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예순 다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1.


나의 기억은 새콤달콤에서부터였다.

100원이었던 새콤달콤이

순식간에 200원, 300원이 되었던 IMF.

그리고 인플레이션.


가치가 순식간에 뒤바뀌고

그 작은 변화들이 어떤 바람을 일으켰었는지,

그 때는 잘 몰랐었다.


2.


군것질을 워낙 좋아해서

과자가 집에서 동난 적이 없었다.


주로 개별포장된 작은 크래커, 쿠키류.

먹으면 목이 퍽퍽하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있는 그런것들.


10년이 지나도

고향집에 오면 새로 채워져 있는

그런 과자들.


3.


요즘 내가 자주 먹는 과자는

막대초코 과자인데,


오독오독 끊어서 먹을 때

재미있다.


타각타각 소리내어 끊어 먹으면

어느새 동생이 옆에 와서


누나 나도.


하는 그 말에 몇 개 내어주면

동생도


오도독오도독.


말없는 거실 공간에

과자 씹는 소리만

가득한 게

괜스레 재미있거든.



-Ram


1.

어릴 적에 부모님이 슈퍼에서 까까하나 사오라고 하면서 만원을 쥐어주면,

나는 정말 까까하나만 사오고, 거스름돈을 몽땅 남겨왔다. 반면에 동생은 까까뿐만 아니라, 남은 돈을 더 채워서 다른 까까들과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등을 만원 꽉 채워 사왔다. 매번 그랬다. 나는 딱 부모님이 말한 것만 사오고, 남은 거스름돈을 그대로 들고와서 부모님 손에 쥐어드렸다. 손이 딱히 크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면, 뭔가 부모님이 말한 것 외에 것들을 예고없이 부모님 돈으로 사오기가 괜히 미안해서 그랬다. 이건 다 우리 엄마의 경제관념 때문이다. 엄마는 무조건 아꼈다. 특히 돈에 관해서는 진짜 용돈도 박했고, (예컨대 초등학교때 친구들이랑 수영장간다고 오천원만 달라고 해도, 돈이 없다고 안주셔서 서러워서 운 기억이 아직도 난다) 굳이 아끼지 않아도 될 것인데도 아꼈다. 그래서 나는 어린 마음에, 딱히 우리집이 엄청나게 부자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박혀있어서 남은 몇 천원들을 다 쓰기가 괜히 겁이 났다. 내가 만약에 남은 돈을 다 써버렸다고 하면, 부모님이 당황하시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며 덩달아 나조차 무안해질 것 같다는 마음에 쓰지도 못하고 작은 손에 고이 접어서 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내 돈을 스스로 벌 수 있는 시기가 오자, 마트에서 과자나, 맥주, 과일 등을 마음껏 집어들어 계산하는 날 보면 뭔가 나도 어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래도 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왜 엄마가 아끼라고 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2.

왜 가루가 많이 떨어지는 과자가 더 맛있을까.

(특히 집 쇼파에서 먹기 어려운 과자들 있잖아)

후렌치파이(딸기), 쌀로별(오리지널), 콘칩, 새우깡, 콘초코, 포테토칩(오리지널) 같은거.



-Hee


오손도손 모여앉게 만드는

우리 사이 어색함을 덜어주는

심심한을 채워주는


공부할때도

업무중에도

드라마를 볼때도


중요하지는 않은데,

없으면 서운한


쓰다보니 꼭..

당신같다.



-Cheol


1.

안주머니에 막대사탕 몇 개를 늘 넣어 다니다가 어떤 순간에 아무렇지 않게 하나씩 건네는 게 여자의 호감을 사는 비법이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사탕을 늘 갖고 다니는 것이 매력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난데없는 사탕은 분명 상대가 나를 한 번쯤은 더 떠올리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했던가. 그때 나는 담배 냄새를 덮으려고 사탕과 껌을 핸드백 가득 갖고 다니던 여자를 만나던 때라서 그저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금정산 정상석 앞에서 서로 사진 찍어줬던 여자가 건넨, 다 녹아 뭉그러진 초콜릿은 확실히 몇 번이고 그 사람을 생각하게끔 만들긴 했다.


2.

나는 과자 먹을 때 젓가락으로 먹어. 왜요? 그냥 그게 편하고 좋으니까. 손에 가루가 묻지도 않고. 그렇구나. 똑같은 거야. 뭐가요? 내가 남자 좋아하는 거 말이야. 손으로 집어먹든 젓가락으로 먹든 과자 먹는 건 똑같잖니. 내가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나는 늘 사랑이 이끄는 삶을 산다고.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서. 내가 좋아하는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서 그대로 듣는 건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게이바 구석에 앉아 술 마시며 시간 보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별 수 없는 일에 지나친 용기를 내야만 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 내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똑같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뿐인데 그들의 삶은 사랑이 이끌고 내 삶은 의무감이 이끄는 이유는. 그건 아무래도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좋아하는 한 가지를 위해 나머지를 모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결심의 과정을 지나왔다는 점. 그리고 나는 좋아하는 것과 자극적인 것을 구분조차 못해서 늘 술 취한 사람처럼 생각 없이 자극을 찾아 충동적으로 떠내려간다는 것.


좋아하는 일이 왜 좋은지 이유를 계속 생각해봐. 좋아해도 괜찮다는 변명거리 말고. 진심으로 좋은 것만 꾸준히 좋아하라고.



-Ho


2019년 2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매거진의 이전글"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