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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Nov 24. 2024

"코스트코"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예순 여덟 번째 주제


아주 예전에 가본 적이 있다.

친구 따라.


사실 요즘 시대의 여느 사람들처럼

1인가구로서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에 갈 일이 없다.


나는 배달된 1인분을 두끼에 나눠 먹는 사람이니까.


잔뜩 사두고 먹는사람이

아니되게 된 순간부터

나는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열심히 밥 해먹는 사람도 더욱 아니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어떻게든 조금의 자극을 찾아내 곱씹고

그렇게 무던한 돌멩이 같은 사람


언제 복작거리며 지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코스트코는 앞으로도 몇년이나

갈 일이 없겠지.



-Ram


1.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특정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했었다. 근데 그 말을 기억하고 어느 날 코스트코 갔다 온 김에 그 초콜릿 제일 큰 한 봉지를 내 앞에 턱 내놓은 예쁜 마음을 기억한다. 지금은 그 초콜릿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아껴먹고 있다. 


2.

어제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온 친구들이 있었다. 웰컴드링크로 복숭아 맛과 향이 나는 와인을 얼음에 칠링해서 줬고, 같이 먹을 안주로 코스트코에서 산 체리페퍼를 반 자른 후 참크래커 위에 올렸다. 처음 먹었을 땐 은근 크림치즈와 페퍼의 비율이 애매한 것 같으면서도 또 맛이 매력적인 것 같이 느껴져서 안 살 수가 없게 된 놈이다. 벌써 두 번째 산 친군데, 바닥에 3-4알 밖에 안 남았다. 다 먹으면 또 코스트코가서 사야 하는데, 내년에 코스트코가 집 근처에 생긴다고 하니 조금 더 기다려봐야지. 



-Hee


삶의 형태가 코스트코에 닿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거리가 너무 멀고, 회원권에 돈 쓰는 게 아깝고, 집이 좁고 식구가 적다. 그럼에도 다녀오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저렴한 미국식 피자가 먹고 싶어질 때, 사무실에 자리 잡은 고양이들 먹일 사료 살 때, 술 살 때, 가끔 커클랜드 제품 어떤 게 좋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상품권으로라도 한 번 사러 가볼까 싶다가도 그 절차를 떠올리며 동시에 마음을 접게 된다. 코스트코의 오묘한 미국 맛.(사실 미국엔 가본 적도 없지만 미국을 코스트코로 배운다.) 생각해 보면 그 오묘하다는 느낌과 코스트코에 가기 싫은 이유가 미국에는 굳이 가보고 싶지 않은 마음과도 이어져있는 것 같다. 



-Ho


내가 사는 동네에 코스트코가 생겼다.

코스트코는 처음에 미국에서 가봤는데 피자 한 판을 사서 친구들이랑 해변에서 맥주랑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랑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볼 때 필요없는 것도 사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다. 남편이 치즈를 좋아해서 치즈는 꼭 사온다. 


코스트코 갈때마다 생각나는게,

한여름에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일하던 청년이 열사병 때문에 사망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날씨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요즘 일이란 뭘까 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우리는 살아가기위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내 시간과 노동력을 주고 돈을 번다.

돈을 버는 일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것들이 얽혀 있다.


돈이 많다면.. 이라는 가정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거라 생각한다.

요즘은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 피크시간의 카페 종업원이나 마트에서 계산해 주시는 캐셔들을 볼때 노동이란 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피곤한 표정과 지친 모습때문일까? 이런 나의 생각은 오만함이 아닌가?


최소한 일 하다가 죽지 않고,

내 노동과 시간을 주고 정당하게 그 만큼 돈을 버는 세상이 됬으면 좋겠다.



-인이


2024년 11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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