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HCI] 휴먼-컴퓨터 인터랙션 개론 읽기 pt.3

5장 감성의 원리 요약 및 적용

by 손성빈 Son Seongbin

들어가며


오랜만에 HCI개론 책을 펴서 읽었다. 다른 분야에서는 어렵거나 어색해하지만 디자인이 더 익숙하게 다루는 것이 바로 감성이라 생각한다. 원리나 방법에 정도(正道)가 없고 대부분 "효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 그런 것 같다. 누군가는 갬성이라고 조롱투로 부르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의 특성을 이루는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요소라 생각한다.


좋은 글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완전 동의 하진 않지만 그런 글이 읽기 편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하나를 먼저 밝혀두고자 한다. 물론 뻔한 이야기다.

Group 38.png


이번 챕터는 내가 좋아하는 시계들을 그 예시로 들며 설명하고 싶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0. 감성의 중요성

감성이 무엇인지를 말하기 전에 감성이 정말 중요할까? 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성은 중요하다. 감성을 활용한 몇 가지 사례들이 있다. 한번 들여다보자.


아기 하프 물범 파로 (PARO)

파로는 애완용 감성 로봇으로 코로 시각과 청각을 감지하고 몸 전체에 촉각 센서가 있어 느낄 수 있다. 인간과 상호작용 할 때는 새끼 물범처럼 울면서 움직이고 명령 없이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파로는 심리치료용 동물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환자들은 파로와 교감을 통해 치매 및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었다.


기억하시나요? 닌텐독스

닌텐도에도 감성을 자극하는 게임이 있었다. 레브라도와 친구들, 치와와와 친구들 등 다양한 시리즈가 있는 닌텐독스이다. 이 게임은 시각, 청각 자극에 그치는 게 아니라 터치 스크린을 활용하여 촉각 자극에 반응하는 애완견을 활용해 감성적 경험을 공략했다. 결과는 대성공, 1,300만 본이상 판매되었다.


역사 속의 카메라 올림푸스 PEN

올림푸스는 1959년, 작은 카메라로 필름 롤을 절약할 수 있는 카메라는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50주년이 되는 해, 2009년 기존 DSLR에서 거울을 없애 경량화된 디지털카메라인 PEN을 새롭게 출시했다. 디지털카메라이지만 클래식한 필름카메라의 외관을 가진 PEN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dsa.png 좌측부터 PARO, 닌텐독스 그리고 올림푸스 PEN. 출처 : Robot Guide, 닌텐도, 올림푸스



시계판에도 감성은 통한다!

시계판은 몇 년째 복각열풍이 불고 있다. 시계만큼 감성적 효용에 기대고 있는 산업도 없을 텐데 거의 대부분의 진지한 시계회사들은 자사의 시계 아카이브에서 역사적인 아이코닉 시계들을 현행으로 복각해서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단방향 회전 베젤 다이버 시계(롤렉스 서브마리너의 동생인 튜더 블랙베이 54), 세계 최초의 GMT시계(글라이신의 에어맨 no.1 퓨리스트) 그리고 70년대 군용 파일럿 시계(해밀턴 카키 에비에이션 파일럿 파이 노니어)가 대표적이다.

hci4.png 모두 좌측이 오리지널 우측이 현행 복각품이다 출처 : 튜더, 글라이신, 해밀턴


모두 본인이 가지고 싶거나 갖고 있던 시계들이다. 이런 시계들은 당시에도 인기 있었고 최초 혹은 군용 등 사람의 향수와 낭만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있고 현대에서도 그 과거의 향수 혹은 빈티지한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들이다. 아마 책에서 소개하는 올림푸스 PEN의 경우와 같을 것이다.



1. 감성이란 무엇일까?


감성은 외부의 물리적인 자극에 의한 감각이나 지각을 통해 인간 내부에 일어나는 미적이고 심리적인 체험이다. 미술관에서 기똥찬 마네의 그림을 보고 느끼는 시각적 즐거움, 사유의 짜릿함, 그리고 그걸 감상하는 만족감 등을 모두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여러 개념이 뒤섞인 주관적인 체험이어서 몇 가지 하위 요소를 알아야 한다.


감성의 하위요소


정서 (emotion)

정서는 감성의 핵심적이며 복합적인 요소로 비교적 단기간(몇 분, 몇 초)에 얻게 되는 대상에 대한 감성이다. 마치 공표영화를 보고 느끼는 공포감과 같다. 이는 또한 만국 공통이라는 일반성을 가지고 있다.


정취 (mood)

미약하게나마 정서보다 좀 더 오래 지속 돠는 감성이다. 대상과 상관없는 막연한 신체적 생리상태에 대한 감각으로 만약 비가 와서 하루 종일 불쾌했다면 그런 불쾌한 상태가 정취이다.


인상 (impression)

특정 대상에 의해 사람에게 각인되는 심리적 변화의 일종이다. 처음 봤을 때 느껴지는 감성이다. 단시간에 느끼는 감성이지만 아직 정서로 관념화되기 이전의 것이다. 마치 포르셰 911을 보고 바로 세련되었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개성 (personality)

이러한 다양한 감성의 요소들 중 사람에게 느끼는 것을 개성이라 한다. 사람의 성별, 나이, 사회계층, 성격 등 인간과 관련된 특성 변수들을 모두 포함한다.


