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허전하지?"-안도감의 역설

안도감은 평화가 아니라, 방향을 잃은 순간의 정적이다.

by 줄리엣 호텔

1.

금요일 오후 6시, 프로젝트가 끝났다.

3개월 동안 매달렸던 일이었다. 야근도 많았고, 주말도 반납했다. 마지막 발표가 끝나고 상사가 말했다. "수고했어요. 잘했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동료들이 뒤풀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와서 소파에 앉았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이상했다.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허전했다.

"왜 이렇게 허전하지?"

2.

토요일 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무 계획이 없었다. 평일 내내 바랐던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영화를 볼까? 별로 끌리지 않았다.
친구를 만날까? 귀찮았다.

그냥 쉴까? 쉬고 있는데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을 보다가 내려놓고, 다시 들고, 또 내려놓았다.

일요일도 똑같았다.

월요일 아침, 나는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나 왜 이러지?'

3.

그날 저녁, 나는 감정세탁소 문을 열었다.

마리양은 카운터에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나는 앉았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리양은 말없이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나는 차를 마셨다. 따뜻했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마리양이 먼저 물었다.

"뭔가 끝났나 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아세요?"

"손님 얼굴이 비어 있어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비어 있어요."

4.

나는 천천히 말했다.

"프로젝트가 끝났어요.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 않아요.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요."

마리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축하해줬죠?"

"네. 근데 저는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어요."

"허전함이 언제부터 시작됐어요?"

"프로젝트 끝나고... 바로요."

마리양은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그 3개월 동안, 손님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뭘 생각했어요?"

나는 대답했다.

"프로젝트요. 오늘 뭘 해야 하나, 어떻게 진행할까, 이런 생각들요."

"그럼 자기 전엔요?"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준비는 다 됐나... 그런 생각들요."

마리양이 물었다.

"그럼 지금은요? 오늘 아침 일어나서 뭘 생각했어요?"

나는 멈칫했다.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5.

마리양은 천천히 말했다.

"손님의 감정은 3개월 동안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어요. 프로젝트를 향해서요. 그게 손님을 아침에 일으키고, 밤에 잠들게 했어요. 감정이 목적을 갖고 있었죠."

나는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목적이 사라졌어요. 긴장이 풀렸죠. 그게 안도감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감정은 방향을 잃었어요."

"방향을 잃었다..."

"네. 감정은 에너지예요. 에너지는 방향이 필요해요. 방향이 없으면 에너지는 그냥... 흩어져요."

마리양은 컵에 물을 따르며 말했다.

"이 물을 보세요. 컵이 있으면 물은 컵 모양대로 있어요. 근데 컵을 치우면?"

그녀가 컵을 치웠다. 물은 테이블 위로 퍼졌다.

"흩어지죠. 손님의 감정도 지금 그래요. 컵이 사라졌어요."

6.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내가 물었다.

마리양은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 돼요."

"네?"

"물이 퍼지게 놔두세요. 억지로 다시 모으려 하지 마세요. 감정은 스스로 다시 모이게 되어 있어요."

나는 이해가 안 갔다.

"그냥 두면 돼요?"

"네. 허전함을 느끼세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세요. 기쁘지 않으면 기쁜 척하지 마세요."

마리양은 이어서 말했다.

"안도감 뒤의 허전함은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감정이 착지하는 시간이에요. 비행기가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잖아요. 그게 지금 손님의 감정이에요."

7.

나는 며칠을 그냥 보냈다.

억지로 뭔가 하려고 하지 않았다. 허전하면 허전한 대로 느꼈다. 친구가 놀자고 전화해도 "나중에"라고 했다.

처음엔 불안했다. '이러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마리양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냥 두자.

수요일쯤, 작은 변화가 있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봤던 그 책, 재밌을 것 같은데.'

작은 호기심이었다. 큰 목표가 아니라, 그냥 작은 관심.

목요일엔 서점에 갔다. 책을 샀다. 집에 와서 읽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 나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주말에 볼래?"

8.

토요일 밤, 나는 감정세탁소를 찾아갔다.

마리양은 세탁기를 돌리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물었다.

"어때요?"

"돌아왔어요. 천천히요."

"그럼 됐어요."

마리양은 세탁기를 멈추고 말했다.

"안도감이라는 건요,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에요. 감정이 재정비되는 시간이에요. 옷을 빨면 잠시 젖어 있잖아요. 그걸 바로 입을 수 없어요. 말려야 해요."

"감정도 그런 거예요?"

"네. 안도감 뒤의 허전함은 감정이 마르는 시간이에요. 억지로 입으려 하면 축축하고 불편해요. 하지만 제대로 말리면 다시 입을 수 있어요."

9.

마리양은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손님, 안도감엔 네 가지 종류가 있어요."

"네 가지요?"

"첫 번째는 손님처럼 긴장이 풀린 안도감이에요. 감정 에너지가 갑자기 떨어지죠."

마리양은 계속 말했다.

"두 번째는 목적을 잃은 안도감이에요. '이제 뭐하지?' 하는 느낌이요. 세 번째는 뭔가에 완전히 빠져있다가 깨어났을 때예요. 감정이 과부하 걸렸다가 쉬고 싶어 하는 거죠."

"네 번째는요?"

"관계에서 갈등이 끝났을 때예요. '끝나서 다행인데 왜 이렇게 힘 빠지지?' 하는 느낌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첫 번째랑 두 번째가 섞인 것 같아요."

"그럴 거예요. 보통은 섞여 있어요."

10.

마리양은 노트를 꺼내 뭔가 적었다.

"오늘 기록해둘 게 있어요."

나는 그녀가 쓰는 걸 지켜봤다.

오늘은 안도감을 받았다. 손에 잡으면 부서질 것 같은 아주 얇은 감정이었다.

물에 닿자마자 퍼져버렸다. 감정이 아니었다. 감정이 사라진 자리였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감정은 비워진 자리에 다시 차오르게 되어 있다.

마리양이 노트를 덮으며 말했다.

"손님이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요, 억지로 채우지 않은 거예요. 그게 감정을 존중하는 방법이에요."

11.

나는 이제 안다.

안도감 뒤의 허전함은 문제가 아니라, 과정이다.

감정은 목적을 잃으면 잠시 흩어진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다시 모인다.

억지로 기쁘려 하지 않는다.
억지로 뭔가 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허전함을 느낀다.

그러면 어느 순간, 작은 호기심이 돌아온다. 작은 관심이 생긴다. 그게 새로운 방향이 된다.

안도감 뒤의 공허는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감정이 시작되기 전의 휴식이다.

텅 빈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채워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세탁소 마리양의 조언

"안도감 뒤에 허전하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감정은 목적을 잃으면 잠시 방향을 잃어요.
억지로 채우려 하지 마세요.
허전함을 느끼세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세요.
감정은 젖은 옷처럼 말려야 해요.
제대로 마르면 다시 입을 수 있어요.
감정은 비워진 자리에 다시 차오르게 되어 있어요.
그냥 기다리세요. 감정은 돌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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