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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Aug 06. 2024

망중한

빈 벤치에서

외로움이 흔들리는 잎새와 같다면

고독은 지탱하는 뿌리와 같아

구태여 말하자면

있음에도 불구한 소외가 외로움이었다면

없음에도 불구한 어울림이 고독이었고

또 외로움이 감정이었다면 고독은 직관이었다


하여     


저기

첨봉을 넘지 못하여 쏟은 비와

첨봉을 넘어 내린 비 사이

미묘한 샘법으로

낙수 맞을 자리를 정한 오두막과     


거기

차서 넘치는 냇물과

솟아 흐르는 샘물 사이

미묘한 샘법으로

앉을 자리를 정한 정자와     


여기

표홀한 바람에 술렁인 그늘과

늘 그런 바람에 살랑인 그늘 사이

미묘한 샘법으로

쉴 자리를 정한 벤치는     


굳이 소리 내지 않아도

안다

외로움이 결핍이라면 고독은 충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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