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 난 카페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성쇠를 거듭한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대형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지구마다 블록 당 최소 3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해있다. 평일 아침이 되면 출근인파의 손엔 커피가 한 잔씩 얹힌다.
적정량의 물에 제빙기에서 꺼낸 얼음을 가득 담고, 에스프레소 2샷을 올린다. 박스지에 코팅을 입힌 컵홀더를 보기 좋게 두른다. 두 잔 이상 주문하면 편하게 들고 이동할 수 있도록, 종이 또는 비닐 포장지가 '캐리어'라는 살뜰한 이름으로 제공된다. 이 음료가 단돈 2000원. 출근을 앞둔, 입이 텁텁한 직장인이 이를 마다할 리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카페 내 플라스틱 컵 사용제한 시행령이 발효되었고,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매장 내에서 이용하실 경우에는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제한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매장에서 드시던 음료를 가지고 가실 경우에 플라스틱 컵으로 바꿔드릴게요."라는, 애꿎은 카페 점원의 고정 멘트만 늘어났다. 플라스틱 컵의 소비가 줄어든 건 시행령 발효 후 몇 개월 남짓이 전부였다. 요즘엔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페에선 매장 내 플라스틱 컵의 사용을 암묵적으로 다시 용인하기 시작했다.
박리다매의 수익 구조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지출은 바로 인건비. 플라스틱 100개의 단가는 5천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그까짓 거 몇십 개 더 쓰고, 소중한 우리 직원이 멘트하는 시간을 아끼는 게 이득이다. 결국 하릴없는 경제 논리가 한 나라의 법안이 의도했던 생태주의 미래를 또 산산이 조각냈다. 감시를 더 철저히 하자고? 감시하는 인력의 인건비가 플라스틱보다 더 비싸지 않은가.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생태주의에도 '이미지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습관을 지키는 당신, 굉장히 근사해 보여." "텀블러 쓰는 당신, 스타일리쉬한데?"
말 한마디 건네는 에너지를 아까워하는 현대인도 인스타 업로드용 사진을 가공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던가. 사람이 경제 논리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테다. 막연하게 딱딱한 법안과 과태료 만으로는 대세를 바꾸기 어렵다.
과거 이효리 씨가 유기견 보호소를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했던 것처럼. 좀 더 신선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선물 받은 텀블러 몇 개씩은 쌓아두잖아?
"남는 텀블러 선물하기 챌린지"
요즘은 친환경적인 게 제일 힙한 거래.
"친환경 생활 크루"
아무 텀블러나 일단 골라. 아무거나 튼튼한 걸로..
그리하여 우리도 북유럽의 젊은이,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와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