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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런두런 Nov 07. 2023

마음 서랍장

하나씩 정리해 봅시다.

마음을 일상에 있는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몇 가지 유익이 된다.      


우리 주변에 누구나 알만한 사물에 비유하여 마음을 설명하면 공감도 잘 되고, 이해가 빠르다.

 비유와 은유의 수사법은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심리적 위험부담을 덜어준다. 죽이고 싶을 만큼의 분노를 가지고 있을 때에 비유와 은유적 표현법으로 심리적 압력을 감소시켜 가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천천히 감정의 핵심에 도달하며 안정적으로 그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된다. 마치 공중에서 떨어질 때 낙하산을 타고 고도를 낮춰가며 안전지대에 착지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비유하면 로켓 발사 시에 추진 장치를 하나씩 분리하면서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는 것과 같다.    

  

마음의 이야기를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역발상으로 뜬구름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집요하고, 창의적이고, 당찬 도전이 어디 또 있는가!

그리고 뜬구름 같다던 마음의 이야기를 차분히 나누다 보면, 이야기는 뜬구름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마음을 누르고 있었던 돌덩이 같은 이야기들이다. 단단하고 복잡하여 한 번에 다 해석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만 듣고 허황되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다.   

 

추상명사 마음을 보통명사 사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물이 가지는 성질이 마음을 분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어 준다. 

예를 들어 마음을 서랍장에 비유해 보자. 

서랍장은 정리정돈이 잘 되어야 하는 곳이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이 뒤죽박죽 섞여 있으면 안 된다. 서랍장의 특성을 마음에 빗대어 분별해 본다. 1층 서랍장에 넣을 물건, 2층 서랍장에 넣을 물건을 분류하듯이 마음의 뒤섞인 감정들과 생각들을 나름의 기준을 세워 나눠보는 것이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내담자들로부터 많이 듣는다. 

“ 지금 oo님의 마음을 친근한 물건이나 상황에 비유하신다면 무엇인가요?”

“ 그 비유가 의미하는 것은 어떤 것이지요?” 등등 몇 가지 질문을 시작하며 엉킨 실타래 같은 내담자 마음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마음의 ‘문제’가 있다고 상담실을 찾아왔지만, ‘해결점’과 ‘잠재력’도 내담자의 마음에 이미 있기에 그것을 찾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리고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을 도깨비방망이 같이 한 번에 해결되기 바라지 않고 폭넓게 탐색해 나간다. 하나의 감정이 마음속에 생기기까지는 여러 관계, 사건,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기억들이 이해되지 못한 채로 마음에 쌓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마음 한쪽으로 미뤄두고 모르는 척하고 감정의 빛깔을 분별하지 않는다. 마치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마구 섞으면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마음의 빛이 어두워진다. 

지금의 감정이 슬프다고 이것이 감정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우리의 마음은 슬픔을 지나 또 다른 감정의 빛깔을 가지고 있다. 무지개가 빨주노초파남보의 색깔을 지니듯, 내 마음의 감정도 한두 가지에게 점령당하지 말고 다양한 깊이와 폭으로 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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