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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 하나 없이도 밤의 심연을 건널 수 있으리라 착각했어요
당신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죠
그러나 새벽의 침묵이 결국 나를 깨우고
끝내 당신은 어둠의 장막을 들춰 스며들어와요
때론 희미한 빛을 담은 미소로,
때론 비에 젖은 창문 같은 눈으로,
때론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다가와
여전히 당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요
밤안개 굶주린 맹수들의 울음소리에도
당신은 투명한 망토를 두른 순결한 영혼
구원하려 손을 뻗어도 나는 그저 덧없는 그림자
애타게 이름을 외쳐도 듣지 못한 채 당신은 어둠 속으로 스러지네요
거친 박동과 차가운 땀으로 깨어난 공허한 안도감 속에서
결국 알약 하나 찾아 삼키고 꿈을 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