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속도"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일흔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시간은 늘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다.

혹여 내가 달아나기라도 할까봐

꼭 내가 도망치는 속도로

따라붙는다.


원망할만한 것도

별 것 아닌 것도

전부 다 담아서 쫓아온다.


나는 그 속도에 발맞추어 뛰다가

이따금 그 물결에 잠겨버리고 만다.


그렇게 잠시 엉킨 리듬에

구르고 허우적대다가


겨우 숨을 되찾고 나면

다시 뜀박질이 시작된다.


시간은 내게서

아주 멀어져서도, 빨리 다가와서도

안되니까.


그렇게 외줄타기 같은

속도는 곧 나의 발자국으로 남는다.


그렇게 운명을, 시간을,

경험을 채우면서

그렇게 나아간다.

아니 어쩌면 돌아간다.



-Ram


이상하게 혼자 러닝을 하면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에 띄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항상 그냥 어느 일정한 평균선을 유지했고, 속도를 더 줄인다는 생각보단 여기서 더 늦춰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마라톤 대회만 나가면 내 첫 1km 속도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단축됐다. 나이키런클럽 앱에선 1km 간격으로 현재 속도를 알려주는데, 대회 날 첫 1km 속도는 내가 혼자 뛰는 속도보다 확연하게 빨랐다. 심지어 올해는 4분대의 믿기지 않는 속도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회를 위해 딱히 일상에서 뭘 더하진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먹고, 뛰고 그게 전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에너지의 근원은 '신남'이 아닐까 싶다. 그냥 혼자 뛰는 러닝은 행위에서 느끼는 재미도 재미지만, '혼자'라는 것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더 크다. 하지만 마라톤 대회 날 대회 장소에 도착하면서 일단 엔도르핀인지 도파민인지 모를 온갖 종류의 의욕을 높여주는 호르몬들이 한차례 분비되며 신이 나고,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수많은 사람들과 출발선 뒤에 서서 목청껏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것도 신나고, 우르르 뛰어나가 나와 같이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신나게 뛰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좋은 속도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러닝크루에 가입하고 함께 모여서 뛰는 건가.



-Hee


요즘 캐피털 이율이 오른 바람에 대기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받았어요. 올해 여름께나 나올 줄 알았는데.


보험료는 얼마나 나와?


150만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


3월이면 자동차 보험료 갱신일이 돌아온다. 예상되는 보험료는 아마도 이번에 차를 새로 산 직원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운전 초보 시절에 낸 어이없는 사고들. 의도치 않게 일어난 과실 10-20% 정도의 사고들. 초여름 우박을 맞아 차가 울룩부룩 해졌던 일. 장마로 불어난 물에 차량 하체가 죄 녹슬었던 일 덕분에 운전을 10년째 하고 있는 사람치곤 꽤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보험료를 얼마나 낸다고 이야기하는 일이 곧 내 운전습관이 얼마나 안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누군가 차를 새로 사지 않고서는 보험료에 대해 이야기할 일도 거의 없긴 하지만.


이전과 달리 나은 구석이 하나 있다면 티맵 운전 점수가 3개월째 100점이라는 것이다. 과속운전, 급가속/감속 등 운전습관을 점수 매겨 이런저런 혜택을 주는 것인데 60점만 넘어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받을 수있다. 점수 신경 쓰다 안 날 사고도 내게 된다거나 그렇게 느릿느릿 운전하다가는 성격만 더 나빠진다거나 부정적인 말도 꽤 있지만 굳이 100점을 유지하려고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 그 덕에 전에 본 적 없던 연비와 스트레스 없는 쾌적 운전을 경험하는 중이다. 조금 느리지만 놀라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내 차는 무서워서 타기 싫다는 엄마가 이제는 어떤 말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Ho


어릴적엔 빠른 속도를 훈련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는 바른 방향을 고민하고, 후에는 이 두 가지가 지루해지지 않고 똑같이 소중한 것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소고


2023년 1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억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