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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런두런 Dec 18. 2023

마음의 설계자

세계관, 행동습관, 자기효능감 그리고 타인존중

어릴 적 놀이 중 병원놀이 다음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나무블록으로 집 짓기였다. 

집짓기 장난감 종류도 몇 가지가 있었는데,

털실과 천을 이용해서 동화책에서 본 흥부 놀부가 살 것 같은 초가집도 만들어보고, 이미 프린트로 인화가 되어 있어 점선을 따라 잘 접기만 하면 멋진 성(castle)도 만들 수 있었다. 그래도 제일 많이 만들어 본 집은 나무블록을 종류별로 나누어서 바닥부터 깔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덮고, 창도 만들 수 있는 집 짓기였다. 

쌓기의 순서와 균형을 잘 맞춰서 올려야 한다. 가끔 순서를 엇갈려 쌓기 시작하면 지붕을 올리려고 하다가도 한쪽 벽의 높이가 높아져서 다시 허물고 처음부터 쌓아 올려야 할 때도 있었다.  


마음도 집처럼 설계를 한다면 어떨까?


먼저 마음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이 우리 정신세계를 표현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주춧돌의 역할을 할 것이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많은 의식과 판단과 결정과 선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계속 준다. 

세계관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고, 성장하면서 사회관계 속에서 습득되고 체계화된 근원적인 개인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지반 침하로 끔찍한 건물 붕괴사고 뉴스를 보게 되는데, 본인의 세계관이 파괴되거나 반대되는 사건들은 인간의 마음의 붕괴를 초래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그래서 마음의 주춧돌이 될 세계관의 형성은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가치 있는 것을 지향해야 그 위에 지을 인격 또는 인생의 집이 건실할 수 있다.


주춧돌을 놓았으니 튼튼한 기둥을 세워본다.

각 모서리에 또는 중심부에도 굳건한 행동습관 기둥을 세운다.  

날마다 작동하는 나의 행동습관은 내 삶의 중심 기둥이 되어 일상을 이끌어 간다.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 하루의 시간을 조직하는 패턴, 장보기 순서까지 인간의 행동습관은 마음이 하는 일 중에 주요 요소이다. 

건물마다 기둥을 세우는 건축공법이 다양하듯이 각 사람의 행동습관 기둥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새벽형으로 하루 일과가 오전 4시부터 시작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오후 4시 즈음에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하여 밤샘 작업을 마치고 해뜨기 직전에서야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마음 설계자가 공들여서 짓는 또 하나의 구조물은 지붕과 창문이다. 

아파트가 주거형태의 대부분인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예전에는 지붕이 새어 천장에 물이 차고 지붕 아래가 생쥐의 놀이터로 변하기도 하던 때가 있었다. 바닷가 주택의 경우는 태풍에 지붕이 통째로 뜯겨 날아가기도 하고, 산 아래 마을 가옥은 산사태로 흙과 바위가 지붕을 덮치기도 하는 재해도 있다. 

무엇보다 지붕은 건축물 전체를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이 마음의 지붕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기 효능감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적절한 행동을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감 또는 신념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자기 효능감이 높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해낼 능력과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즉, 나의 세계관 또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나의 행동습관들을, 적합한 방식으로 해 낼 만한 능력이 나에게 있음을 스스로가 먼저 굳게 믿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자기 효능감을 가지고 있으면 타인의 평가가 때론 부정적일지라도 상처받거나 의기소침해지지 않으며 정진할 수 있다. 


타인 존중은 소통의 통로로 햇빛과 바람이 통하는 활짝 열린 마음의 창문이 된다.

창문을 연다는 것은 집안의 공기를 내보내는 환기의 역할도 하고, 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한껏 집안으로 들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존중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밖으로 통하는 창문이 없는 집이 얼마나 답답한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 것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더라도 소통이 되지 않는 삶은 숨 막힌 밀실과 같다. 또 소통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하나하나 마음의 설계가 완성되었는가?

이제 앞뜰에 예쁜 꽃들과 아름드리나무를 심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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