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밤하늘과 달리 반짝이는 거리에는 화려하게 자신을 꾸민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후줄근한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 거리를 하나는 도망치듯 빠르게 걸어 벗어났다.
하나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
회사에 입사하고 회식을 하러 왔던 이 번화가에서 창호를 처음 만났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창호덕에 금세 연인관계가 될 수 있었다.
한때는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었는데 미래가 없어진 지금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웃으며 좋게 헤어지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다.
"진짜 안 맞아.."
하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거칠게 손등으로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다음날, 하나는 원룸을 정리하고 캐리어를 끌며 집을 나섰다.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고 그녀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속버스터미널]
전국으로 가는 수많은 버스들과 시간표를 살펴보던 하나는 한참을 서서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기, 학생.."
누군가 뒤에서 조심스레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할머니가 하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부산 가는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는지 좀 봐줄래요?"
"아.. 잠시만요."
하나는 버스시간표를 살펴보았다.
"20분 뒤에 출발하네요."
"아, 그래요? 고마워요."
할머니는 미소 띤 얼굴로 무거운 짐을 낑낑 거리며 들고 부산행 버스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기우뚱거리는 할머니의 모습에 하나는 서둘러 부산행 버스표를 구매하고 할머니를 따라갔다.
"어르신!"
하나의 부름에 할머니는 걸음을 멈춰 섰다.
"저도 부산 가는 게 승강장까지 제가 들어드릴게요."
"아휴, 괜찮은데.."
할머니의 손사래에도 하나는 묵직한 짐가방을 대신 들고 할머니와 함께 승강장 의자로 향했다.
"고마워요, 학생."
할머니는 옆에 앉은 하나의 손등을 두 손으로 포개잡으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번져갔다.
잠시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하나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하나가 핸드폰을 켜보자 창호에게 온 메시지들이 수북하게 알림 창을 채우고 있었다.
'장하나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 확 죽어버릴 거야.'
'하나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메시지를 대충 훑어보던 하나는 얼굴을 구기며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다.
그때, 전화수신화면과 함께 엄마라고 저장된 이름이 떴다.
하나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할머니에게서 떨어져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