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책을 덮고 생각했다. 어떤 장면을 담아내고 싶은지. 가게의 구석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자리로 가기를 조바심 내며 기다리는 클라라, 쇼 윈도우에 배치된 클라라, 보지 않는 척 고개를 돌리지 않고 시선으로 조시를 따라가는 클라라, 조시의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리를 찾은 클라라, 해가 지는 곳을 바라보며 해가 쉬는 곳이라 생각하는 클라라, 해에게 간절히 빌고 대가를 치르는 클라라.
클라라는 조시의 로봇 친구 (AF, Artificial Friend)이다. 가게 메니저의 말에 따르면 클라라는 특별하다. 최신형 AF는 아니지만 관찰력이 뛰어나고 세심하다. 그것이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동일한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미세한 반응을, 그리고 그들의 몸짓이 말하는 것을 스폰지처럼 흡수한다. 그리고 이름을 다 알수 없는 감정들을 하나씩 익혀간다.
클라라는 지극히 헌신적이다. 그 모습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조시를 아낀다. 그 마음은 끝까지 변치 않는다. 그리고 클라라는 태양에 대해서는 맹목적이다. 진심으로 태양이 ‘향상’을 거쳐 아픈 조시를 고쳐주리라, 자신의 믿음을 증명한다면 태양이 조시를 낫게 하리라 믿는다. 결국 이 책에서 변하지 않는 건 매일 뜨는 태양과 클라라 뿐이다.
그리고 클라라가 겉으로는 사람과 구별이 되지 않는 외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뛰어난 지능을 가졌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부족한 기동성과 신체능력은 클라라가 철저하게 인간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존재임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반면 조시와 엄마 크리시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과 모순을 가진 사람들이다. 때로는 비인간적인 뒤틀린 욕망을 가졌다는 것이,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나 라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점이 가장 인간적이다. 그리고 그들은 잊는다. 클라라를 데려온 이유도, 클라라가 보여주었던 헌신적인 모습도. 그들은 자기 앞에 놓여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간다.
클라라가 가진 인간성과 주변 인간들이 가진 인간성이 미묘하게 겹치면서도 달라서 양쪽의 인간성의 차이를 더 두드러지게 한다. 책을 읽다보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결국 클라라의 무조건적인 마음도 인간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이고, 조시와 크리시가 보이는 무정한 모습이 인간의 모습임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실에 마음 한 켠이 아픈건 아마도 클라라에게 애정이 생긴 내 인간적인 마음 때문일 것이다. 준 만큼 사랑을 돌려받기 원하고 더 받기 원하는 지극히 당연한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 클라라를 향한 나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