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소녀의 취미에 대하여
높은 건물보다 넓게 펼쳐진 들판이 더 많은 시골에서 자란 나는 이름 모를 꽃들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부터 꽃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꽃을 보는 것보단 오빠 혹은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이 더 좋았다. 다만, 중학교 땐 음악실 바로 옆 아카시아 나무의 꽃 향기를 좋아했으며, 고등학교 땐 매년 봄 급식실로 가는 골목에 핀 벚꽃을 바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 말고는 꽃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건 우리 엄마 하나였다. 엄마는 조그마한 그네가 있는 넓은 마당에서 여러 꽃을 가꾸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런 내가 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장미 축제 기획단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다. 거기서 플로리스트인 언니를 만나게 됐고 조화 화관을 만들고 꽃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으면서 점차 꽃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후로 가끔 '꾸까(Kukka)'의 플라워 구독 서비스로 꽃을 받아 보기도 했고, 꽃 시장에 가서 꽃을 사와 어설픈 솜씨로 핸드타이드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취업을 하게 됐고 업무나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가끔은 여러 사람을 만나 웃고 떠드며 이를 해소하기도 했지만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그러던 중 혼자만의 취미를 가지고 싶어졌다. 그렇게 작은 꽃집에서 플라워 클래스를 시작하게 됐다.
그곳에서 취미 클래스, 기초 클래스 총 두 번의 클래스를 했지만 가장 잊을 수 없던 날은 바로 첫 클래스 날이었다. 그날엔 조그마한 플라워 박스를 만들었다. 선생님이 오늘 사용할 소재와 꽃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어떤 식으로 만들면 되는지 알려 준 다음 바로 직접 꽃을 다듬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꽃을 하나 하나 꽂으며 박스를 만들어갔다. 첫 수업이다 보니 내 손보다는 선생님의 손을 더 많이 거쳐 예쁜 플라워 박스가 완성됐다.
사실 첫 수업이 내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어린 시절 늘 그리기나 만들기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과연 꽃을 잘 다룰 수 있을까? 나도 예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첫 수업이 끝나고 처음으로 만든 플라워 박스를 집에 들고 가면서 나도 해냈다는 뿌듯함에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구나. 해 보면 안 되는 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라 혼자 있으면 여러 잡념에 빠지는 편인데 클래스 시간에는 온전히 나와 꽃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잡념이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라 플라워 클래스가 너무나 좋았다.
한 두 번 수업을 받다 보니 처음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즐거움만 가득해져 클래스를 계속 하게 됐다. 그렇게 늘 이것 저것 해 보고 싶은 것만 많고 끈기는 부족해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해 답할 게 없던 내게도 취미가 생겼다. 꽃꽂이라는 취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