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나는 종종 길을 헤메이거나

닿지도 못할 것들을 욕심내곤 했다.


아니 사실 자주 그랬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명한 것을 가늠하는 눈이 모자라서

덕지덕지 붙는 미련 같은 것에도

몇 걸음을 물러나 울었는지 모른다.


입과 귀를 막고 숲으로 도망쳤을 때에도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말들을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었을 뿐이었다.


더 큰 숲을 찾지 못했을 때엔

내가 그대로 곤두박질쳐져서

산산조각나버리길

빌며 소리없는 울음을 삼켰다.


어디에도 속할 곳이 없는 황망함은

또다른 숲을 찾게되거나,

이미 돌아온 곳을 그리워하게 했다.


길을 헤메었거나 욕심을 부렸던 길들은

모두 내것이 아니었거나,

상처를 주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욕심나는 길들은

어느 숲에 내어져 있을지 모를 일이라서.


그래서 그러는 것이다.

울거나 빌면서도

그래서.



-Ram


너의 숲에 들어가고 싶었다.

너의 숲에 들어갔다.

너의 넝쿨들이 나를 타고 뒤엉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의 넝쿨들은 서서히 나의 팔, 다리, 몸통 등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쉬이 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지은 채로 너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너는 내게 괜찮다고 말했다.

나는 나를 뒤덮고 있는 넝쿨들의 뿌리가 얼마나 단단할지 상상해보았다.

내가 숲을 헤치고 걸을 때, 너의 넝쿨들의 뿌리가 약해 쉽사리 뽑히게 되면 어쩌지라는 상상도 해보았다.

너의 뿌리가 단단하고 무성해서 나의 작은 몸부림에도 나를 잘 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숲은 내게 아득하고, 안락함을 주어 그 안에서 내 마음껏 뒹굴고 싶다고 생각했다.



-Hee


언제나 숲을 보면 마음한켠으로 안심이 되곤한다. 여름에는 우거진 수풀에서 느껴지는 풀내음에 생명의 가득함이 느껴지고 가을에 지는 낙엽들에는 왠지모를 측은지심이 들고는 한다.


봄날에는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며 피는 꽃들이 반갑기도 하고 겨울에는 추위를 머금은 황량한 숲이 으스스하기도 하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자연의 생기가 확연히 느껴진다.


숲. 숲은 언제나 정겹다. 선생님을 따라 종종 걸음으로 따라다니던 시절도 교수님을 따라 도란도란 것던 시절도 좋아하는 사람과 머쓱하게 단둘이 걸어보던 순간들도 언제나 정겹다.


산길을따라 나있는 숲을 돌아나와 먹던 치킨도 저수지 끝자락 산길 언저리에 형성되어있던 보리밥 집도 언제나 정겹다.


숲. 항상 고마운 존재.



-Cheol


고작 다섯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숲 속에선 랜턴 없이 한 발자국 내딛기가 어려웠어요. 아직 적당한 박지를 찾지 못해서 마음이 다급해졌죠. 굉장히 추운 날이었고 알 수 없는 짐승 울음소리가 자꾸만 크게 들리는 것 같았고요. 그날따라 주변에 사람도 없었어요. 불을 꺼야 할지 더 세게 키워야 할지, 음식 냄새를 풍기며 밥을 먹어도 되는지, 무리해서라도 숲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지. 다 자란 성인이 되어서도 겨울 숲에 관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일단 텐트를 급하게 펼치고 나서 불을 꺼버렸죠. 그리고는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끼니를 해결하곤 밤새 잠을 설치며 추위에 떨었어요. 사실 자연이란 게 사람에게 그다지 친근하지 않거든요. 자연을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거나 숲의 맑은 공기가 좋아 숲을 찾는다는 말에는 지금도 공감하지 못해요. 숲은 포근하지도 사람을 보듬어주지도 않아요. 그건 순전히 그날 날씨나 기분 탓이죠. 그럴 땐 어딜 가도 다 좋거든요. 그래도 제가 숲을 찾는 이유라면 숲이 아름답기 때문이겠죠. 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자꾸만 보여주거든요.



-Ho


2017년 11월 1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매거진의 이전글"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