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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Jul 21. 2024

"종이 한 장 차이"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오십 번째 주제


내가 좋아 하는 것들은

딱 그런 것들이다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들.


이를테면

택배상자 속에 넣어둔

쪽지나


나를 위해 좋아하는 

향수를 고르는 것들.


감정은 그런 것들이 도화선이

되어 타오른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게 될 때.


사랑도 미움도

그렇게 작은 차이로

이루어진다.


내가 좋아했다 믿었던 것도

종이 한 장 차이로

무너지곤 한다.


너가 좋아했던 일을

내가 응원하지 못한 일,


사소한 시간 동안

상대방을 신경쓰지 못한 일.


그런 일들 말이다.


내 세상은 그런 사소한 것들로

무너졌다가도 이내 일어난다.


그럼에도 나와 굳건한

사이는

얼마나 서로를 믿고

아끼는 관계인지 

알아야한다.


그 소중함을. 



-Ram


별일은 크게 없었다. 당장 해결해야 할 큰 고민도 없었고, 관계에 대해 고민할 사람도, 어딘가에 급하게 큰돈이 들어갈 일도 없는 그런 하루였다. 주변 친지가 아프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미움을 크게 사고 있지도 않은 그런 별일 없는 하루였다. 그런데 괜히 마음이 울적했다. 그저 그런 하루 중 하나였는데 마음에서 울적함이 떠나지 않았다. 새로움을 찾고 싶었다. 그 새로움에 내 관심과 정신이 쏠려 신선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 목마름 중에 하나는 음악. 요즘 새로운 음악을 찾는 여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유튜브를 켰다. 이리저리 알고리즘을 타고 타다가 우연히 한 음악 채널을 발견했다. 커다란 건물과 건물 사이, 어떤 뒤뜰에 큰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테이블 주변에 컨버터블 차 트렁크 위에 차를 가득 덮을 듯한 크기의 커다란 컨트롤러를 올려두고 한 남자가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장르는 펑키한 하우스뮤직이었고 그 음악에 맞춰 테이블 주변에서 또 다른 두어 명의 사람들이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춤을 추고 있었다. 하우스 뮤직엔 평소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1시간 32분이나 되는 그 영상을, 그 음악을 단숨에 다 들었다. 내가 그곳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옆에 서서 춤을 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마냥 기분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나도 모르게 동기를 부여받아 눈빛이 반짝거렸다. '세상은 역시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도 돼'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에 있는 불안함이 사라졌다. 한편으로는 음악 하나로 인해 이렇게 세상이 달라 보이고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놀라워서 이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그 영상을 따로 목록을 만들어 저장해뒀다. 언제까지 그 음악이 내게 유효할지 모르겠으나 가끔 그 영상을 재생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처음 그 영상을 접하고 받은 느낌이 다시 되살아난다. 고작 음악일 뿐인데 말이지. 



-Hee


아픔은 피할 수 있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 ‘힘들다’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젠 안되겠다’ 인지 어떤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 한 문장을 읽은 뒤로부터 많은 것들이 변했다. 작게는 달리기의 밀도가 높아졌고, 크게는 일상 속에서 늘 포만감이 가득 찬 것 같은 만족스러움에 대체로 기분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실력이 꽤 늘었다. 부상도, 후유증도 이것저것 고루 얻었지만 모두 이겨낸 다음에는 한 층 더 커진 나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만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일어날 수 없을 테지만, 말하자면 요즘은 그런 기분이다. 무언가가 잘 풀려나가고 있는 느낌. 어차피 이런 느낌은 길게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마음껏 즐기는 중이랄까. 고작 책 한 권, 어쩌면 종이 한 장 정도의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읽기 전과 후의 간극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거리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Ho


디테일이라고 해야할까.

방콕여행하며 너무 더워서 central world 지점에 있는 roast를 방문했다.

엄마가 너무 더워해서 들어간 곳이었다.(가격대가 있어서 음식먹으러는 안가는 곳인데) 

태국 로컬이 하는 브랜드라고 들었고, 저번에 방문했을 때 평타는 치는 것 같아 들어가게 되었다.


칼라마리를 주문했는데, 뿌려먹는 레몬에 헝겊을 씌워서 서빙 해주었다(씨가 음식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 같다) 

여라 나라에서 여러번 해산물음식을 먹었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해주는 곳은 처음 봤다.

사실 예상했던 것 보다 음식값이 많이 나오긴 했는데 레몬 디테일 덕분에 모든 게 수긍이 됬다.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갈비집에서 불판을 닦는 일을 할 때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고, 이 불판을 어떻게 하면 잘 닦을까 생각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성공할 확률은 후자가 높다고 한다.


요즘 나는 생각을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몰라도, 나 자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이


2024년 7월 2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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