시계에 위 요소를 적용해 보자!

SSB01419.png 태그호이어 포뮬러 1 90's 빈티지 모델

위 시계는 내가 소유한 시계이다. 귀여운 크기의 매력 만점시계라 보이자마자 찜해놓고 퇴근 후 구매했다. 이 녀석에게 감성의 하위요소를 적용해서 감성의 하위 요소를 더 깊게 이해해 보자.


정서 : 이 시계를 샀던 날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였다.

인상 : 첫눈에 보고 특유의 복고적이고 유머러스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개성 : 시계를 의인화해서 생각되기도 하는데 삶을 즐겁고 재밌게 살 것 같은 스포티한 젊은이가 떠올려진다.



2. 각 감성 요소들 파해쳐보기


1. 정서 (emotion)

정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람은 유쾌함과 각성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정서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 견해가 더 흥미로운 것 같다. 사람은 두세 개가 아닌 훨씬 다양한 기본 정서를 느끼며 이 정서 간들은 차이가 커서 구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차별성과 반응성이라는 두 조건을 만족시킨다. 차별성은 얼굴 표정을 통해 표현됨으로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반응성은 자극을 통해 새로운 정서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기준을 통해 기본정서 8가지를 도출했다고 한다.

원의 중심으로 서로 대칭되는 정서는 서로 반대된다. 그리고 하나 이상의 정서가 합쳐져서 더 높은 수준의 정서를 추론할 수 있다. 가령 슬픔 + 놀람 = 실망

ppD3GpE.jpg 출처 : 안수빈의 블로그


기쁨 : 기쁨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 활동이 감소하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사람 표정이 입이 넓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슬픔 : 무언가 잘못되고 부족하다는 감정은 사람을 슬프게 만든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주변에 알리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울음, 흐느낌, 축 처진 눈꼬리와 입꼬리.

흥분 : 자극을 받아 뇌활동이 많아지면서 시작됨. 하지만 꼭 자극으로만 시작되는 건아님. 이마가 찌푸려지고 얼굴의 근육을 많이 사용함.

놀람 : 놀람은 중립적인 정서로 자극에 집중하기 위한 정서이다. 눈초리가 올라가고 눈동자가 커진다.

분노 : 가장 강도가 높은 정서로 자극에 효과가 누적되어서 나온다. 눈이 작아지고 얼굴 근육이 경직되며 주름이 생긴다.

공포 :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자극에 의한 과부하 상태임. 눈동자가 커지고 뭔가를 주시하게 됨. 피부가 차가워지고 진땀이 나고 머리가 서는듯함.

부끄러움 : 기본 정서중 성격이 가장 애매모호한 정서이다. 다른 정서와 동시에 발생한다. 사람이 태생적으로 지닌 정서가 아니라 살아가며 자아의식이 증가하며 발생하는 부수적 정서로 간주하기도 한다.

혐오감 : 어떤 대상의 특성을 싫어함으로 생기는 정서임. 입술과 혀가 아래로 쳐지고 얼굴이 앞과 밑으로 기울어지며 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유쾌함과 각성의 차원과 8가지 기본 감정을 종합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책 171 페이지


2. 인상 (impression)

정서가 외부자극에 의한 사람 내부에 이미 관념화된 감성을 의미하는 반면 인상은 인상은 자극에 각인되기는 했지만 아직 정서로 관념화되지는 않은 것이다. 주로 제품/서비스에서는 미적인 인상을 말한다.


칸트의 미 이론에 따라 생각하면 미감은 기능이나 인지, 도덕적 관념에 따른 판단과 다른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우리가 어떤 시계를 보고 얼마나 정확하고 얼마나 가볍고 시인성이 좋은지로 판단하는 것과 시간만 보는 물건에 그 큰돈을 어떻게 쓰냐는 도덕적 판단과 그 시계가 세련된 인상을 준다는 판단은 별개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미적인상을 12개로 나누고 그것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본연적 인상과 내용적 인상으로 명명했다. 본연적 인상은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지각적인 자극만으로 느낄 수 있는 인상이고 내용적 인상이란 내용을 이해해야 느낄 수 있는 인상이라고 한다.


본연적 인상

- BD차원 (밝음 vs 어두움) :

밝은 인상은 명도가 높고 글씨와 객체의 배경과 대비가 낮아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두운 인상은 무디고 침침하고 탁하다. 배경의 명도가 낮고 글씨가 낮은 대비를 주기도 한다.


- CD차원 (차분함 vs 역동적)

차분한 인상은 고요, 규칙적, 균형적 인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명도가 높지 않고 난색계열보다 한색을 사용하지만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역동적 인상은 강렬하고 날카로운 인상과 연관 있다. 강한 대비, 강렬한 비트와 박자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 SV차원 (간결함 vs 다채로움)

간결한 인상은 단조롭고 비어있는 인상과 연관 있다. 절제된 이미지와 분명한 색상이나 레이아웃을 보인다.

