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극효율화의 시대 (2)

초대형과 초소형, 어느 쪽이 살아남을까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김세훈



앞의 글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물류 물량의 증가와 물류비용의 하락을 다루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도시와 공간에도 큰 영향을 주었죠. 한 예로 물류센터라는 공간 자체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는 이제 단순 창고를 넘어서, 온도에 따라 상온, 저온, 냉동 등 다양한 보관 환경을 제공합니다. 물류센터에 도착한 신선식품이나 특수 의약품이 소비자에게 이르는 동안 손상되지 않도록 콜드체인 기술로 모든 과정도 통합 관리되고 있죠. 제품 운반은 첨단 로봇과 사람이 함께 담당하며, 실시간 재고 관리를 통해 포장에서 배송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풀필먼트’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은 쿠팡입니다. 쿠팡은 2019년 기준 약 50만 평, 2021년에 약 100만 평이 넘는 물류 공간을 확보해 국내 물류시장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쿠팡이 이용하는 풀필먼트 센터의 최소 규모는 약 3만 평(10만 제곱미터)으로, 이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나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넓습니다. 쿠팡은 2022년에는 대만에서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며, 북서부의 타오위안시에 두 번째 풀필먼트 센터를 지었습니다.


초대형 물류의 등장과 함께 보관과 배송의 효율성 개선이 요구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리테일과 물류, 로봇, AI 산업의 결합이 화두로 떠올랐죠.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자사 물류센터에 심보틱(Symbotic)의 자동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넘어, 물류 처리의 완전 자동화를 지향하면서 작은 로봇들이 창고 내에서 움직이며 상품을 픽업하고 이동시킵니다. 인도의 물류 자동화 기업 애드버브(Addverb)는 이동로봇과 셔틀 시스템, 자동 스토리지 등을 활용하고 있고, 중국의 데이터 기반 물류로봇 기업 리비아오로보틱스(Libiao Robotics)와 하이로보틱스(Hai Robotics)도 주목할 만합니다. 영국의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Ocado)는 축구장 3개 규모의 11만 개 유닛 그리드 위를 약 1,100개의 로봇이 돌아다니며 피킹과 패킹을 담당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물류센터의 대형화와 정반대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가까운 도심 내 초소형 물류센터(MFC, Micro-fulfillment center)가 속속 등장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문 후 몇 시간 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죠.


미국 아마존은 2020년부터 서브 세임데이 딜리버리(Sub Same Day Delivery Service)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은 “오늘 오후 3시까지” 혹은 “내일 오전 9시까지” 등 시간을 지정해 상품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축적된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주문 예상 품목과 수량을 최소의 오차로 예측하고, MFC로 미리 배송하여 시간과 재고 비용을 함께 줄이는 게 데이터 기반 물류의 핵심입니다.


국내 초소형 물류센터의 예로는 CJ 올리브영이 부산 해운대에 오픈한 ‘MFC 해운대’를 들 수 있습니다. 전체 면적이 300평에 불과한 이 센터는 부산 동부권의 고객들에게 화장품을 당일 배송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예로,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를 들 수 있습니다. 전국 50여 곳에 있는 B마트는 주문 후 30분 내 간편식을 배달하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죠. 이러한 즉시 배송 서비스는 편의성과 신속성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면적이 작아도 도심에서 물류 전용 부지를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토지 확보에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들고, 교통체증과 소음에 따른 민원도 예상됩니다. 그래서 B마트의 경우, 대부분 기존 음식점이나 업무시설로 쓰이던 건물의 지하 1층 혹은 지상 2층에 입점해 있습니다. 주차장, 로비, 화장실, 하역 공간 등 기존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죠.


이러한 도심형 물류 공간 수요의 증가에 발맞춰 우리나라 정부도 관련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개정된 「물류시설법」은 도심 내 2종 근린생활시설에 물류센터 입주를 허용하고 있죠. 시설 면적은 500제곱미터 미만으로 제한하여 과도한 물류 기능 집중과 물류 교통 혼잡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모든 서비스를 통합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 접근성이 우수한 초소형 물류센터로 배송 거점을 분산할 것인가, 혹은 두 시스템을 적절히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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