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속도 차이

초속5센티미터

by 도로고노

초등학교 시절의 아카리와 타카키는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지낸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카리와 타카키는 서로만 있다면, 뭐든지 견디고 살아갈 수 있었다.

서로만 있다면 앞으로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방향이 같더라도 속도가 달라지면 우리는 갈라질 수밖에 없다.

아카리가 먼저 뛰어가 열찻길을 먼저 건너가고, 타카키는 건너가지 못해 그저 바라만 보는 장면이 그러하다.

이후에도 둘은 계속해서 서로가 전부인 세계에서 살아간다.


아카리와 타카키: 성장의 속도

둘은 성장의 속도가 너무 느렸기에, 전학이라는 이유로 갈라진다.

조금만 더 성장했다면, 아카리가 이모집에서 학교를 다니며 계속 같이 지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세상의 속도와 이 둘만의 세계의 속도는 달랐기 때문이다.


서로 떨어져 지낸 6개월이 지나서야 아카리에게서 먼저 편지가 온다.

아직도 둘은 서로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한다.

편지를 보면 둘 모두 아직도 함께 만나고 싶어 하고, 홀로 쓸쓸히 지내는 게 눈에 보인다.


드디어 둘이 수많은 시간이 지나 벚꽃 대신 눈이 내리는 새로운 봄에 만난다.

그렇게 벚나무 밑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키스를 한다.

하지만 이 키스 전후로 둘의 세계는 달라진다.


이제는 서로의 속도가 달라짐을 느낀 것이다.

서로가 없는 세계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름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아카리는 지금 성장의 속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생각하며, 앞으로 타카키와는 함께할 수 없음을 느낀다.

타카키도 마찬가지지만, 이 속도를 어떻게든 부정하며, 손에 닿지도 않는 그 곳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한다.

앞으로 아카리를 만날 수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언젠간 닿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속도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 둘은 편지도 끊기도 헤어진다.


스미다와 타카키: 마음의 속도

아직도 저 너머에 가고 싶은 타카키다.

저 너머에 있을, 그렇다고 내가 다가가지도 못할 그곳에 있을 아카리만을 기다린다.

수신자가 비어있는, 아무도 받지 못할 메세지를 작성하는 습관을 통해 보여준다.

아직도 아카리와의 이별로 성장의 속도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보인다.

이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스미다는 그런 사람을 처음봤고, 어떻게 보면 성숙해보이기도 해서 타카키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직 자신은 당장 내일의 일도 모르는 철부지지만, 저 먼 곳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타타키가 마냥 멋있어 보일 거다.


스미다가 타카키에게 고백을 했을 때, 그저 우주선이 날아가는 것에만 집중한 타카키를 보고 스미다는 깨닫는다.

‘타카키의 마음 속에는 내가 없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야 겠다고 마음을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스미다와 타카키 모두 성장한다.

‘힘든 건 힘든 것이다’ 라는 마음 가짐을 갖게 된다.

그렇게 처음으로 서핑 타는 걸 성공했고, 타카키 또한 이별 전에 스미다를 공항까지 불러 이별 인사를 했다.


사랑하진 않았지만, 이별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성장했다.


미즈노와 타카키: 사랑의 속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미즈노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성장했다고 믿었지만, 아직도 우리의 타카키는 아카리를 마음 속에서 지우지를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저 멀리에 있을, 어딘가에 있을 아카리를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5년을 만났지만, 전혀 가까워진 기색도 보여주지 않아 지쳐 헤어지게 된다.

서로 사랑은 하지만, 그 속도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타카키가 아예 0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원작 소설에서는 그래도 나름 노력을 한 모습을 여럿 보여준다.

자신 집까지 불러서 데이트를 하거나, 상대 집에 가서도 요리를 맛있게 먹어준다거나 한다.

스마다를 상대할 때랑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자기 나름대로의 사랑을 전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의 속도가 달랐다.

속도가 빠른 기차가 보기에는 자동차가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속도의 차이로 인해 서서히 거리가 멀어졌고, 헤어짐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다시 찾아온 봄

3번의 이별을 겪고 나서야 깨달음을 겨우 얻은 타카키다.

드디어 이 세계의 속도에 녹아들기로 택했다고 생각한다.


아카리한테 편지를 보내줬더라도 헤어졌다는 것을...

스미다의 고백을 받았더라도 헤어졌다는 것을...

최선의 사랑을 줬어도 미즈노와는 결혼을 하지 못했을 것을...


안되는 건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우리의 세상은 각자만의 속도가 존재하고, 그 속도에 맞춰 살아야 한다.

그 속도가 맞는 사람하고 만나야 한다.


그래서 이제야 깨달음을 얻은 후에야,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라도 아카리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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