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안성재를 도입한다면?

[황보람의 너클볼] '혁신성과 완성도 사이'...타이트하고 이븐한 기준

by 황보람
7408_20260126134714534.JPG

최근 코스피가 꿈의 숫자 5000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 시선이 '국장'으로 쏠린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정부는 '코스닥 3000'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코스닥 투더문의 연료로 토큰증권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토큰증권을 상위 정책과제에 두고 자산 분산투자와 벤처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토큰증권법도 국회 문턱을 빠르게 넘으며 추진력이 생겼는데요. 아니나다를까 토큰증권을 거래하는 STO 장외거래소 선발을 두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KRX와 NTX, 그리고 루센트블록으로 대표되는 세 곳의 컨소시엄이 STO 장외거래소 후보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루센트블록이 탈락될 위기에 놓이자 거세게 항의했고, 최종 결과 발표가 '보류'된 상태입니다.


현재는 청와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말을 더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런저런 의견들이 개진되면서 판까지 뒤집어질 위기입니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평가의 장에 정무적 판단이 끼어든 게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STO 장외거래소를 중심에 둔 '보류의 시간'을 지켜보며 최근 방영됐던 흑백요리사가 생각났습니다. 계급과 기득권을 설정한 구조적 성격과, 생존과 탈락, 보류가 이어지는 서사적 특징이 묘하게 닮았기 때문입니다.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이 '보류'를 택한 건 심사의 기준이 흔들릴 때였습니다. 시즌1의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가 1차전에서 '보류'를 받았던 것도 유의미한 지점입니다. 맛은 완벽에 가까웠지만, 음식에 꽃을 올린 이유를 모르겠다며 안성재 심사위원은 선뜻 합격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급식대가의 음식 또한 식판을 다 비울 정도로 맛있게 시식했지만 '보류'를 주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에 순간 휩쓸린 결정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세밀한 '기준'을 정립해 나가며 백종원과 안성재 두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를 이뤄 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유독 '기준'을 자주 언급하며 이견을 좁혀나갔는데요. 아마도 시즌1에서 서로 다른 평가 기준을 내세워 대립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결과였을지도요.


흑백요리사에서 두 심사위원이 언급된 기준은 '혁신성'과 '완성도' 두 가지였습니다. 혁신성이 높아도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완성도가 높아도 혁신성이 없으면 탈락됐습니다. 미슐랭 셰프든, 국가공인 명장이든 이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모든 결정은 그 순간, 심사위원 바로 앞에 놓인 요리로만 평가됐기 때문입니다.


백수저라고 더 엄격하게 평가하지도, 흑수저라고 가점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 심지어 '눈을 가리고' 심사하기도 했습니다. 탈락자들이 아쉬울지언정 결과에 승복한 것은 이런 공정한 장치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STO 장외거래소 선발에서도 '혁신성'과 '완성도'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 상태입니다. 어느 부분에 가점을 줄 지를 두고 모두 동상이몽입니다. 이제 금융당국이 이런 기준을 제시할 때인 것 같습니다. 참가자 뿐 아니라 구경꾼들까지 승복하게 만들 타이트하고 이븐한 기준 말입니다.


결국 흑백요리사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였을까요. 아마도 '안성재 셰프'가 아닐까요. 그의 '타이트하고 이븐한' 기준이 없었더라면 흑백요리사는 성립되지 않았을테니까요.


*위 글은 viewers에 2026.01.26 게재되었습니다.


https://theviewers.co.kr/View.aspx?No=395404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본과 무소유의 모순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