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일흔 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어릴 때 먹던 곶감은

할아버지 집에 가면

검은 봉다리 속에 잔뜩 마른 곶감이 겨우내 붙들려있던

그런 거였다.


요즘 곶감은

모양도 동그랗고

얼마나 예쁘고 비싸던지 하하


할아버지는 꼭

가을 감을 단맛이 잔뜩나는

표면이 하얀 분가루 같은 것이 붙을 때까지,

말라서 꼬득해질때까지 말려서

담아두셨다.


그럼 명절에 꼭

그것을 내어주셨는데

순식간에 몇개씩 먹어버리곤 했다.


투박한 손으로 말린 것이라

부담없이 먹던 것들이었는데,


그 정성에 값을 매겨 파는 걸 보니

얼마나 귀찮은 일이었을까,

싶은 거지.


할아버지 없는 명절이 몇번째일까,

투박한 당신 손도,

흙내음 같은 콤콤한 향도,

그냥 그 당신의 묵묵한 그늘도,

얼핏얼핏 그리워진다.


먹으면 퍽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이

진짜 곶감은 그런건데 말이다.



-Ram


올해 두 번째 날, 늦은 오후에 반가운 카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올 한 해 이쁜 사랑도 가득, 기쁠 일들만 듬뿍 담기라는 훈훈하고 따뜻한 내용이다. 지난 대화 내용을 보니 작년 설날에 상주곶감을 보내며 최대한 시간이 나면 뵈러 간다고 말씀드린 내용이 마지막이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피어난다고 말씀해 주시는 마음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귀하다. 많은 설명과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들. 비록 몸집은 자그마하지만 늘 큰 딸처럼 생각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든든한 뒷배가 생긴 기분이다. 늘 소녀 같으신 고운 분. 소중한 인연들이 참 많다.



-Hee


명절 선물은 대게 회사에서 받은 참치, 햄, 식용유 세트 따위를 열어보지도 않고 받은 그대로 토스하거나, 간편하게 현금을 준비하는 정도에서 그쳤었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생각한다거나, 정성이 어느 정도 묻어있다는 티를 내기 위한 고민은 해본 적도 없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사위, 며느리로서 전에 없던 체면 차리느라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올해 설 명절을 위해 이곳저곳으로 가져갈 곶감과 애플망고, 양과자 세트를 준비하느라 한나절 동안 시장 두 곳을 돌아다녔고 삼십만 원 넘는 돈을 썼다. 줘도 안 먹을 곶감 따위에 생각지도 못한 돈을 쓰면서 내 세상이 또 한 번 바뀐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면면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인가 퇴보한 것인가. 이 역시도 두고 보아야 알 것이다.



-Ho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소고


2023년 1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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