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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모지 전쟁

팟캐스트 99PI -탄력적으로 변하는 이모지의 의미변화와 맥락적 해석하기

by 손성빈 Son Seongbin

들어가며

요즘 99% Invisible이라는 팟캐스트 방송하는 곳에서 영어 팟캐스트를 듣는 중이다. 영어 듣기 공부도 할 겸 시작했는데 듣다 보니 재미있는 내용도 많다.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히틀러 딱정벌레, 브루탈리즘 건축, 알람시계, 소련 시절 바르샤바 네온사인 등 다방면에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문화나 기술, 사회에 오타쿠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즐길만한 채널이다. (영어 위키에는 디자인을 주로 다룬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것같다)


오늘은 이모지에 대한 재미있는 방송을 들었다. 캐나다에서 이모지 때문에 발생한 법적 공방을 시작으로 이모지가 어떻게 쓰이고 의미가 변하고 그것에 우리 사회(특히 법원)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나도 이모지를 즐겨쓰곤한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분위기나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용도로 쓰는데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이모지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이미지 상징을 통해 뜻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사실 문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의미가 훨씬 다양하고 빠르게 변한다는 차이가 있긴 하다)


아래 글은 팟캐스트 내용을 요약한 내용이다. 음성 대화에 더 세세한 내용이 있으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250px-99%25_Invisible_logo.svg.png 99% Invisible 로고



[원문]



(아래글은 99% Invisible에서 2025년 5월 6일에 작성된 글을 번역한 글입니다.)



이모지가 불러온 6만 달러의 소송

2021년, 캐나다의 농부 크리스 애크터(Chris Achter)는 곡물 구매 계약서에 ‘엄지 척�’ 이모지로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오해로 끝나지 않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스카추언에 거주하는 애크터는 구매자와 오랜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고, 종종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곡물 계약을 체결하곤 했습니다. 해당 해에도 구매자가 평소처럼 아마 계약서를 문자로 보냈고, 애크터는 이에 � 이모지로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후 가뭄으로 인해 아마 가격이 치솟았을 때, 구매자는 납품을 기대했지만 곡물은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구매자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이렇습니다:
엄지 척 이모지가 디지털 서명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있는가?


법원의 판단은 "그렇다"였습니다.



이모지 하나에 6만 달러 이상의 가치

산타클라라 대학교의 법학 교수 에릭 골드먼(Eric Goldman)에 따르면, 애크터는 이모지를 단순한 "확인"의 의미로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모지를 “비전통적이지만 유효한” 동의의 표현으로 간주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구매자에게 약 6만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골드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엄지 척 하나가 수만 달러의 가치가 있었던 셈이죠.”



새로운 법의 최전선 : 이모지 법률

이 사건은 현대 법원이 점점 더 자주 마주치게 되는 문제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모지를 소셜미디어, 문자, 슬랙, 이메일 등 거의 모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은 이모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에릭 골드먼은 이모지가 언급된 모든 판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이모지가 언급된 판례가 26건이었지만, 2023년에는 그 수가 200건 이상으로 폭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판사들은 법원 기록에 이모지 자체를 포함하지 않고, 단순히 “[이모지]”처럼 모호하게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중요한 맥락을 잃게 만드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언어학자 아담 알렉식(Adam Aleksic)은 이모지가 종종 “감정 태그(tone tag)”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비꼬는 의미의 엄지 척이 진심이 아닌 반어법일 수 있습니다.


1024px-Popular_Emoji_Groups_Noto_Color_Emoji.svg_-300x300.png Google, OFL 출처 : 99% Invisible


이모지는 보편적이지 않다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플랫폼마다 이모지가 다르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애플, 안드로이드, 메타, 슬랙 등에서 동일한 이모지도 디자인과 방향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총’ 이모지는 과거에는 리볼버 형태로 표현됐지만, 애플은 2016년에 이를 장난감 물총으로 바꾸었고, 다른 플랫폼도 이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플랫폼 X(구 트위터)는 다시 실총 이미지로 되돌렸습니다. 어떤 기기에서는 이모지가 왼쪽을, 다른 기기에서는 오른쪽을 향해 있어 메시지의 위협 대상을 달리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법정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한 남성이 전 여자친구에게 총이모지를 보낸 혐의로 구속됐고, 미국에서는 12세 소년이 총, 칼, 폭탄 이모지를 SNS에 올렸다가 기소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pistol-emoji-old-new-2018-emojipedia-e1746548386479-600x197.jpg 출처 : 99% Invisible


유니코드의 역할

유니코드(Unicode)는 텍스트와 이모지가 플랫폼 간 동일하게 작동하도록 표준을 설정하는 조직입니다. 모든 이모지에는 고유한 ID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유니코드는 단지 기준점만 제공하며, 실제 디자인은 각 회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브랜드마다 이모지의 모양이 달라지고, 법적 해석에 혼선을 초래하게 됩니다. 골드먼 교수는 판사들에게 이런 상황을 대비해 송신자와 수신자가 각각 본 이모지의 버전을 모두 고려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뉘앙스가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emoji-600x420.png User Antonsusi from the German Wikipedia 출처 : 99% Invisible


법원, 점점 따라잡는 중

애크터의 엄지 척 사건에서는 법원이 올바른 접근을 했다고 평가받습니다. 단순히 이모지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이전 계약 방식, 문자 교환 내용 등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해석한 것입니다. 골드먼 교수는 이러한 판례가 앞으로도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법원이 딱 우리가 기대한 방식으로 접근한 셈이죠.”



이모지게돈(아마겟돈) : 똥 이모지의 전쟁

모든 이모지 논쟁이 수만 달러짜리 법정 싸움은 아닙니다. 어떤 이슈는… ‘똥’에대한 논쟁입니다.


『Face with Tears of Joy』를 집필 중인 작가 키스 휴스턴(Keith Houston)에 따르면, 똥 이모지의 기원은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 문화에서 ‘운치(うんち)’는 행운을 상징하기도 하며, 이는 이모지 문화에서도 비공식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인기 없는 이모지이지만, 유니코드에 등록되어 있어 영구적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유니코드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기술자는 ‘슬픈 똥 이모지’ 제안을 “끔찍한 일”이라 표현하며, “노래방 마이크 든 똥” 같은 말도 안 되는 변형들이 줄줄이 생길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이 내부 갈등은 “이모지게돈(Emojigeddon)”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똥 이모지 출처 : 99% Invisible


왜 이모지가 중요한가?

가볍고 장난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이모지는 점점 더 법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의도, 반어, 위협, 소속감 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계약의 표시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복잡했습니다. 이모지는 그 복잡함을 디지털 세계로 옮긴 것뿐입니다.

골드먼 교수는 말합니다.


“이모지는 우리가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입니다. 법은 이를 해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계약서를 쓰든, 농담을 하든 이모지에, 특히 [따봉 이모지�] 보낼 땐 신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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