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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런두런 Jan 09. 2024

마음의 동작

눈처럼 조용히 내 마음에 앉아주길

감기가 3주쯤 계속되다 보니 새해인사도, 이렇다 할 일정을 소화하기도 체력이 벅찬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는 동안 함박눈이 몇 번은 내렸는데

외출도 어려웠던 나에게 반가운 눈꽃송이 손님들이었다.


기침을 가라앉히려고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창가에서  눈송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의 고요함이 밀려온다.


어쩜 저렇게 많은 눈송이가 

온 하늘을 가득 채워 쏟아지면서도

숨소리조차 없이 하강하는지!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초록 지붕 위로, 주차장 자동차에도ᆢ

내려앉은 자리가 어디든 소리 없이 포근하게 하얀 눈송이가 살포시 앉아 있다.

창문 너머 바라보는 그 고요하고 따스함이 정겹기만 하다.


마음이  앉고 서는 듯 다양한 동작을 취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나 휴가 나온 군인 애인이라면 마음에  와락 달려가 안길 것이다.
교무실로 불려 가는 사고뭉치 학생이라면
쭈뼛쭈뼛한 마음으로 걸어갈 것이다.
하기 싫은 업무가 산더미라면
밍기적 밍기적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을 것이다.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후덜덜한 마음의 동작이 저절로 연상이 된다.


그런데 오늘 내린 함박 눈꽃송이들은

가장 우아한 몸짓으로 조용히

내 마음에 앉아 포근하게 속삭인다.


감기 얼른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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