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방식
햇볕이 좋습니다
산들바람에 세운 옷깃의 감촉이 좋습니다
지난 일이고
번잡한 삶이어서
잊을 수 있었고
그래서 잊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날같은 볕과 바람에
실은 아무것도 잊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덧칠한 기억이 원래의 기억보다 선명하여
잊을 수가 없어서
잊지 못하겠습니다
“무명이 힘든 이유는 음악을 못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못하게 될까 봐”라는 싱어게인2 출연자(34호 가수)의 말이 내겐 “노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지만, 절망 앞에서는 하지 못 한다”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문득 자문하게 되었다.
나는 무엇으로 시를 시작했던가?
나는 나를 절망의 문턱으로 내몰 만큼 시를 썼던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초심, 열심, 방심, 무심 중 어느 위치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