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빠 03
돌아오는 길, 검은 밤하늘은 눈동자처럼 깊었다.
맥락 없이 가수 신해철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가 살아있을 때는 팬도 아니었고 지인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나는 그가 내가 살아가는 시간 동안 어딘가에서 쭉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다.
배우 최진실도 그랬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들은 아마도 가족이거나, 시절의 아이콘이거나, 고향 같은 사람이겠지.
신해철을 떠올리면서 나는 전람회의 하늘 높이라는 노래를 읊조렸다.
그야말로 앞뒤에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밤이었다.
떠나가던 그 저녁에 나는 몹시 날고 싶었지
별이 맑은 하늘을 향해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는
그런 밤의 하늘 속으로
- 전람회 <하늘 높이> 중에서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영원하지 않다는 것보다 언제가 끝일지 모른다는 것에 나는 한기를 느꼈다.
이 상실은 무엇으로 상쇄시켜야 할까. 나에게는 몇 번의 내일이 더 남아있을까.
적당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던 것처럼 정답을 발견하지 못하고,
유독 넓었던 밤하늘에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자꾸 그렸다.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