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
글은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향수가 쌓이고 쌓여, 마음속에 달빛이 되어버린 그 무엇이다
글을 쓰다 보면, 이런저런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런데, 그와 같이 표현되는 감정은, 순간순간의 현실을 반영한 감정이라기보다는, 현실과 상관없이 순간순간 꽂히는 느낌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표현의 어눌함때문에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지만, 느낌을 표현한다는 것, 그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물론, 때로는 처음 올렸던 글하고 전혀 다른 내용과 느낌의 글이 남아 있을 때도 있고, 아예 삭제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쉽게 생각해보면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순간, 어떤 현상,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로 인해 오욕칠정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글만큼은 바로 그 순간순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고, 또한 그렇게 표현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순화의 기간을 거치는 것일까? 한참 후에야, 문득 생각나는 그 무엇으로 펜을 잡고, 자판을 두드리니 말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그리운 것이냐고?
그것 참 곤란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글은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향수가 쌓이고 쌓여, 마음속에 달빛이 되어버린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등단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아마추어인지도 모른다. 과거와 배경에 대해서 표현할 줄만 알았지, 지금과 미래에 대하여 표현할 줄은 모르니 말이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즐거운 오해가 얽혀, 즐겁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