠는 안정감 없는 자동차로 인해 우리 역시 불안에 떨었던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런 불안과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던 것이 있었다. 9박 동안 들렸던 9개의 게스트하우스이다. 게스트하우스는 그것이 원룸 같은 기업형이든 하숙집 같은 가정형이든 간에 모두가 완벽한 휴식을 제공한 안식처였다.     


 유럽 여러 나라를 가보았지만 아이슬란드만큼 숙소에 감동한 나라는 없었다. 게다가 우려와는 달리 비용마저 예상보다 훨씬 저렴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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