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마흔 네 번째 주제
**이번주, 마흔 네 번째 주제부터 새로운 멤버인 Bor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모두 함께 매 주마다 새로운 주제를 맞이하며, 자박자박하게 글을 써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Ram, Hee, Cheol
콩에 대한 소소한 견해
나는 콩음식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검은콩, 완두콩(아 정말 이건 정말 맛이없다), 콩자반, 콩이 쫑쫑 들어간 백설기..콩콩콩!
콩스러운 음식은 전부다 싫었다
(두부나 두유는 좋다)
언제부터인가 ‘콩'이라는 음식이
흔히들 말하는 '슈퍼푸드'라는 이름으로
각종 언론에서 회자되고 추천하며
심지어 콩만한 음식이 없다는 말을 계속했다.
나는 실제로 음식이 나오는 요리를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가끔 콩고기나 콩비지 등을 극찬하며
이보다 더한 음식은 없을 것이라는 극찬을 들을때면
비위가 매우 상하기도 한다.
내게는 초콜릿이나 디저트나 고기 또한 세기의 발견과 같이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인데,
(물론 콩이 정말 건강에 좋고 또 좋은 것은 맞지만)
가끔 추천보다는 강요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싫은 것은 싫은 것이며
특히나 생존을 위한 것을 떠나서
만족을 위해 먹기 시작하는 식사 중에도
나의 기호를 '어린’ 입맛으로 가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유익한 것과 선호하는 것이 같다면 금상첨화이지만
그것이 다르다고 해서 강요하거나
'그것'조차 못먹냐는 시선은 옳지 않다.
-Ram
1.
예전에는 완두콩을 제외하고 콩밥은 무조건 싫어했다. 특히 우리집 밥상에 까만 검정콩이 들어있는 콩밥과 강낭콩이 콩밥이 많이 올라왔었다. 일단 색감 자체부터 내 식욕을 떨어뜨렸다. 밥을 다 먹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나와 달리 아직 내 밥그릇에는 남긴 콩들만 수북해서 엄마가 숟가락으로 푸욱 떠 가셨다. 그냥 제대로 콩을 먹어보지도 않고, 콩이 들어있으면 안 먹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보고 '친할머니가 콩밥을 안드시는데, 너가 그대로 닮았나보다'라고 하셨고, 나는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아, 나는 콩을 못 먹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다지 콩밥을 먹을 일이 많이 없어서 그냥저냥 넘어갔다. 물론 식당을 가거나, 집 밥상에 콩밥이 나와도 내가 콩을 안먹으면 그만이니. 그리고 한 3년 정도 집에서 독립해 밖에서 산 적이 있었다. 일 년에 거의 집에 온 횟수가 10번이 안됐었다. 명절날을 포함해서. 그 가끔 집에 와서 먹는 집밥에 마침 콩밥이 있었는데, 맨날 밖에서 사먹는 조미료 듬뿍 담긴 음식이나, 인스턴트만 먹어서 굉장히 집밥에 허기져 있던 나는 허겁지겁 식탁에 밥을 차려 먹었다. 어머나 세상에. 콩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그때 아마 강낭콩밥이였을 것이다. '이게 이렇게 고소했어?’, '어머? 콩이 이렇게 맛있었냐고! 왜 나는 몰랐지?’ 라는 생각으로 밥 한 숟갈, 두 숟갈, 세 숟갈…. 떠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콩밥의 참맛을 음미하며 먹었다. 허허. 역시 세상에 내가 못 먹는 건 없었다.
2.
나는 올해 10월에 난생처음으로 작두콩을 보았다.
어머나 세상에…………………
굉장히 위협적인 콩이였다. 무려 콩 한 알이 내 엄지손가락만했다.
그리고 그 작두콩을 품고있던 콩깍지는 또 얼마나 컸던지. 콩깍지가 작두같이 생겨서 작두콩이라고 한다.
이름도 무시무시하고, 크기도 무시무시하고, 생김새도 무시무시하다.
밥에 넣어 먹어봤다.
음, 처음 깨무는 순간 콩 껍질이라고 해야하나, 조금 질긴듯한 느낌이였다. 오래 씹으면 고소하긴 하다.
밥그릇 안에 작두콩이 5~6알만 들어있어도 정말 꽉 차보인다. 쌀들이 정신을 못차리는 느낌이였다.
정말 올해 가장 인상깊은 만남이였다.
3.
살면서 돼지껍데기를 딱 한 번 먹어봤다.
고깃집에서 친구가 '갈껍이'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
'갈껍이'라니.. 사실 나는 갈매기살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조금 퍽퍽한 느낌이랄까, 오래씹으면 턱이 아프다. 왠지 껍데기도 아직 먹어보지 않았으니 뻑뻑할 것 같아서, '뭐야? 다 뻑뻑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했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소주 한 잔.
일단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 있는데, 주문한 '갈껍이'가 나왔다. 껍데기는 생각보다 기름져보였다.
