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예순 여섯 번째 주제
하루끝,
그림자가 드리우면
갖가지 생각이 든다.
아직 내 인생에 빈칸이 많다는 뜻이다.
남들은 잘 해내는
어떤 코스에서 나는 멈춰있다.
대학도 가고
연애도 하고
직장도 잡고 독립도 하였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다.
결혼도 하고
아이낳는 일,
그런 일들을 내가 아직 채우질 못했다.
문득 돌아보면 다들 부지런히
인생을 채우고 있다.
행복의 기준인지 알 길은 없지만
그들이 먼저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는 여기서 머무르며
바라볼 뿐이다.
어떻게 채워야 할 지
늘 하던대로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미루고 있다.
이 공허한 공간들을 나는
어떻게 채워야 할까.
별안간 멋진 척, 어른인 척
나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나만큼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본다.
그렇게 여전히 철없는 소리를 해대는
나의 어느 순간들.
-Ram
인생에 있어서 빈칸을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더욱.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빈칸,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빈칸,
마음속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는 생각들 중 유턴이 가능한 빈칸,
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수 있는 빈칸,
누군가를 포용할 수 있는 빈칸,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빈칸,
좋은 취미와 난생처음 듣는 음악을 넣을 수 있는 빈칸 따위들 말이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빈칸이라고 하니 채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잇몸이 아프더니 치실을 해도 낫지를 않아서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은데 잇몸이 왜 아프지 생각하고 엄마한테 말하니까 사랑니 자리 갔다면서 치과에 가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치과에서는 사랑니를 빼야 한다 했다.
오래전부터 다니던 치과라 의사를 믿고 입을 벌렸다.
몇초 만에 내 일부였던 사랑니 두개가 빠져나갔다.
매우 속이 시원했고 얼른 잇몸이 낫길 바랬다.
빈칸이 있어도 괜찮고,
때로는 빈칸이 필요해.
다 채우려고 하지 말자.
-인이
2024년 11월 1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