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일흔 일곱 번째 주제
세월을 조금씩 짓이겨 가며
잘근잘근 밟아 나가는 즈음에,
집에 기계가 고장난다거나
새 가전을 사야한다거나 하는
크고 작은 일을
나의 의견을 보태어 실행하는 걸 보면서
아-
나의 처절한 어른 흉내가
이다지도 크지도 못한 나의 기둥이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구나-.
실은,
딸이거나, 누나이거나
언니이거나, 어른의 행색이 아니라
나는 여전히 채 성숙하지 못한
아이일 뿐인데도.
잔뜩 움츠린 어른이 되어
시간이 쪼개지는 사이사이마다
어른 흉내를 내기 위한 마음을 숨겨두었었다.
그러다가 문득
지저분히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줍고
밀린 빨래 더미에 지쳐
홀로 밝기만 한 형광등에 눈을 감으면
자꾸 숨겨두었던
내가 삐져나온다.
아니, 터지고야 만다.
그럴때면
비어 있는 공간마다
울음소리로 가득차버려서
몇 번을 울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에
끅끅 흐느끼는 소리만 메아리 삼아
나만이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순간을 보낸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애매한 무언가의 내가.
-Ram
1. 올 여름엔 옥동자
3년 전 여름엔 쿠앤크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2~3개씩 먹었다.
2년 전 여름엔 와일드바디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2~3개씩 먹었다.
올해 여름에는 우리집 냉동실에 옥동자가 항상 구비되어 있다.
집 근처 마트에서 마침 아이스크림을 엄청 싸게 팔고 있어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트에서 한가득 사온다.
어떤 주말에는 눈을 뜨면 물 대신 아이스크림을 먼저 꺼내 먹는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적에도 그랬었는데,
잠에서 채 깨지 않아 눈도 반쯤 감겨 있는 상태에서
쇼파에 기대어 아이스크림을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아빠는 애들같다며,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어딨냐며, 나를 놀렸다.
이상하게도 작년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생각이 잘 나진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스크림 생각이 안나는 내 자신을 보며
입맛이 변했나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걸, 올 여름에는 옥동자인걸.
2. 이상한 시간들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소모적인 시간들.
되돌아보면 허탈한 웃음만 나는 우스운 시간들.
감정보다 계산이 앞선 시간들.
3.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면서 철이 들고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아이임을 숨기고 나름대로 철저하게 표정관리를 하며
어른인 척 하는 것인가.
-Hee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렇게 이유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있을때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저렇게 맑을 수 있을까. 부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저 아이들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 아이는 잘 헤쳐나가고 있을까.
가슴은 자꾸만 두근대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어서 빨리 달리고 싶었다.
이 그늘도 언젠가 지나가겠지.
쉬이 떠올리지 않던 한마디를 써버리고야만다.
힘들다.
마음이 무겁다.
-Cheol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하며..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7년 5월 2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