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앉는다
베일로 가려져 있다
손등으로 들춰 올리면
그와 나의 얼굴이 뒤바뀐다
그 순간 입술은
살짝 얼어있고 그 끝에는
두 개의 얼음이 매달려 있다
두 개의 얼음을 나눠 가져
하나는 혓바닥 위
다른 하나가 손바닥 위에서
손금을 타고
손등으로 흘러서
녹아 없어질 때쯤
베일은 다시 덮이고
뒤바뀌어 사라진 얼굴만이 남아있다
거울에는 비침이 없다
반사되지 않는 시선들은
꺾이기만을 반복하고
머리 위에서
달무리가 떠 있다가
거울과 함께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