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열 두 번째 주제
부피도 없고, 넓이도 없고 길이만 있는 것.
우리가 세월을 지내온 것처럼
널리 퍼지지도 않고
조바심 내어 커지지도 못하고
그저 걷는 것
그렇게 일차원적인 삶을 산다는 것.
삶은 조금 단순하고
복잡하지만은 않다.
수만가지 생각과
수천가지 사람들로 얽혀도
결국 길은 하나라고.
내가 엄마의 손을 잡는 것처럼,
아빠의 눈길을 담는 것처럼
우리는 욕심내지 않고
각자의 방식대로
일차원적인 연결을 지속하며 산다.
당신과 내가 하나의 접점만으로도
이어지는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구태여 넓히거나 키우지 않아도,
당신과 내가 연결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금 더 기쁘게 살아갈 계기가 된다.
일차원 적인 이 관계를
끊어내지 말자.
깊고도 아슬아슬한 우리의 관계는
무척이나 예민해서
다른 점으로는 이을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우리의 순간을, 연결을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우리는 꽤 일차원적으로 살고 있으니.
-Ram
너와 있으면
나는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어.
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어.
너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도 했어.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너는 항상 질문했었지.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냐고.
무엇에 의해 그런 생각을 했냐고.
내 생각에 귀를 기울이던 네가 너무 예뻐보였어.
내 사고에 관심을 가지던 너를 보면 내가 많이 설렜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네가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느껴져서,
너의 프레임 안에서 내 생각보따리를 풀지 않고,
어떻게든 내 프레임을 느껴보려고 하는 네가 나는 좋았어.
너의 생각과 내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다름을 인정했어.
전혀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았어.
혹여나 나를 비판을 하더라도 나는 전혀 기분이 상하거나 그러지 않았을거야.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 너는 나도 모르는 내 눈빛을 알고 있었어.
호기심에 질문을 쏟는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을 나는 알고 있었어.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인 것을 느끼게 되자
나는 너에게 아무 거리낌없이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네게 이야기하려고 했어.
내가 머리 굴릴 필요 없이 편안하게 언제든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어.
난 사실 그때 이런 대화의 가치가, '중요함'이라는 커다란 뭉치가 있다면
그 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을거란 생각을 했어.
하지만 생각보다 내겐 엄청나게 커다란 부분이라는 것을 느꼈어.
다른 가치들보다도 이런 대화의 가치가 내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혹시 너는 이런 대화의 가치가 아직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Hee
1.
쓰고싶은 이야기가 없는 순간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원고지를 앞에 두고서도 바쁜 삶에 지쳐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그렇게 볼품없이 앉아 있는데 건너편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그 여자는 무슨 학부모가 아이데리러 학교 오는데, 풀메이크업에 명품가방을 들고오냐고"
"진짜 허세야 허세. 자기가 제일 잘났다는거지 뭐. 그냥 학부모들 사이에서 잘난 척 하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겠어"
"나는 학교다닐 때 한번도 부모님이 데리러 온 적이 없는데 요즘 학부모들 보면 정말 유세야 유세"
"됐어~ 그냥 우리나라 교육 현실도 그렇고 그냥 우리나라는 답이 없는거지 뭐"
험담을 하고 싶은걸까?
남을 깎아내려서 자신의 온당함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깎아내리는 대화가 아주 자연스럽다.
심지어 일상적으로 하는 이야기 같았다.
20대 후반이거나 30대로 보이는 선생님들이었다.
자신의 일차원적인 삶을 잣대로 사회를 평가하는 것일까?
자신의 짧은 경험으로 기준을 삼고 좋고 나쁨을 가르는 것일까?
혹시 저런 이야기들을 내뱉으며 해소감을 얻는것일까?
사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과의 공존을
나이를 서른살 가까이 먹고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2.
삶이 바쁘다고하여 너를 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너에게 다가가지 않는다고하여 용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연락을 안한다고하여 너를 잊은 것도 아니다.
너에게 손을 건네지 않는다하여 너를 원치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너의 곁을 나의 등불로 밝혀주고 싶을 뿐이다.
너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 역시 너에게 한 사람의 남자이고 싶은 것이겠지.
그자리가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겪은 어둠이 너에게까지 드리우게 하고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우리의 관계는 인연의 우연에 기댈 뿐이다.
단지 나는 너의 존재에 감사할 뿐이다.
-Cheol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6년 2월 2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