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열 번째 주제
1.
유일한 나의 꾸준함.
살면서 누군가
아주 오래 무언갈 한 적이 있느냔 말에
대답할 수 있는
나의 것.
2.
사실 오롯이 나의 것은 아니지만
몽글몽글한 각자의
감정이 곧 나만의 것인 느낌.
그런 복잡미묘한 일요일이
되는 느낌이 꽤나 즐거울 때가 있다.
3.
누군가에게.
어쩌면 표현의 공간이면서
감정의 배설이 되진 않을까
고민했던 날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Ram으로 읽어주었고
그럼에도 누군가는
도도프(애칭)를 지독하게도
끈질기게 붙들어 주었고
누군가는 그런 도도프를
계속 아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20대와 30대,
그리고 모든 감정과 글이
여기에 녹아있어서,
길을 잃는 과정에서도
아주 약간은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전한 우리라서.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어서.
-Ram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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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2일부터 지금까지 400개 이상의 주제들로 매주 거르지 않고 글을 써왔고, 서울, 평택, 제주도, 뉴욕, 대전, 춘천, 수원, 군포,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글을 올렸다. 같은 주제지만 네 명의 멤버들 모두 생각하는 방식이나 느끼는 부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매주 멤버들의 글을 기다렸다. 여전히 나는 멤버들의 글을 기다리며 설레곤 한다.
예전 글을 읽다 보면 그 시절의 고민, 그때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데 종종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지금 다시 읽다보면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글들도 여럿 있어서 같은 글이지만 내가 놓인 현재 상황이나 현재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글의 신비로움이란.
2.
누군가는 나를 알아가기 위해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글을 정독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나를 알기 전 나에 대한 선입견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쓴 글들을 읽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었다. 두 경우 모두 나는 별 다른 코멘트를 달지 않았다.
3.
누군가는 마치 도란도란 프로젝트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 줄 아는 것 마냥 내 시간을 보장해 주었지만, 누군가는 도란도란 프로젝트가 자기 자신보다 중요하냐며 내게 물었었다. 물론 난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대한 내 생각을 입 밖으로 단 한 마디조차 꺼내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4.
도란도란 프로젝트 멤버들의 글을 읽다 보면 갈등이 느껴지는 글, 시간에 쫓겨 어렵사리 겨우 쓴 글, 어떤 상황에 대한 마음을 애써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토로하듯 써 내려간 글, 명확한 수신자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미처 전하지 못한 글 등 그들의 많은 마음들이 온전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정말로 마음이 동해 글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별 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그 상태로 보전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5.
지난 8년 동안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읽은 독자들이 내게(그리고 멤버들에게) 종종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오곤 하는데, 그 응원의 메세지가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정말 감사합니다.
-Hee
때로는 어디에도 말한 적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진실되게 쏟은 적도 있었고,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을 내 일처럼 쓴 적도 있었습니다. 끝끝내 발신하지 못할 편지를 주제를 빌려 쓰기도 했고, 어떠한 순간의 단편적인 마음과 기억들을 일기처럼 많이도 써냈습니다. 그게 어느새 육 년째입니다. 저에게는 꽤 놀라운 일입니다.
매주 짧은 글 하나를 쓰는 일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아니 처음에는 쉬운 편이었다가 이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중입니다. 지금 쓰는 이 말이 언젠가 똑같이 했었던 말 같기도 하고, 그 언젠가에 했었던 말을 완전히 반박하는 말 같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글을 쓰다가도 자주 잊어버리게 됩니다. 글이 길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면 분에 못 이겨 주제를 포기해버린 적도 꽤 있었죠.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거나 아주 없었던 주제를 만나면 글이 참 쉽게도 나오는 반면에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주제, 할 말이 너무나 많았던 주제를 만나면 글이 일요일 저녁 영동고속도로만큼이나 정체됩니다. 이번 주제가 저에게는 딱 그런 주제입니다. 할 말이 너무나 많아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마당에 이십대의 절반 동안, 매 주마다의 단편적인 제 모습이 기록된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또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멤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도 늘 행복하세요.
-Ho
누구든 각자의 커뮤니티가 있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누구는 누군가의 움막이 되고, 누군가의 지붕도 된다. 새로 올라가는 움막도 있고, 이제 허물어지는 곳도 있다. 벽이 두꺼우면 어떻게든 뛰쳐나가 혼자가 되고싶다가도 냉랭한 바람에 노출되면 지난 곳을 돌아보는 날도 있다. 자신만 쏙 들어갈만한 침낭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두 사람의 공간을 위해 단촐한 기둥을 세우는 사람이 있으며, 너무 큰 기둥을 세우느라 그 아래 깔리는 사람도 있다. 익히 잘 알려진 황경신 시인의 <거리>라는 시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과 나 사이에 거리가 있어야 // 당신과 나 사이에 바람이 분다 // 당신과 나 사이에 창이 있어야 // 당신과 내가 눈빛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모순되게도 사람은 거리가 있으면 열을 다해 거리를 좁히려 드는 존재다. 그렇지만 붙이려 노력한 사람만이 적절한 거리를 알 수 있다. 바람이 분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바람이 멎는 시간도 필요하다. 누군가에겐 적절한 거리란 결국 붙을만치 가까워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리라.
글이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좋은 글. 세상에 글이 많아질 수록 좋은 글을 찾기가 어렵다. 좋은 글의 양도 늘어나겠지만 그 글을 찾는 피로감이 물에 불듯 늘어난다. 내가 앉은 이 곳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이들을 위해 작은 타일이라도 한 장 나를 수 있는 사람일 수 있다면.
-소고
2021년 11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