타닥타닥 껍데기가 익는다. 매우 느끼해보여서 어떻게 먹냐고 물으니, 앞에 콩고물에 찍어먹으면 된다고 한다.
노릇노릇 잘 익은 돼지껍데기 하나를 콩고물에 푹 찍어서 입안에 넣었다. 왠지 나는 콩고물 맛으로밖에 못먹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흠.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다시 껍데기 하나를 집어 콩고물에 푹 찍어 입에 넣었다.
콩고물에 찍은 껍데기는 맛있었다. (원래 콩고물을 좋아하니 맛있을 수 밖에)
돼지껍데기에는 콜라겐이 참 많다던데. 콜라겐은 피부에 참 좋다던데.
하지만 그 뒤론 돼지껍데기를 접하지 못했다.
-Hee
나에게 고독하고 외로운 것은 문제가 아니다
내가 진흙탕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고독과 외로움은 나에겐 동반자 같은 존재다
고독과 외로움은 나에겐 토양과 같은 존재다
그래 오히려 고독과 외로움이 없다면 한 켠으로 불안해 할지도 모른다
다만 나에게 문제는 나의 등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것일 뿐이다
다만 나에게 문제는 나의 줄기가 태양을 향해 자라나는 것일 뿐이다
단 한 개의 등불 일지라도 상관없다
단 한 개의 이파리 일지라도 상관없다
나만의 빛으로 빛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고,
나만의 뿌리로 피어나는 이파리를 펼치고 싶고,
그 빛으로 누군가의 어둠에 빛이 되어주고 싶다
그 이파리로 누군가에게 쉬어갈 그늘 한 켠 만들어주고 싶다
나에게 고독하고 외로운 것은 문제가 아니다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라난 옅은 감정은
그저 얕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잔가지일 뿐이다
고독과 외로움을 품고 품어 깊게 뿌리 내린다
나의 줄기가 솟아오르고, 나의 가지가 뻗쳐나가 너에게 펼쳐 줄 나의 이파리를 생각하면서
고독과 외로움을 품고 품어 깊게 뿌리를 내려본다
하루를 살아도 스스로 대지에 뿌리를 뻗치고
나의 줄기로 시원한 그늘 한 켠 만들고 살 수 있느냐 그것이 문제다
나에게 고독하고 외로운 것은 문제가 아니다
-Cheol
제목 : 1
쌀쌀한 어느 초겨울, 두 사람은 어느 커피숍에 들어섰다. 남자는 살짝 취기가 올라있었고, 여자는 심드렁한 듯 말이 없었다. 둘은 평범한 프랜차이즈 치킨가게에서 치맥을 먹고 커피숍을 들어가는 길이다. 어느 보통의 커플처럼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달랐다. 남자는 해외에 정착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해주길 원했다. 반면, 여자는 모든 삶의 기반이 한국에 있었다. 한국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치 그곳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겼다. 치킨집에서 싸운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었다. 남자는 떠나고 싶어 했고 여자는 머물고 싶었다. 여자는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화제를 꺼내는 남자가 못마땅했다. 둘은 치킨집에서 내내 말이 없었고 결국 커피숍으로 온 것 이었다.
남자는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시켰다. 술에서 좀 깨고 싶었다. 말도 없이 혼자 술을 빠르게 마신탓에 정신이 몽롱했다. 여자는 방금 전 빠르게 치킨을 먹은 탓에 소화가 되지 않았지만 그린티 라떼와 작은 초콜렛 케익을 주문했는데, 기분탓에 뭔가 달달한 것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커피가 나올 때까지 말이 없다가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여자는 슬며시 남자의 무릎에 자신의 무릎을 댔다. 남자는 거부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러한 손길마저 그리웠던 것이다. 남자는 이 숨막힐 것 같은 긴장감이 풀리기를 기다렸다. 남자는 계속 자신의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그것은 자신이 했던 말이 입에서 발화한 순간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말에 일그러지는 그 여자의 미간의 주름을 본 순간부터였다. 치킨은 지루했고 맥주는 맛을 잃었던 것이다. 그 날은 유독 추웠다.
커피숍은 조용했고, 따뜻했고, 한국시리즈도 없었고, 취객도 없었다. 그리고 각자의 차가운 손이 따뜻한 잔으로 향했다. 그들이 고른 커피는 각자 그들이 원하는 것이였고 그 사실이 그들을 흡족하게했다. 남자는 술에서 조금씩 깼고 여자는 조금씩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솔직히 그녀는 쉬폰케익이 먹고싶었지만 차선책으로 그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였은데 기분이 좋아진 이유는 순전히 케익이 맛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케익은 딱딱하고 퍽퍽했다.
여자의 손이 남자의 무릎으로 남자의 손이 여자의 무릎으로 향했고 천천히 둘은 그 둘이 마주하기 싫어하는 주제를 피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것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들은 분명 다른 하나로 존재했지만 어느때보다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Bor
2014년 11월 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