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열 번째 주제
너를 꽤 시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네가 빛을 내며 피어오를 때에도,
온갖 향기를 품으며 영글 때에도,
어여쁜 자태로 자라날 때에도,
나는 그러한 모든 순간을 시샘했다.
너를 더욱 아꼈기에 더욱 시샘했다.
누구보다 네가 소중했기에
너를 시샘하는 동안에도
네가 밟는 땅도
맞이하는 바람에도
좋은 것들만 깃들기를 기도하고 기도했다.
너를 아낄수록 네가 미웠고
네가 미울수록 더 좋았다.
네가 더 높은 곳으로 자라나는 것이 미워도
나만이 너를 곁에 둘 수 있길 바랐다.
사람들이 너를 보며 환한 미소로 화답할 때에도
괜시리 네가 미워 보고팠다.
너는 그렇게도 속상하고 미운 구석이
자꾸만 솟아나도
나는 널 계속 곁에 두고 싶어 안달이 났고
나만이 너를 안기를, 바라보기를 욕심이 났다.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Ram
1.
주로 내가 본 질투가 심했던 사람들은
얼굴에 초조함과 불안함이 묻어있었다.
사람이 참 신기한게,
마음 속 상태가 얼굴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와 가까이 있는 친구들은
내 표정만 봐도 너무나 내 마음을 잘 유추한다.
아, 그런데 사실 내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부분도 크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다고 부러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굳이 감추고 싶지도 않다.
2.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스로마신화는 기가 막히다.
판도라의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이야기로 풀어냈을까.
나 판도라의 마음이 너무나 잘 공감이 간다.
그래서 괜한 것에 대해 순간 시샘하게 되었는데,
그랬는데,
이해가 잘 안가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괜히 한번 더 마음을 확인하고 싶고,
그랬었는데,
하루만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쓸데없이 괜한 것에 시샘하지 말아야지.
지금은 시샘할 대상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니까.
3.
여유로운 시간이다.
듣고 싶었던 히로미 앨범과 차르다시연주곡을 재생목록에 추가하고,
주방 서랍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커피를 발견해 마시고,
아주 달고 아삭한 사과를 깎아두고,
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 쿠키를 옆에 두니,
정말 행복한 시간이 따로 없다.
행복은 만들기 나름이지.
내가 행복해야 너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4.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OST로 잔뜩 깔리는 영화를 보았다.
그것도 3곡씩이나 깔리다니.
일단 이 사실에 별점 두 개는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영화 마지막 부분 쯤 요조가 나오는 신에서는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만 같았다.
요조가 노래하던 장면에서는
사실 노래는 들리지 않았고 계절이 느껴졌다.
-Hee
이따금 정말로 꾸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그 잔혹한 상황 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은 색 바랜 눈빛들,
새벽 길 의미없이 켜져있는 가로등 같은 무심함.
아스팔트처럼 빛 바랜 거짓 마음들 사이를 거닐다보면
언제나 가장 피해가고 싶은 그 골목길을 마주하고야 만다.
어쩌면 현실은 과거와 미래까지도 뒤범벅되어있는 혼돈의 시간
현실 위에 서있는 것은 나이지만 과거와 미래는 결코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내가 서있는 곳은 현실이지만, 마치 살얼음 위에 서있는 것처럼
이 현실이, 이 곳에 서있는 내가 언제 깨질까 불안하기만 하다.
내가 머무는 것은 아주 잠깐의 시간.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내가 시샘할 태양 같은 너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그저 행복할 내일을 기대하며 마음 편히 잠드는 것도
머리 속 한 켠, 아련히 나를 부르는 두통을 잠재우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검은 코트를 여민 채 주머니에 난 구멍을 매만지며
내 악몽 속 추잡한 뒷골목을 빠져 나온다
곧이어 살얼음 위로 기어이 발걸음을 내딛는다.
얼음판 위를 걷다보면 현실과 악몽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그저 주변이나마 나의 빛으로 밝히고 너에게로 향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현실에서도 그러하듯 나의 악몽들 역시 가지런히 고이 개어놓는다.
언젠가 나란히 빨래를 개어놓으며 너와 함께 이야기 할 따듯한 날을 그리며
누군가는 구태여 왜 그 얼음판을 걷느냐 물을지라도
걸어갈 뿐이다
얼음판 건너에 존재할 너에게 향하여, 시샘하며 사랑하기 위하여
이 건너에는 당신이 있다고 믿으며, 나의 믿음이 너를 존재케 할 것이라 생각하며
나란 작은 등불이 너를 따스히 할 것이라 바라며
-Cheol
1.
나는 공연히 열등감을 수집하는 버릇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 잘났을까. 어떻게 저런 빛이 날까. 왜 나는 그럴 수 없나.
열등감 수집의 대상에는 구분이 없다. 내가 절절하게 바래왔던 것들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이미 내 게 아니라며 지나보낸 것들에서도 빛나는 사람들을 시샘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이 가진 능력은 모두 다르니까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그럴 수록 나는 더 비틀어지고 만다. 어째서 나는 이렇게 평범하기만 한 지, 좀 분하고 답답한 기분이라서 말이다. 그들의 열성과 간절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때로는 그들이 쏟은 만큼의 노력조차 해보지 않고 그렇게 바보같은 응석을 부린다.
참 오래도 남을 시샘하며 나를 다그치는, 불안하고 어두운 삶을 살았다. 언제나 주위에 나를 향한 기대가 만연했고 때문에 부담감에 짓눌린 삶을 살다보니 가끔은 시샘이 효능을 보이기도 했다.
‘샘나는 것을 내가 갖기 위해서.’
이런 보잘 것 없는 이유와 질투심 만으로도 사람은 어느정도 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발전에는 역시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 같다. 스스로가 간절히 원하지도 않는 일을 보잘 것 없는 이유만으로 잘 하려다 보면 결국 겉보기와 구색만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지금 나는 허물만 남았고 그 속에는 무기력이 그득하다.
2.
왜 굳이 잘나야만 하는지. 별다른 이유도 없으면서 내가 보통 사람이라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남과 비교하지 않는 연습을 부지런히 한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당장 내가 바라는 일을 충분히 열심히 하면 어느정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재능이나 사람의 천성같이 이제와서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들에 내 질투는 다시 폭발한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꼴 사납게 이번에는 설에 만난 꼬맹이 조카를 질투했다. 꼬맹이가 낯 가림도 없이 잘 웃어주고 말도 이쁘게 하면서 사람을 어찌나 기분좋게 만드는지. 그 어리고 투명한 마음이 너무나 부러웠다. 내가 그 나이 땐 이미 탐욕스럽고 괄괄한 꼬마였는데. 남들이 가질 수 없는 성격을 자연스레 타고난 조카가 한참 사랑스러우면서도 속으로 잠시 시샘하고 말았다. 그러고나니 이 몹쓸 버릇을 꼭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Ho
2016년 2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