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았으면서, 괜찮은 척하고 있었다.”

by dore again

by @doreagain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난, 괜찮지 않았다.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남자친구의 연락 텀이
자꾸 서운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나는 늘 그래왔듯
‘이해하려는 사람’이 되려 했다.

내 감정을 말하기보다, 상대의 상황을 먼저 헤아리는…
그 익숙한 패턴 속에서 또 제자리였다.


친한 동생이 말했다.
“언니, 그냥 말해봐요. 왜 연락이 뜸한지.”

오래 고민하다가 결국 남자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꺼냈다.

그는 몰랐다며, 앞으로 더 신경 쓰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는 또 말했다.

“아냐… 나 진짜 괜찮아. 부담되면 말해줘. 귀찮게 하고 싶은 건 아니야.”

그 순간 남자친구는 오히려 따뜻하게 말했다.
“만나서 쓰담쓰담 해줘야겠다. 눈치 보지 말고 말해줘.”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
난 괜찮지 않았으면서, 괜찮은 척하고 있었다.

버림받기 싫어서, 질리는 여자가 되기 싫어서, 쿨한 척하며 나를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스스로도 몰랐다.


그는 그런 내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보았다.

내가 눈치 보고 있다는 것, 내가 불안해서 선을 긋는 척하고 있다는 것.

나조차 몰랐던 마음을, 그가 먼저 알아주었다.

그 사실이 충격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괜찮은 척하는 나를, 그날 처음 보았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감정이 이렇게 생생하게 밀려오는 건 처음이었다.

왜 이전의 인연들이 잘되지 않았는지,
왜 늘 관계 앞에서 불안해졌는지,
그 이유들이 단번에 이해됐다.


사람에게서 치유받는다는 건.. 이렇게 따뜻한 거였구나.

누군가의 안정감이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크고, 더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
내 불안정한 마음에 처음으로 ‘안정’이라는 게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안정은
다른 어떤 것보다 부드럽고, 강하게 나를 바꾸고 있었다.


� 이 이야기는 감정의 기록입니다.
누군가의 따뜻함으로 스스로를 다시 이해하게 된 모든 이에게 바칩니다.
브런치 시리즈 《울지 말고, 우아하게》 이후, 새로운 여정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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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고 우아하게 dore_again | 기록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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