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열 한 번째 주제
사실은 나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널 기다리기만 하는 주말이,
너만 기다리던 내 모습이,
전부 나의 나약함 때문이었는데도
너 때문이라고 말하고 말았다.
감정은 늘 이성보다 앞서서
서운함을 굴려갔다.
이성이 뒤따라올 때면
이미 눈물이 턱끝까지 차올라서
감정은 저 끝까지 쏟아져버리곤 했다.
나는 사랑에 나약한 존재였고
아픔을 피해왔고,
널 오롯이 좋아할 줄 몰랐다.
자꾸 욕심이 나던 것들을
말하지 못해 미련으로 덮었고,
그걸 모르는 널 더 다그쳤다.
그렇게 나의 미숙했던,
초라했던 사랑의 조각들이
깨지고야 말았다.
지금은 어떨까,
난 조금 성숙해졌는지,
여전히 어리숙한지,
지금의 나는 어떨까.
-Ram
1.
다가오는 볼을 라켓으로 팡! 때리려고 했지만 팅!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내 라켓과 몸을 볼 때 너무 나 자신이 약하게 느껴져 한도 끝도 없이 심란하다. 하지만 옆에선 약한 게 문제가 아니라 임팩트의 정확성, 임팩트의 타이밍이 문제라고, 힘의 문제가 아니라고 열심히 말해주지만, (글로, 유튜브로, 그리고 사람들의 자세를 봐오면서 물론 나도 알고는 있다) 괜히 내 하찮은 몸뚱어리를 탓하는 것이지. 오늘도 나는 그 스윗스팟인가 뭔가 하는 곳에 공을 맞추려고 노력할 것이고, 공을 끝까지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치기 편한 자세에서 치려고 조금 더 움직이려고 노력해야지..
2.
혼자 생각하다 보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나약해지는 것 같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 행동해야 하고, 대화해야 하고, 들어야 하고, 봐야 하고, 배워야 하고, 읽어야 해.
-Hee
하이킹 클럽 멤버들을 오랜만에 만날 겸, 아내와 내 친구들을 만날 겸 하이킹 행사 참가권을 예전에 사놓고는 깜빡 잊고 있었더랬다. 그럴 만큼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도 않는데 나에게도 지영에게도 무심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당장 주말에 태백에 가서 긴 거리를 걸어야 된다는 걸 깨달은 월요일 저녁에는 이질감이 들었다. 50km는 미리 알고는 못 떠날 거리인데, 내가 그걸 너무나 잘 알았던 바람에.
언젠가의 내가 아무렇지 않게 걸었던 정도의 거리. 하지만 지금 아무런 준비도 없이 호방하게 덤벼들기에는 무리가 있는 거리. 게다가 지영은 결코 걷지 못할 거리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했었다. 그게 체력이면 아주 좋았을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멘탈을 굳게 다져둬야 했는데 시작하기도 전부터 지영은 다 걸을 자신이 없었고,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억지로 다독여가며 걷거나, 정해진 코스를 다 걷지 못했을 때에 느낄 모욕감을 견딜 자신이 없었으니까. 나약한 우리 모습이 꽤나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시간은 금세 흘러서 토요일 새벽에는 출발선에 서 있을 것이다. 코스를 완주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과 완연한 가을 산을 즐기는 일일 테니까 말이다. 시작도 하지 못하면 나약함으로 그치겠지만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고 깨지는 일은 제법 큰 용기가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긴 거리도 우여곡절 끝에 같이 완주하는 시간이 곧 생기겠지.
-Ho
한없이 나약해 질때가 있다.
나약함은 무기력을 끌고 온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없어진다.
어렸을땐 이 마음이 뭔지도 모르고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 내 자신을 억지로 끌고갔는데,
이제는 그냥 놔둔다.
쉬고 싶구나.
휴식이 필요하구나, 생각한다.
나약해도 괜찮아.
쉬어도 괜찮고.
내가 나로 살기위한 과정이야.
누군가가 자신의 나약함을 나에게 보여줄때, 예전에는 그게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그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아니까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늘 강할 필요없다고, 늘 잘할 필요없다고, 너의 나약함을 나에게 보여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나는 그 너의 나약함도 너무 사랑스럽고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서로 안아주면 못할일이 없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 가장 강한 건 사랑이 아닐까.
-인이
2023년 10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