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언젠가 달리는 차 안에서

별 것 아닌 말 한마디에


심장도 아니고, 뼈도 아닌

그 부근 어딘가가

찌르르- 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이 어디인지 물었을 때

아 이곳이구나, 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마음이 어디인지 인지한 순간부터

그곳은 상처 받기 쉬워졌다.


혹독한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메마른 손길에도

마음이 찌르르하고

콕콕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프지만 아프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상처가

쌓이고 쌓이다 보니

결정할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을 사랑이라 정의할 것인지,

잡지 못할 병이라 정의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때가 잦아든 것이다.


마음이 찌르르한 기분이 든다.



-Ram


1. 마음의 병

그날은 아침부터 잔뜩 예민했다. 사실 그 전날부터 예민했었는지도 모른다.

잠에 들 때도 신경이 곤두서있고, 잠을 잘 때도 신경이 곤두서있었을지도 모른다.

평소 같았으면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뇌리와 마음에 꽂히고,

날이 바짝 서 있었던 나는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누구에게던지 까탈스럽게 굴었고,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 내게 지적을 하면 내 자신을 되돌아 볼 기미도 없이

괜히 서운함을 더 먼저 느껴서 또다시 공격태새를 갖추었다. 악순환의 연속.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는 시간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지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예민함이 피크에 오르기 전에 내 자신을 내가 말렸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사르르 녹을 정도로 내게 왜 따뜻하게 한 마디 해주는 사람은 없지, 라는 생각도 들고.

(사실 그 사람은 실제로 옆에 있지만, 내가 예민함에 눈이 멀어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쉬이 마음이 편치 않았던 시간들이 지나간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느끼며 뒤늦게 내 자신을 탓한다.

어쩌면 그럴 때마다 불안감에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 변할 것만 같은 두려움, 식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잠에 든다.

아니길 바라면서.


2. 괜찮아요

그렇게 날 품에 쏙 넣고 포근하게 안아주면,

그깟 보일러정도 하루쯤은 켜두고 나와도 괜찮아요.

그렇게 내 귓가에 좋아한다고 속삭이면,

그깟 풀따위 안먹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내게 너무 사랑스럽다고 얘기하면,

그깟 십분따위 늦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면,

그깟 사과차따위 딱히 오늘 안먹어도 괜찮아요.


3. about

영어공부 겸으로 어떤 팟캐스트를 듣는데,

그 날 주제는 about과 of였다.

팟캐스트 진행자가 그 예시를 들어줬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Think of you는 너의 얼굴이나 너의 모습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이고,

Think about you는 너의 얼굴이나 모습 뿐만 아니라, 너의 말투, 너의 몸짓 등 구체적인 것까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Hee


오늘보다 내일의 내가 다를것이라는 확신. 어제의 확신을 현실로 만드는 오늘. 그렇게 하루 하루를 채워가며 살아가고 있다. 해야할 일은 많고, 잘하고싶은 욕심도 많다. 다만 내 현실은 부족한 것 투성이다. 모두가 완벽을 꿈꾸지만 누구나 완벽에 가깝도록 자신을 채울수는 없는것일까?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내 마음에 병이 들지 않도록 주변을 항상 정리한다. 언제나 맺음과 풀어짐이 선명할 수 있도록, 이따금 시련이 와도 묵묵히 아침을 맞이한다.


다만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저 애쓰고 행동하며 노력한다. 내 꿈에대한 끈을 놓지말아야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어서 핑계거리도 피할 곳도 없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외면하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허기진 마음을 채우지 않고, 나의 부끄러움에 애써 맞서는 하루를 보낸다.


마음 속에 먼지가 앉지 않도록 할 일을 하자.

조금만 부지런하게 되도록 담담하게.



-Cheol


병든 네가 밉다. 우리 삶을 갉아먹는 건 네가 아니라 네 병이란 걸 아는데도. 이제는 내가 너를 죽어버리게 둘 수 없는 이유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인지, 나의 죄책감 때문인지 알 수 없어지는걸. 있잖아, 같이 술 한 잔 할 수도 없는 네가 괜히 미워. 아프면 아프다고 말 한 마디 할 수도 없는 너에게 바랄 일은 아니었지만. 밥도 잘 먹지를 못하는 너에게 바랄 일이 아니었지만 말이야.


같이 지낸 날보다 지내야 할 날들이 더 적을 거란 직감이 전보다 자주 들어. 언제까지나 함께 지낼 수는 없을 거란 사실을 이미 각오하고 너를 맞이했는데도 매번 슬퍼져서 어쩔 줄을 몰라. 그런데 그 슬픔이 이제는 묘한 안도감을 내게 쥐여줘. 그럴 때면 너보다 내가 몇 배는 더 미워. 너도 그런 내가 미울까.


세야. 그래도 난 아직 남은 네 삶이 어떻게든 행복으로 그득하게 채워지기를 바라. 가진 게 많지 않지만 나는 내 삶을 토막내 너에게 줄 테고 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우리 오롯한 진심이 오가는 가족이니까. 힘내자.



-Ho


2017년 11월 2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매거진의 이전글"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