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를 걷다가
호수를 들여다보니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어
고개를 들었더니
옆에서 그가
호수를 걷고 있다
언제부터 걷기 시작했는지
내가 언제부터 걷기 시작하는지
그가 언제부터 걷기 시작하는지
우리는 모른다
너는 누구인지
호수가 나에게 물어 오고
물음을 이어받아
호수에 비친 나에게 물으니
호수는 다시 그에게 물어 오고
그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물음을 이어받아
호수에 비친 그에게 물으니
호수는 어쩔 줄 몰라 잠잠하다
침묵도 하나의 답이라면
하나의 균형이라면
그러나 남겨진 것은 결국
하나의 물음
낮과 밤이 바뀔 정도로
반복되는 물음에는
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다
물음은 낮에도 건넬 수 있고
밤에도 건넬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인사라기보다
인식이라기보다
하나의 인정
하나의 물음
언제부터 하나의 물음이 있는지
(아니면 있었는지?)
호수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하나의 물음
하나가 둘
둘이 셋이 될 때
(될 수 있는지?)
호수를 둘러싼 풍경은
결국 하나의 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