다채로운 인상은 화사함이나 현란함과 관련 있다. 다양한 요소를 보여주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용적 인상

- LP인상 (고급스러움 vs 대중적임)

고급스러운 인상은 고상하고 고귀한 인상과도 밀접하다. 시각적 요소들이 절제되어 있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외형이다.

대중적인 인상은 익숙하고 친근한 인상이나 저렴한 가격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친숙한 정보를 제공하고 촌스러운 색배합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 CF 인상 (복고적 vs 미래적)

복고적인 인상은 과거지향적이라는 인식도 있으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미래적인 인상은 초현실적 신비함이라는 인상과 연관되며 이 또한 전달 내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OP차원 (희망찬 vs 암울한)

희망찬 인상은 건실한 인상과 관련이 있다.

암울한 인상은 절망적이거나 우울한 인상과 관련이 있다.


미적인상은 관념화되지 않아서 사회 현상이나 기술의 발전에 의해 변한다.



3. 개성 (personality)

대상에 대한 인상중 사람 또는 인격에 준하는 요소를 개성이라도 한다. 개성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느끼는 것이다. 이는 브랜드 개성이라는 개념에서 특히 중요한데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여된 일련의 인간적인 특징들을 의미한다.


브랜드 개성이 지니는 독특성은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렵고 한번 구축되면 다른 제품/서비스에 의해 복제되기 어렵다. 개성은 크게 6가지 범주로 분류가능하고 이는 다시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된다.


강약의 차원

강함 - 거칠고 공격적이고 반항적인지와 연관됨.

부드러운 - 사랑스럽고 귀여운 개성과 연관. 또한 세련되고 우아함.


형식적 차원

자유분방 - 상상력이 풍부, 참신함. 창의적인 개성을 보임.

분석적 - 논리적인 개연성과 연결됨. 체계적이며 절제되어 있다.


개방성의 차원

사교적 -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개성과 연결됨.

폐쇄적 - 배타적이고 답답한 개성과 연결됨.


시계에 위 요소를 적용해 보자!

SSB01272.png 해밀턴 카키 섭 90's 빈티지 모델

위 시계는 내가 소유한 시계이다.

정서, 인상 개성 세 요소를 이 시계에 적용해 설명해보고싶다.


정서 :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겠자만 내가 느낀 정서는 기쁨 과 흥분 그리고 조금의 놀람이다. 이 시계를 보았을 때 나의 표정이 그 근거이다.

인상 : 본연적 인상에서는 역동적 인상이다. 흑백 대비와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시곗바늘과 서체에는 날카로움도 느낄 수 있다. 내용적 인상으로는 복고적이다. 옛 군용 시계의 디테일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특징은 시계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느낄 수 있는 요소이다.

개성 : 강하고 분석적이고 폐쇄적이다. 군용 시계가 그 기원이라 강한, 터프한 개성이 느껴지고 시계의 시, 분 표시가 매우 효율적으로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검은색 배경의 시계라 텁텁해 폐쇄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3. 감성과 이성의 관계와 유용성


과거에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이지만 사용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겉만 번지르르한 예쁜" 시스템이라고 쉽게 폄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감성과 이성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한다.


감성과 사용성은 서로 대치하는 게 아닌 병행할 수 있는 개념이다. 제품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하기도 하고 사용성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Tractinsky, Katz, Ikar, 2000).


하지만 유용성과 사용성에 대비해 감성은 상이한 특징이 있는데 감성은 다방향이라는 것이다. 이성의 영역에 있는 사용성이나 유용성은 높기만 하면 좋은 시스템이지만 감성은 긍정적이거나 감성의 강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시스템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인 충실도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즉, 사용자에게 제공하려는 감성적 경험이 얼마나 충실하게 제공되었느냐가 평가 기준인 것이다. 의도된 감성을 적절한 강도로 제공하는 것이다.


시계에 위 요소를 적용해 보자!

감성과 사용성이 병행하는 예시는 아날로그시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현대에 와서 시계는 감성 덩어리인데 그럼에도 기능성, 유용성이 돋보이는 유즈케이스가 몇몇 개 있다. 먼저 다이버 시계의 베젤 활용을 그 좋은 예로 들고 싶다. 아래 사진이바로 전형적인 다이버 시계의 모습이다.

hci4.png 세이코 다이버 터틀

나는 다이버 시계의 감성이 좋다. 터프한 모습에 모험심을 자극하는 정체성이 감성적 효익을 자극한다. 다이버 시계 가장자리에 돌릴 수 있는 부분을 베젤이라 부르는데 원래는 다이빙할 때 산소통의 잔여시간을 체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 같은 일상 생활인에게는 버스 환승시간(30분 안에 갈아타야 환승이 된다)이나 라면 끓이는 시간(3분 이상 끓이면 면이 불어버린다)등 시간을 측정할 때 사용한다(기능성). 또한 시간을 측정할 때 물리적 회전 베젤은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물리 인터페이스이다(유용성).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UX/Mobility]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